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한 찬사가 아니다.
정말 버릴 문장 하나가 없다. 모든 것이 명문이고, 머릿속에 혼란과 질서를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그 중에 백미는 1장이다.
쓴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 자체는 가공과 현실을 넘나들며 그 간격을 좁히기도 하고 늘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통해 평소에는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드러낸다.
"독서를 과연 경험이라 할 수 있을까"
라는 근원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건네준다.
그리고 그 설명 안에는 지금껏 보아온 클리셰가 정말 하나도 없다.
그 대신 공동의 상상력과 역사, 이야기와 축제, 신화와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필자가 표현한 "두려운 예감"에 대해 길을 제시한다.
상상과 현실에 대한 생각을 지금까지 누구보다도 환상적으로 재구성한다.
아울러 4, 5장에서는 현재진행하는 역사와 폭력, 사회와 인간이라는 주제에 대한 겐자부로의 식견을 만날 수 있다.
위대한 작가의 사상과 소회는 주제에 대한 내용은 물론, 그 생각을 어떻게 품위 있고 세련되게 전달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문학애호가라면, 7장을 추천한다.
각 장에서 고전과 위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하고 있지만, 특히 마지막 장에서의 서술은 압권이다.
오에는 작가의 역할을 "악몽의 전달자"로 규정한다.
자기 내면에 잠재된 원죄적 "어둠"을 확인하고, 동시에 그 안에 있는 "희미한 빛"을 인정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마친 후 드는 생각은 완전히 다른 차원에 빠졌다가 돌아온 듯하다는 것이다.
사고의 깊이, 그것을 표현하는 문장력이 전혀 다른 층위를 보여준다.
그가 서술하는 모든 주제는 신기루처럼 승화한다.
예컨대 여태껏 본 적, 상상한 적이 없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표현들로 이상과 실존이 혼합되어 마치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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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