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전문의 파킨슨병 실제 투병기 - 환자가 된 척추명의가 환자·가족·의료진에게 제안하는 실천 가이드
박춘근 지음 / 바이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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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명의'의 자아 재정립에 대한 기록

한 번이라도 가족이 장기 입원했던 사람은 안다.

투병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얼마나 견고했던 관계와 가치가 무너지고,

얼마나 불안하고 우울하게 만드는지.

게다가 평소 운동을 잘 했던 사람이 침상에 묶이게 되거나,

쾌활하고 유쾌했던 사람이 고통에 시달리게 되면,

그 변화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 얼마나 인생에 대한 큰 회의감을 불러오는지.

그리고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투병과 그에 따른 변화를 이야기한다.

명의로 인정 받는 의사가 어느 순간 불치병에 걸리게 되는 상황은

우리 인생의 연약함과 아이러니를 상징한다.

그러나 그 운명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필자도 자신을 재정립한다.

처음의 좌절과 고통에 힘겨워하지만,

그 밖으로 도망가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만의 사명을 찾는다.

그리고 그 결론은 의사로서 투병에 대한 경험과 기록을 축적하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의사로서 환자들을 치료만 하던 사람이,

어느새 많은 약들을 시간에 맞춰 먹어야 하고, 재활운동에 시간을 할애해야 하며,

악화되는 운동 및 감각능력을 지키기 위해 안절부절해야 하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감정적 동조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급격한 변화에 괴로워해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뼈아픈 경험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시 만들어가고,

관계에 대해 성찰하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아울러 병이라는 것이 어떻게 예고 없이 찾아오고, 투병을 하면서 신경써야 할 사항들을 정리한 부분은

지금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될 복지제도 현황을 소개하고,

파킨슨 병이라는 불치병에 대한 의학 및 투병 정보를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향후 사회 차원에서 갖춰 나가야 할 인프라, 제도, 인식 등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신경외과 전문의 파킨슨병 실제 투병기 #박춘근 #바이북스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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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행위 - 부서지는 인간, 활자 너머의 어둠 오에 컬렉션 2
오에 겐자부로 지음, 남휘정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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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전달자

누구나 환상을 꿈꾸고, 직접 접하고 싶어 한다.

일상은 현실 그 자체이며,

현실적인 것은 이미 지겹도록 보았기 때문이다.

현대에 이 갈망을 충족하는 중심 주체는 영화이다.

장르적 특성상 가장 즉각적이고 감각적으로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가장 불리한 예술 형태가 있다.

바로 문자로 하는 서술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영화는 1초만에 눈에 넣을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글은 서너 페이지를 할애해도 독자친화적으로 가공하기 어렵고, 순차적으로 읽어가야 한다는 특성상 소요시간 또한 길다.

그런데 여기, "글로써" 그런 환상을 선사하는 책이 나왔다.

그 눈부신 성과를 소화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이성적으로 씨름해야 하지만, 단언컨대 지금까지의 경험들을 초월하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2024년 오에 겐자부로 타계 1주년 기념 도서

과장한 찬사가 아니다.

정말 버릴 문장 하나가 없다. 모든 것이 명문이고, 머릿속에 혼란과 질서를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그 중에 백미는 1장이다.

쓴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 자체는 가공과 현실을 넘나들며 그 간격을 좁히기도 하고 늘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통해 평소에는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드러낸다.

"독서를 과연 경험이라 할 수 있을까"

라는 근원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건네준다.

그리고 그 설명 안에는 지금껏 보아온 클리셰가 정말 하나도 없다.

그 대신 공동의 상상력과 역사, 이야기와 축제, 신화와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필자가 표현한 "두려운 예감"에 대해 길을 제시한다.

상상과 현실에 대한 생각을 지금까지 누구보다도 환상적으로 재구성한다.

아울러 4, 5장에서는 현재진행하는 역사와 폭력, 사회와 인간이라는 주제에 대한 겐자부로의 식견을 만날 수 있다.

위대한 작가의 사상과 소회는 주제에 대한 내용은 물론, 그 생각을 어떻게 품위 있고 세련되게 전달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문학애호가라면, 7장을 추천한다.

각 장에서 고전과 위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하고 있지만, 특히 마지막 장에서의 서술은 압권이다.

오에는 작가의 역할을 "악몽의 전달자"로 규정한다.

자기 내면에 잠재된 원죄적 "어둠"을 확인하고, 동시에 그 안에 있는 "희미한 빛"을 인정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마친 후 드는 생각은 완전히 다른 차원에 빠졌다가 돌아온 듯하다는 것이다.

사고의 깊이, 그것을 표현하는 문장력이 전혀 다른 층위를 보여준다.

그가 서술하는 모든 주제는 신기루처럼 승화한다.

예컨대 여태껏 본 적, 상상한 적이 없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표현들로 이상과 실존이 혼합되어 마치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이 된다.



#오에 컬렉션 II #읽는행위 #오에겐자부로

#남휘정 #21세기문화원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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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 현대판 단테의 『신곡』 오에 컬렉션 5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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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신화라는 원천

오에의 시그니처 중 하나다.

공동의 발자취와 공동의 상상력이라 일차적으로 해석되지만, 이 구도는 그리 만만치 않다.

우선 오에의 세계관에서 그 스트럭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역사 - 신화

실제 - 가상

지금 - 그리운 시절

말 - 편지

숲 밖 - 숲

고향마을 이야기 속 인물 - 기이 형

오에 자신 - 소설 속 화자

실존 - 관념

사람 - 신성(divine)

인생 - 죽음

사라지는 시간 - 순환하는 시간

그리고 이 책은 이 구도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숲처럼,

골짜기(고향)의 역사와 신화를 둘러싼 구원과 재생에 대한 얘기다.

자아의 죽음과 재생 이야기

지금의 작가는, 그리운 시절에 보내는 편지를 통해,

숲 밖에서 이뤄지는 죽음을 재생하려고 한다.

어른들이 보금자리라 부르는 골짜기를 떠나지 않으리라던

어린시절의 덧없는 맹세

그러나 자신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숲에 살던 "기이 형"은 아름다운 옛모습을 잃고, 불온한 분위기를 풍기며 지쳐 잠든 모습으로 귀결한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개의 구도 속에서 각각의 세계를 오가게 되는 인간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아는 발현하고 고양하는 것이 아니라,

쇠락하고 죽어간다.

두 세계를 오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필연이자 불가피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자아가 시들어가고, 왜곡되며, 쇠퇴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일 것이다.

그것이 운명이고 섭리인 것이다.

자신은 그러지 않겠다는 것은 작가 말한 것처럼 덧없는 맹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본문에서처럼 "순환하는 시간"(섭리) 속에서 "그리운 시절에 편지를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끝까지 거부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소설 속 기이 형처럼

분노가 아닌 사랑을 설파하려 하는데

그 목적을 위해 어리석은 분노에 분노하다 보면,

결국 사랑이 아닌 분노를 설파하게 되는 아이러니에 "고요한 비탄"만 삼키게 될 것이다.

#오에 컬렉션 V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오에겐자부로

#서은혜 #21세기문화원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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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테니스 - 좋아하는 마음에 실패란 없다 아잉(I+Ing) 시리즈
원리툰 지음 / 샘터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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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인해 도움 받는 초보의 세계

늘 하는 것이 실수지만, 특히 그 발생이 미친듯이 높아지는 시기.

바로 초보의 시기다.

그 실수가 때로는 평생 초보로만 남게 만드는 장애물이 되기도 하고,

누구보다 능숙한 고수로 남을 수 있는 통과의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은 후자로 나아가는 과정이 담긴 이야기이다.

먼저 아무 것도 모르고 테니스를 시작한 필자가 초보자들의 친근감을 부른다.

게다가 직장인이며, 생각만 하다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좌충우돌 행동하는 타입이어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진짜, 아무런 기초 없이 테니스를 시작하는 얘기부터,

조금씩 장비나 환경을 갖춰나가는 에피소드들이 흥미롭다.

예컨대, 라켓의 선택에 대한 단상, 맨처음 잘못 구입한 일화, 예약하기 힘든 테니스 코트를 찾아다니는 이야기 등

이런 과정을 거쳐 글쓴이는 책의 마지막에 자신이 좋아했던 테니스 선수를 만나는 단계까지 이른다.

그리고 이 일련의 행동들이, 미소를 짓고 있는 초보들에게 말한다.

'도움이 좀 되었나요?'

취미로 인해 열리는 새로운 세계

이 책에서 테니스 못지 않게 재미있는 것은

새롭게 시작한 취미를 통해 필자가 들어가게 되는 새로운 세계의 모습이다.

테니스가 아니었으면, 만나지 않을 사람들, 해보지 않았을 시도들,

발생하지 않았을 고민들, 접하지 못했을 외연의 확장들.

그곳에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고, 그 교류를 통해 생기는 새로운 감정과 깨달음이 있었다.

예컨대, 혼자 하는 스포츠만 즐기던 필자가 예상치 않게 동호회를 만들고 성공적으로 운영한 에피소드,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필자가 어느 순간 작은 공간에 테니스 박물관을 꾸민 이야기 등등

이런 과정을 거쳐 글쓴이는 책의 마지막에 어엿한 테니스 동호인 단계까지 이른다.

그리고 이 일련의 행동들이, 일상의 지루함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새로운 세계가 궁금하지 않나요?'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기승전 테니스 #원리툰 #샘터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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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달달북다 1
김화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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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중 20~30대는 지지부진과 우유부단으로 점철된다.

무슨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고, 원래 그런 것이다.

인지되는 세계의 범위와 속도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행동을 제약하고,

꿈틀대는 희망과 기대는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

이 책은 그런 젊은이가 등장한다.

세계와는 불화하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고, 막연한 긍정적 기대가 역설적으로 삶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회사, 연애, 친구는 늘 주 관심사이지만, 애써 외면하며 자신의 다름을 내보이고 싶어 한다.

전진하는 것이 없고, 명확한 것이 없어, 재미가 없는 것을 불가피한 순환고리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녀 앞에 있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를 바라본다.

이 남자 앞에 붙은 수식어는 그 역시, 그녀와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암시한다.

자신의 대표적 특성이 개와의 산책이고, 세계의 속도 및 관계와 상관이 없으며, 시간의 격렬함이 없는 남자.

'현재라는 시간에 단단히 눌려있는 시루떡 속 팥 같은 나'라고 주인공은 자신을 말한다.

그리고 그런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기대 속에서 그 남자에게 느끼는 호감을 따라간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제3자가 보기에는 그 역시 그녀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다.

주인공의 친구는 그 남자와의 가까워짐을 반대하고,

주인공 역시, 그 남자와 있으면 재밌다고 말하지만, 반복되는 시시껄렁한 순환의 관계가 되어가고 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선택하는 돌파구도 암울하다.

절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없는 곳으로 가면서, 주인공은 새로운 뭔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그러나 독자들은 알고 있다. 그리고 어렴풋이 주인공도 한켠으로는 직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 새로움 같아 보이는 대안도 결국 지금의 상황을 더 악화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더 큰 무기력, 허무, 고민, 아울러 기대와 관계의 상실까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북다 #김화진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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