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철학자들 - 자연에서 배운 12가지 인생 수업
신동만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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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언젠가 새벽에 거실 창 밖으로 고라니 한 마리가 작은 광장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 이질적인 바깥 풍경은 묘한 느낌을 선사했다. 
인공적으로 평탄화된 땅 위의 야생 동물의 네 다리,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의 바로 옆에서 우아하게 걷는 숲속의 존재. 
그 모순적이고 이원적인 모습이 신성함으로 다가왔고, 새삼 자연의 신비로운 힘마저 느껴졌다. 
아울러 도시인의 정체성 때문에 잊고 살지만,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가깝게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 책은 이와 같이 자연과 야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필자의 이력이다.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이자, 동물생태학 박사이다. 방송사에 입사 후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위해 학문적 소양까지 고도화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필자의 관심사에 대한 천착으로 인해 독자는 독특한 책을 만날 수 있다. 
야생적 자연에 대한 자신의 정제되고 강화된 안목과 경험을 방송 촬영가로서의 측면, 생태학자로서의 측면을 번걸아가며, 서술한다. 
전문적 지식은 외부 학자에게 의존하는 방송인이 아니고, 방송 촬영은 방송사에게 맡기는 학자가 아니라, 그 두 역할을 한 사람이 융합하여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예컨대, 야생에서의 촬영 비화, 우리 주변의 자연의 모습에 대해서 프로듀서이자 전문학자로서 설명한다. 따라서 학문적으로 치우쳐서 지루하거나 생동감이 없어지지 않고, 생생하고 재미 있다. 

다음으로 인상적인 것은 필자의 자연에 대한 사랑이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괭이갈매기, 복수초, 쇠박새 등 어감마저 낯선 자연의 이름들을 수도 없이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야생이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집 근처 공원, 숲, 오솔길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도움을 받으면 아파트 단지에서조차 전원 생활을 할 수 있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말이다. 
결국 문제는 거리나 장소가 아니고, 얼마나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시선을 돌리느냐의 문제였던 것이다.    

독서 후에는 여전히 아스팔트와 보도블럭으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근접하여 상존하는 자연의 신성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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