키케로 의무론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현대지성 클래식 61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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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시민이라는 단어 다음에 가장 어울리는 말은 무엇일까.
시민의 권리? 책임? 자질? 아니다, 그 답은 '의무'이다. 
시민이란, 사회에서 주장할 수 있는 여러 권리가 있고, 수행해야 할 여러 책임이 있으며, 갖춰야 할 여러 자질이 있지만, 
그런 것들에 앞서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이 바로 자신의 의무에 대한 자각과 실천이다. 

이 책은 그런 시민의 의무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가 무려 키케로이다. 
그는 누구인가. 유사 이래 말 잘하고, 글 잘쓰는 사람은 많이 있었지만, 2천 년 전에 살았던 키케로와 세네카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촌철살인에다, 위트가 넘치고, 풍자가 있으며, 품위가 있다. 
그런 명사가 우리에게 시민의 의무에 대해 얘기해준다. 그 누구의 의무론보다 우선하여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인상적인 것은 글의 형식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말 그대로 아버지가 자녀에게 얘기하는 것 같은 문체가 독자를 사로잡는다. 
부드러운 구어체적 성격이 녹아져 있고, 풍부한 예시를 거론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주제를 섭렵한다. 
또한 아들에게 하는 이야기이므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정으로 전달하고 싶은 중요 가치, 진리, 조언을 담고 있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휘둘려 왜곡되지 않은, 최고 수준의 솔직함이 묻어난다. 
독자들 역시 자신들의 자녀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아울러 가장 마음에 드는 내용은 도덕적 올바름과 유익함의 상충을 다룬 부분이다. 
도덕적 올바름은 누구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유익함은 누구나 쉽게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 두 가지 가치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충돌하고,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저자는 그 점을 피해가지 않는다. 
이상적인 담론만을 얘기하지 않고, 현실적인 어려움도 논의의 장으로 끌어온다. 
자기 생각에 대한 확신, 자신의 논리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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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브레인 - 우리 몸과 마음을 컨트롤하는 제2의 뇌, ‘장(腸)’
에머런 마이어 지음, 서영조 외 옮김 / 레몬한스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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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연구가 있고, 그것들은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우리의 직관에 순행하는 연구, 또 하나는 역행하는 연구이다. 
쉽게 말해, '뭐 이런 걸 굳이 연구하나, 우린 이미 알고 있는데'라고 말하는 것이 전자이고, '와, 이건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데'라고 말하는 것이 후자이다. 
연구의 목적이 세상에 효용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엄밀히 말하자면 후자만이 그 목적에 부합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후자에 속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큰 강점은 최신의 연구 결과를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 결과라는 것이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의 기존 생각을 크게 뒤바꾸어 놓는 것이어서 그 효용이 크다. 
결론의 핵심은 우리의 몸이 여러 부품들로 이뤄진 기계가 아니라, 여러 생물들로 이뤄진 생태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요 생물은 곧 장내 미생물이고, 그 생물은 놀랍게도 뇌-장-장내 미생물이라는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이룩한 성과를 설명하다 보니, 처음에는 생소한 측면이 있지만, 저자의 친절하고 재미있는 서술 덕분에 곧 몰입하게 된다. 
연구 결과라는 것이 이렇게 흥미진진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특히, 우리 몸 속의 생태계와 그 속의 미생물의 매커니즘을 묘사하는 부분은 압권이다. 

다음으로 이론적 기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이득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자의 글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전달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연구 결과가 일반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하며, 궁극적인 이상 상태로 이끌기 위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자세히 제시한다. 
예컨대, 장내 미생물의 상태를 최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 체내 생태계 측면에서 현대 사회 구성원이 유의해야 할 일들,  
최적의 건강상태에 이르기 위한 방법들을 상세히 기술한다. 



#세컨드브레인 #레몬한스푼 #에머런마이어 #서영조 #김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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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 북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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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설국의 첫 문장은 아직도 현실을 초월하게 만들고, 서두의 차창 속 여인에 대한 묘사는 아직도 가슴을 설레이게 만든다. 
야스나리는 그런 작가다.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거창한 수식어도 필요 없다. 
그의 문장을 하나만 읽어도, 그의 문단을 한 대목만 읽어도 그는 모든 이를 탄복하게 만든다. 

이 책은 그런 야스나리의 가장 근원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좋아하고 경외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언제나 그 시작을 궁금해한다. 
어떻게 그것이 기원하게 되었을까. 
그 가장 최초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 원형적 본질은 무엇인가 등등.

그러나 그 무언가들은 그런 신비를 잘 노출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런 시작이나 기원은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모습과 본질이 이미 분리하여 인식할 수 없을 만큼 융화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야스나리에 대해서는 이 '소년'이라는 작품이 갖는 의미가 크다. 
마치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식이 천체의 신비를 드러내듯이, 자신의 소년시절을 잠식한 이 소설은 그의 원형을 드러낸다. 
그의 자전적 서사가 반영된 줄거리는 독자로 하여금 야스나리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도록 해주고, 
곳곳의 편지, 일기, 메모 등은 그의 시대를 투영하고, 그의 생활을 반영하며, 그의 생각을 노출한다. 
그리고 소설이라는 장르적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가 마침내 그가 이룩한 미학적 세계의 태고적 기원에 닿는다. 
하지만 동시에, 달의 뒷편에 숨겨진 태양처럼, 그의 강렬한 문학적 힘의 근원이 그의 자전적 소산인지, 그의 허구적 산물인지는 양면적으로 남는다. 
 
#소년 #가와바타야스나리 #북다 #정수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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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세대 대전환 - MZ세대로의 자산 이전이 기업과 금융에 미치는 영향
켄 코스타 지음, 이선애 옮김 / 동아엠앤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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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돈의 흐름이 곧 경제의 흐름이다. 그리고 그 흐름을 보아야 경제활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돈을 순환하게 하는 주체는 항상 교체되어 왔다. 
그래서 경제학은 화폐의 속성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세력의 변천에도 주목해왔다. 

이 책은 그렇게 현재 우리가 주시해야 하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경제와 사람과의 관계, 경제역사와 세대와의 관계를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경제에 대한 접근 방식은 다양하지만, 이 책이 택하는 경로가 가장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먼저 각 세대가 자신들의 역사에서 경험하는 고유한 경험에 주목한다. 
예컨대 베이붐 세대는 경제의 급속한 성장, 호황, 안정적인 자산 형성 등을 겪었고, MZ 세대는 글로벌 경제위기, 2008년 금융위기, 가상화폐의 등장 등을 경험한다. 
그리고 마치 차례를 교대하는 것처럼 이런 경험을 한 세대들이 이제는 경제에 대해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영향을 자세히 살펴본다. 
필자의 통찰과 분석이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다음으로 세대의 특성을 살펴보는 작업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세대의 순환과 투자의 순환이라는 거대한 두 흐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경제라는 커다란 체계를 움직이는 매커니즘을 제시한다. 
각 세대를 상징하는 시대정신이 경제의 원동력이 되고, 동시에 지향점이 된다는 것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려는 인간에게 이런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의미를 제대로 해독하도록 도와준다. 
세부적인 특성에서부터 거시적인 경향에 이르기까지 전문성과 대중성을 포괄하며 서술해나간다. 

지금까지 특정 연령대에게 세대의 명칭을 붙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대개 잘못된 편견을 담는 상징으로 악용하거나 자극적인 프레임을 씌워 정확한 사실 분석을 가로막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본 후, 세대라는 개념이 사회 분석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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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특별보급판) - 사유와 열정의 오선지에 우주를 그리다 문화 평전 심포지엄 3
마르틴 게크 지음, 마성일 옮김 / 북캠퍼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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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베토벤에 관한 책은 얼마나 될까. 
책 외에 음악, 미술, 춤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무한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러나 우리에게 준 감동과 영감을 생각하면 이런 사람들의 헌정은 아직도 부족하다. 

이 책 역시 그런 존경의 발로 중 하나이다. 

그 소재가 대단할 때는 그것을 다루는 형식을 함부로 정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구성은 저자가 그 고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고민은 멋진 답에 이르렀다. 

지금 시점에, 이미 수많은 변주가 된 베토벤의 이야기가 나온 이 시점에, 시간순으로 그는 논하는 건 너무 지루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저자도 알고 있었다. 
그는 기발하고 신선한 접근을 시행한다. 
열두 개의 주제를 정하고, 그것을 다시 수십 명의 흥미로운 인물들과 결합한다. 
단면적인 구조가 아니라 입체적인 구조를 짜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이미 독자는 새로운 베토벤에 대한 기대감을 느낀다. 
그리고 저자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바흐와 하이든이 그들의 위엄을 자랑하고, 셰익스피어와 괴테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한다. 
루소와 헤겔이 뜻밖의 방문을 하고, 나폴레옹와 바그너가 존재감을 증명한다. 
다른 감상이 필요 없다. 그냥 너무 재밌다. 

아울러 전문적이되 대중과 괴리되지 않는 음악적 해설이 들어있는 것도 축복이다. 
저자는 음악 지식에만 치우쳐 설명하지 않고 문화적, 인문적, 역사적 지식을 뢍금비율로 혼합하여 해석한다. 
저자에 대한 정보가 없던 독자라도 한 챕터만 보면 그가 음악학의 대가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많은 문학, 논픽션, 구전 이야기, 평전이 있었지만 이처럼 우아하고 사색적으로 베토벤을 그려낸 것은 드물다. 

이 책 한 권으로 마르틴 게크의 열성적 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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