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 북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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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설국의 첫 문장은 아직도 현실을 초월하게 만들고, 서두의 차창 속 여인에 대한 묘사는 아직도 가슴을 설레이게 만든다. 
야스나리는 그런 작가다.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거창한 수식어도 필요 없다. 
그의 문장을 하나만 읽어도, 그의 문단을 한 대목만 읽어도 그는 모든 이를 탄복하게 만든다. 

이 책은 그런 야스나리의 가장 근원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좋아하고 경외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언제나 그 시작을 궁금해한다. 
어떻게 그것이 기원하게 되었을까. 
그 가장 최초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 원형적 본질은 무엇인가 등등.

그러나 그 무언가들은 그런 신비를 잘 노출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런 시작이나 기원은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모습과 본질이 이미 분리하여 인식할 수 없을 만큼 융화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야스나리에 대해서는 이 '소년'이라는 작품이 갖는 의미가 크다. 
마치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식이 천체의 신비를 드러내듯이, 자신의 소년시절을 잠식한 이 소설은 그의 원형을 드러낸다. 
그의 자전적 서사가 반영된 줄거리는 독자로 하여금 야스나리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도록 해주고, 
곳곳의 편지, 일기, 메모 등은 그의 시대를 투영하고, 그의 생활을 반영하며, 그의 생각을 노출한다. 
그리고 소설이라는 장르적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가 마침내 그가 이룩한 미학적 세계의 태고적 기원에 닿는다. 
하지만 동시에, 달의 뒷편에 숨겨진 태양처럼, 그의 강렬한 문학적 힘의 근원이 그의 자전적 소산인지, 그의 허구적 산물인지는 양면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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