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로미어 -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박성신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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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은교'의 한 구절이 준 임팩트는 강했다. 
나는 죄를 지어서 늙은 것이 아니다라는 한마디. 

노화는 이렇듯 우리에게 두려움, 끔찍함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 불가피성으로 인해 운명적 필연, 자연의 섭리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 소설도 이런 생각으로부터 출발한다. 

노화를 종말하도록 하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하지만 그런 시도는 분명히 부작용이 있을 거라는, 
이 양극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공상과학소설적인 판타지 성격이 있지만, 이 노화와 고령화라는 소재는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색다른 맛을 가미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다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노화란 무엇인가, 노인은 불필요한가, 초고령화 시대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회춘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이런 물음에 대해 자신은 어떤 입장에 서 있는가 등등'

아울러 탐정물과 미스테리적 요소도 차용하여, 위와 같은 의문의 무게감을 줄이고, 결코 재밌지 않을 소재의 지루함을 희석한다.    
또한 회춘하게 된 초능력 노인이라는 인공적 존재를 쫓는 모습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떠올리게 하고, 
빅브라더적인 거대기업과 정부는 '1984'를 연상시키는 등 익숙한 이미지들을 활용하기도 한다.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역시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것이어서 이 소설의 설정이 가질 수 있는 생소함을 줄여준다. 

소설 중 인물들은 각자 노화와 관련하여 다양한 관계를 지니고 있고 스스로의 사정을 가지고 있다. 
병에 걸린 어머니와 함께 있는 형사, 나이든 어머니를 증오하는 한 인물, 과학으로 노화를 없애려고 하는 기술적 인간 등등. 
그리고 그들은 모두 그런 상황과 자신의 사정에 있어, 노화라는 주제에 대해 선택을 강요 받게 된다. 



#텔로미어 #박성신 #북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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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 - 클래식 음악을 시작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안우성 지음 / 유노라이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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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며 사색하는 베토벤이 표지에 있다. 
그냥 아무 사진을 넣은 것이 아니라, 
저자가 생각하는 가장 베토벤적인 모습, 책의 주제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순간을 
심사숙고하여 선택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어가면서 알게 된다. 


1. 위대하고 위엄을 지닌 베토벤

베토벤이 더 살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내 삶을 줄일 수 있다. 
본 필자가 베토벤에 대해 갖는 존경과 애정의 정도이다.

음악이라는 예술을 통해 그는 한없는 감동과 감탄을 선사한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날 때마다 나는 베토벤을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런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 그에 대해 쓴 이야기이다. 

우선 베토벤의 불멸의 작품들을 알기 쉽게, 그렇지만 그 깊이를 포기하지 않고 설명한다. 
그 배경에서부터 작곡과 관련한 에피소드, 베토벤의 그 당시 상황, 음악사적 의미, 곡의 세부적인 분석에 이르기까지 
핵심을 모두 담고 있으며, 거시적이고 미시적으로 모든 각도에서 조명한다. 
입문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안내자가 될 것이고, 중급 감상자에게는 감상의 확장을 돕는 조언자가 될 것이며, 
전문가적 애호가에게는 추가 정보를 주는 친구가 될 것이다. 

아울러 QR코드를 통해 음악을 바로 감상할 수 있어 책 읽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2. 친절하고 진지한 저자

저자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싶다. 
본문을 읽으며 몇 번이고 저자의 이력을 다시 보았다. 
누군데 이렇게 난이도를 유연하게 조절하고, 디테일과 큰 그림을 모두 아우르며, 친절하지만 진지하게 설명을 잘 하는 걸까.
문장, 내용, 형식 등 모든 면에서 저자는 균형을 맞추고, 독자들에게 독서의 재미까지 느끼게 한다. 

특히 베토벤이 가진 혁신성에 대한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그 당시 그가 얼마나 선진적이고, 혁명적인 생각과 성과를 만들어냈는지, 그의 전후로 패러다임이 어떻게 달라지게 되는지, 
그의 전무후무하고 압도적인 음악사적 위상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정확하고 흥미롭게 서술한다. 

이런 저자의 역량 덕분에 독자는 베토벤이라는 위대한 인물이 추가했던 가치와 비전을 이해할 수 있고, 
베토벤이라는 음악의 성인이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일생의한번은베토벤을만나라 #유노라이프 #안우성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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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사용설명서 (1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양장) -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치유의 심리학
롤프 메르클레 외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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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휘둘린다. 
한없는 환희와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부정적 감정에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감정을 제어할 수는 없을까. 

이 책은 그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가장 먼저 필자가 강조하는 것은 감정의 선택권이다. 
흔히 감정은 자연히 발생하고 관리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필자는 분명히 선택권이라는 옵션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선택권을 찾아오는 것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제안한다. 

글쓴이가 이에 대한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감정이라는 것은 우리의 생각과 관점에 의해 생겨난다는 것이다. 
예컨대, 어느 사실이나 상황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은 모두 다르다. 
즉 각 개인의 생각과 시각에 따라 감정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과 관점은 선천적 기질뿐만 아니라, 후천적 학습에 의해서도 형성이 된다. 
이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통찰은 다음으로 이어지는 필자의 다른 주장들과 솔루션의 기초가 된다. 

따라서 어느 현상이나 사실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시각의 결정권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세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첫째 객관적으로 상황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고, 
둘째 그 관찰과 기록을 토대로 상황을 평가하는 것이며, 
셋째 그에 따르는 감정, 신체반응, 행동을 정리하고 그것을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교정하는 것이다. 

(이 세 단계를 거치는 동안, 필자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요소를 활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상상력이다. 
인간의 가장 신비한 능력을 사용하여, 상황의 긍정적인 면을 극대화하라고 조언한다.)

이런 주장들과 함께, 필자는 풍부한 사례와 상담 경험을 공유한다. 
본문은 마치 워크북처럼 꾸며, 독자들이 손쉽게 따라가면서 필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쯤 되면, 책 제목이 왜 저렇게 기능적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필자는 강조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인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습해서 습득해야 한다고.  
 


#감정사용설명서 #생각의날개 #롤프메르클레 #도리스볼프 #유영미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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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곽미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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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위로가 될 수 있는가.
사고의 수단일 뿐인 언어가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해방시킬 수 있는가. 

필자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독자는 필자의 얘기를 따라가면서, 언어가 어떻게 감수성의 대상으로 다가오는지를 경험한다. 
애초에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프랑스어는 필자에게 등장하고 그녀의 삶을 크게 변화시킨다. 
그리고 그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더 나아가 프랑스인들과 나누는 대화 한 구절 속에서 언어라는 것이 자신의 사고와 감정, 더 나아가 애정사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한 이러한 흐름을 목격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이 예상했듯이, 그녀는 그 언어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애쓰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는 마치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과 너무 유사하다. 
전혀 다른 세계, 전혀 알 수 없었던 세계로 나도 모르게 진입되어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빠져들게 되며 염려하고 신경쓰는 또 하나의 세계가 된다. 
모국어라는 태초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세상 외에 또 다른 세상이 추가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녀는 자아가 확장하고 성장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울러 언어를 시초로 하여, 개인적 관심사를 거쳐, 프랑스라는 사회 전체로 필자의 시선이 옮겨지는 것도 흥미롭다.
이국의 세계에서 생활하며 겪은 경험과 그것을 통해 하게 된 생각들을 유려하게 서술하며, 독자들도 새로운 세계를 맛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자신을 프랑스로 이끌었던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에 대한 단상을 풀어낸 부분도 감성표현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필자가 폴 발레리의 책 제목을 차용하여 말했던 것처럼, 자기가 속했던 시대가 새로운 시대로 대체되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사람이란 사라져가는 자신의 '과거로 뒷걸음질 치며 미래로 들어선다'고 표현한 대목은 인상적인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언어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 프랑스로 출국하는 와중에 공항에 마주친 모국어 책에서 위로는 받는 장면도 필자의 섬세한 감수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한다.    


#언어의위로 #동양북스 #곽미성
#디지털감성e북카페 #디지털감성e북카페서평단 #디지털감성e북카페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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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논어 - 2500년 고전에서 찾는 인생의 진리
야스토미 아유미 지음, 고운기 옮김 / 레디투다이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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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의 첫 문장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이 고색창연한 구절을 이 책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시작하며 서술한다.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자신의 감각을 팔어넘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1페이지 인용)

이 책은 이렇듯 논어라는 불멸의 고전을 혁신적으로 해석하여 즐거움을 준다. 

다시 서두에 언급한 문장으로 돌아가, 부연하자면,
무언가를 배우게 되면 기존에 자기의 감각을 통해 정립하고 있던 생각과 지식이 심대한 도전을 받아 무너지게 되고, 
새로운 감각을 통해 새롭게 세워지는 생각과 지식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즉 애초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감각을 배신하는 것이니, '팔아넘긴다'는 도발적인 표현이 설득력을 지닌다.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새로 받아들인 지혜를 피동적으로 수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체화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궁극적 깨달음이라는 마무리로 독자로 안내한다.  

또한 가장 인상적이고 대표적인 예시를 들었지만, 이런 통찰이 그 뒤로 계속 이어진다. 

이 책의 끝에 이르게 되면 몇 가지 핵심이 독자의 머릿속에 잔상을 남기게 되는데, 
본 필자의 경우는 게으름을 경계한 공자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선천적 조건, 재능, 운명에 안주하는 것을 '악'으로 지명하였다. 그리고 배우는 자세를 '인'이라 지칭한다. 
공자가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또한 본문에는 그야말로 '공자님 말씀' 같은 당연하고 지루한 얘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세상의 비판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변호하는 공자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예컨대, '공자와 은자'에서 그는 사람은 사회를 떠나 은둔하며 살 수 없고, 진정한 가치를 위해서는 세상에 나와 능동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p.s. 옮긴이의 에필로그가 명문이다. 자신이 이 책을 번역한 이유,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 책을 발견하게 된 에피소드도 들려준다. 


#초역논어 #야스토미아유무 #고운기 #레디투다이브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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