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행위 - 부서지는 인간, 활자 너머의 어둠 ㅣ 오에 컬렉션 2
오에 겐자부로 지음, 남휘정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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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전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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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환상을 꿈꾸고, 직접 접하고 싶어 한다.

일상은 현실 그 자체이며,

현실적인 것은 이미 지겹도록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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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이 갈망을 충족하는 중심 주체는 영화이다.

장르적 특성상 가장 즉각적이고 감각적으로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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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가장 불리한 예술 형태가 있다.

바로 문자로 하는 서술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영화는 1초만에 눈에 넣을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글은 서너 페이지를 할애해도 독자친화적으로 가공하기 어렵고, 순차적으로 읽어가야 한다는 특성상 소요시간 또한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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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 "글로써" 그런 환상을 선사하는 책이 나왔다.

그 눈부신 성과를 소화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이성적으로 씨름해야 하지만, 단언컨대 지금까지의 경험들을 초월하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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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오에 겐자부로 타계 1주년 기념 도서

과장한 찬사가 아니다.

정말 버릴 문장 하나가 없다. 모든 것이 명문이고, 머릿속에 혼란과 질서를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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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백미는 1장이다.

쓴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 자체는 가공과 현실을 넘나들며 그 간격을 좁히기도 하고 늘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통해 평소에는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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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과연 경험이라 할 수 있을까"

라는 근원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건네준다.

그리고 그 설명 안에는 지금껏 보아온 클리셰가 정말 하나도 없다.

그 대신 공동의 상상력과 역사, 이야기와 축제, 신화와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필자가 표현한 "두려운 예감"에 대해 길을 제시한다.

상상과 현실에 대한 생각을 지금까지 누구보다도 환상적으로 재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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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4, 5장에서는 현재진행하는 역사와 폭력, 사회와 인간이라는 주제에 대한 겐자부로의 식견을 만날 수 있다.

위대한 작가의 사상과 소회는 주제에 대한 내용은 물론, 그 생각을 어떻게 품위 있고 세련되게 전달하는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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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문학애호가라면, 7장을 추천한다.

각 장에서 고전과 위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하고 있지만, 특히 마지막 장에서의 서술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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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는 작가의 역할을 "악몽의 전달자"로 규정한다.

자기 내면에 잠재된 원죄적 "어둠"을 확인하고, 동시에 그 안에 있는 "희미한 빛"을 인정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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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마친 후 드는 생각은 완전히 다른 차원에 빠졌다가 돌아온 듯하다는 것이다.

사고의 깊이, 그것을 표현하는 문장력이 전혀 다른 층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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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서술하는 모든 주제는 신기루처럼 승화한다.

예컨대 여태껏 본 적, 상상한 적이 없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표현들로 이상과 실존이 혼합되어 마치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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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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