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가 옳았던 이유 - 프로메테우스의 꿈과 좌절
테리 이글턴 지음, 박경장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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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화충전 200%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잘못 이해하고 해석하는 상대방을 향해 "허언"을 한다고 반격한다. 
그리고 이어서 자신의 원래 의도와 생각을 얘기한다. 
시청자는 그 설명이 설득력이 있으면 원래의 해석을 "허언"이라고 판단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원래의 말을 맞는 말이라 판단할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런 과정에서 대부분의 시청자는 허언이 맞다고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말과 행동의 본 취지에 대해 자신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옥신각신 과정을 통해 그의 말과 행동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덤을 얻기도 한다. 

이 책은 마치 마르크스가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그런 허언을 타파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이다. 
물론 본인이 아니라, 테리 이글턴이라는 석학이 변호인으로 나섰지만 말이다. 
그리고 독자는 그런 과정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는 "보너스"를 얻어가게 된다. 

이 책의 최대 강점은 앞서 말한 그 "보너스"이다. 
몰이해와 비판에 대한 반격만큼 그 본질을 재미 있게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마르크스 사상, 자본론 등은 모두가 아는 명칭들이다. 그러나 그의 세부 내용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마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그 방대한 분량,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 복잡한 개념 구조 등이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저서는 그런 장애를 우회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허언"적 비판들을 보기좋게 묵사발을 만드는 것을 보며 흥미롭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마르크스의 사상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각 챕터의 제목을 보면 영락 없이 마르크시즘에 대한 맞는 명제인 것 같은데, 
내용을 따라가면서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논리적 완결성에서 오는 지적 쾌감도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저자의 우아한 문장과 논리, 그리고 그것들을 아우르는 높은 식견이 압권이다. 
어느 문장도 평범하거나 지지부진하거나 모호하지 않다. 자신의 의도한 바를 문학적으로, 과감하고, 강력하게 표현한다. 
아울러 그런 와중에 한 문단만 하더라도 곳곳에 위트와 해학까지 배치한다. 
한마디로 "읽는 맛"을 느끼고 싶어하는 지성인들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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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전략으로 입문하는 미국 주식 퀀트 투자 - 파이썬으로 체득하는 전략 구현·최적화·백테스트
이용환 지음 / 프리렉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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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수학이론, 경제이론은 발전을 계속하는데 주식투자의 방법은 답보할 수 있을까. 
주식시장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빈번하며 가장 최전선에 있는 시장이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시장경제에서 제일 첨단을 달리는 필드이다. 
즉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그 거래 및 투자 방법도 현재의 가장 정교한 기법들이 적용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동시대의 그런 진보적인 투자 방법 중 하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부각되는 강점은 기초에서 심화까지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친절한 종합서이다. 
예컨대 퀀트라는 선진적 기법을 소개하는 책임에도 주식시장, 미국증시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지식부터 설명해 나간다. 아울러 퀀트에 대한 서술도 초보 투자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낸다. 
따라서 이 책을 보기 위해 다른 책으로 사전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으로 투자에 대한 올바른 접근을 유도한다. 
대부분의 투자 관련 책은 인기를 위해 불가피하게 자극적인 내용을 포함한다. 예컨대 단기에 큰 수익을 얻는 비밀을 알려준다거나 자신이 제시하는 방법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거나 등등.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투자 전략의 개념을 익히고 독자 스스로 퀀트 전략을 세우며 프로그래밍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직접 투자에 대해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또 상세하게 설명한다. 
특히 파이썬이라는 통용 언어를 사용하는 법을 따라하기 쉽게 기술하여 배운 내용을 바로 실행하면서 읽을 수 있다. 

서문에서 필자는 이공계 대학원을 마치고 필요에 의해 뒤늦게 투자 기법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본문을 보고 나면, 어느 새로운 분야를 공부한다면 필자만큼의 철저함과 치열함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주식퀀트투자 #프리렉 #이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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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철학자들 - 자연에서 배운 12가지 인생 수업
신동만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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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언젠가 새벽에 거실 창 밖으로 고라니 한 마리가 작은 광장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 이질적인 바깥 풍경은 묘한 느낌을 선사했다. 
인공적으로 평탄화된 땅 위의 야생 동물의 네 다리,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의 바로 옆에서 우아하게 걷는 숲속의 존재. 
그 모순적이고 이원적인 모습이 신성함으로 다가왔고, 새삼 자연의 신비로운 힘마저 느껴졌다. 
아울러 도시인의 정체성 때문에 잊고 살지만,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가깝게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 책은 이와 같이 자연과 야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필자의 이력이다.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이자, 동물생태학 박사이다. 방송사에 입사 후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위해 학문적 소양까지 고도화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필자의 관심사에 대한 천착으로 인해 독자는 독특한 책을 만날 수 있다. 
야생적 자연에 대한 자신의 정제되고 강화된 안목과 경험을 방송 촬영가로서의 측면, 생태학자로서의 측면을 번걸아가며, 서술한다. 
전문적 지식은 외부 학자에게 의존하는 방송인이 아니고, 방송 촬영은 방송사에게 맡기는 학자가 아니라, 그 두 역할을 한 사람이 융합하여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예컨대, 야생에서의 촬영 비화, 우리 주변의 자연의 모습에 대해서 프로듀서이자 전문학자로서 설명한다. 따라서 학문적으로 치우쳐서 지루하거나 생동감이 없어지지 않고, 생생하고 재미 있다. 

다음으로 인상적인 것은 필자의 자연에 대한 사랑이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괭이갈매기, 복수초, 쇠박새 등 어감마저 낯선 자연의 이름들을 수도 없이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야생이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집 근처 공원, 숲, 오솔길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도움을 받으면 아파트 단지에서조차 전원 생활을 할 수 있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말이다. 
결국 문제는 거리나 장소가 아니고, 얼마나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시선을 돌리느냐의 문제였던 것이다.    

독서 후에는 여전히 아스팔트와 보도블럭으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근접하여 상존하는 자연의 신성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야생의철학자들 #추수밭 #신동만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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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병철이다 - 굴치 않는 1등 정신으로 반도체에 명운을 건 생애 나는 누구다
박상하 지음 / 일송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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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현대사의 인물 중 반드시 살펴볼 수밖에 없는 인물. 
한국의 유사 이래 가장 큰 기업을 일궈낸 인물. 
명사들과 학자들과 기업인들이 찬사를 보내는 인물. 

이 책은 그 인물, 이병철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가 걸출한 인물이라는 것은 그가 지닌 이야기거리의 양만으로도 증명된다. 
척박한 사회경제적 여건 속에서 어떻게 사업을 시작할 마음을 먹었을까. 
다른 이들은 몇 세대에 걸쳐서도 이룩하지 못하는 일들을 어떻게 한 세대만에 이뤄낼 수 있었을까. 
그만의 고유한 경영 방식이 있는 것인가. 
미래에 대한 통찰은 어떻게 얻어 내는가. 
불확실성을 향한 과감성과 대담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최선의 후계자를 선택한 비결은 무엇인가.
사람들로 하여금 공통적으로 궁금해하게 만드는 질문만 해도 이와 같이 많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위의 물음에 대한 설명과 영감을 만날 수 있다. 

그가 중요시한 가장 인상적인 가치는 '사람'과 '기술'이다. 
자원이 없는 한국이어서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지만, 단언컨대 자원이 풍부했어도 그는 사람을 가장 중시했을 것이다. 
그만큼 인재의 거대한 가능성을 알고 있던 인물이었다. 
매해 연말에는 다음해의 사업기획과 전략을 위해, 일본에 머무른 그였는데, 그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이 바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다. 사회의 흐름과 미래의 모습에 대한 높은 식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그 내용을 꼼꼼히 정리했다. 
또 경영 과정에서도 가장 전폭적이고 확신을 가지고 투자한 대상이 바로 사람이라는 요소였다. 

다음으로 기술에 대한 믿음 역시 그를 구성하는 중요한 한 축이다.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국제 시장에서 생존하는 가장 좋은 전략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그는 신봉했다. 
그리고 각 단계의 성공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조금 더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을 향해 꾸준히 전진했다.   

이와 같은 사람과 기술 외에도 독자들 각자가 추출해낼 수 있는 많은 가치들이 본문에 내포되어 있다. 

​#나는이병철이다 #일송북 #박상하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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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코코슈카 - 세기의 예술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색채의 철학자 문화 평전 심포지엄 5
뤼디거 괴르너 지음, 최호영.김하락 옮김 / 북캠퍼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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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단순히 세상을 모방하는 예술에서 세상을 해석하는 예술로 전이하면서, 
예술가는 기술자가 아닌, 철학자가 되어야 하는 숙명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거침없는 변화는 그들로 하여금 감각과 사상이라는 이원적인 두 축 사이에서 
어느 것이 중요한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그 화해는 가능한가, 애초에 그 두 가지는 분리된 것인가라는  
고민에 휩싸이게 한다. 

이 책은 그러한 필연적인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감각과 사상을 구축한 한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큰 강점은 우아한 문장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저자의 학문적 깊이와 지성적 폭으로부터 기인한다. 
이 책의 핵심은 한 예술가의 인생이라는 특별한 것도, 복잡할 것도 아닌 주제이지만, 
저자는 그 누구의, 그 어떤 예술가의 삶보다도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세계로 그려낸다. 
또한 단편적으로 코코슈카의 생각과 행동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들을 그 시대와 연결하고,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과 결합하며, 그가 거쳐간 공간들과 동기화시킨다. 
어느 문장 하나도 평범한 것이 없다. 
함축되고 상징적인 단어 하나하나는 그의 학자적 역량을 드러내고, 각 문장과 문단은 그의 사색적 스펙트럼을 내보인다. 

다음으로 빼어난 점은 한 인물에 대한 포괄적 분석이다. 
타인에 대해 이 정도로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따름이다. 
그가 얼마나 복합적이고, 모순적인지를 보여주고, 어떤 재능을 지니고, 시사점을 내포하는지를 알려준다. 
또한 예술이라는 한정적인 분야를 넘어서는 다각적인 인간적 면모도 전달한다. 
예컨대, 유럽의 암울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한 예술가가 어떻게 정치적 담론에 참여하게 되는지, 
예술을 위해 어떻게 문화적, 철학적 사색을 갖추어 가는지 등을 서술한다. 

코코슈카는 세계를 본다는 것은 단지 망막의 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적인 비전이 투영되는 의식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마치 베토벤이 청각을 잃은 후에도 세계를 들을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책은 한 사람의 시각적 재능이 어떻게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되는지를 아름답게 보여준다. 
  

#오스카코코슈카 #북캠퍼스 #최호영 #김하락 #뤼디거괴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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