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방문객
클레어 김 지음, 선우현승 그림 / 하우어린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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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지만, 그들에게 딱 들어맞는 이야기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것은 너무 어른스러운 요소가 많고, 어느 것은 너무 유치해진다. 
부모가 보기에는 재밌어 보이는데 아이들은 너무 지루해 하기도 하고,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은 책인데 아이들은 아주 좋아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맞추기 힘든 균형 달성을 잘 이루어냈다.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라는 점이다. 
우선 조금씩 가까워지는 고양이와의 관계, 그리고 서로 암묵적인 친구가 되어가는 줄거리를 안정적인 템포로 진행한다. 
얘기의 반복되는 패턴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이야기는 고양이의 방문이라는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작은 변주를 주면서 반복한다. 
그 변주와 함께 점증되는 감정의 강도와 행동의 변화가 느껴지도록 구성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뽀송뽀송함, 보들보들함, 포근함, 따뜻함 등의 감각적 체험을 연상하게 하는 것도 줄거리를 다채롭게 만든다. 
한편, 사람으로 된 등장인물을 배제하고, 고양이를 중심으로, 그 주변 일상적 사물과 한밤의 풍경을 기반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도 특색 있다. 
예컨대, 불현듯 찾아온 불청객 같은 고양이는 올 때마다 비옷, 목도리, 장갑 등의 앙증 맞은 아이템을 하나씩 들고 오고, 각 물건에 맞는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고양이는 점차 불청객에서 자주 찾아오는 익숙한 손님이 되어간다. 
더불어, 같은 풍경 같지만, 흐린 밤 풍경, 별이 쏟아지는 밤 풍경, 눈이 내리는 밤 풍경이 미묘하게 묘사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독서의 재미를 선사한다.   

다음으로 독특한 포맷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영문과 국문이 함께 실려 있어 영어와 국어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다
따라서 언어 공부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에게 큰 장점이 된다. 
그리고 같은 페이지에 국문과 영문을 병행해서 기재한 것이 아닌 것도 주목을 끈다. 
책을 뒤집으면 언어가 변경된 버전의 그림 책이 되는 재미 있는 형식이어서 연령대 상관없이 아이들의 호응을 받기 쉽다. 
두 언어로 서술하면서 한 페이지에 글자가 많아지면 독서의 집중도와 흥미가 떨어지는 것도 막아준다. 
아울러 한글로 된 내용을 번역한 것이 아닌, 영어권 국가에서 학위 과정을 마친 작가가 직접 영문으로 집필한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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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서양
니샤 맥 스위니 지음, 이재훈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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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문화의 광범위성, 유동성, 전파성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역사학에서는 그와 정반대적인 개념이 세계관을 지배하고 있다. 
바로 '서양' 혹은 '서양 문명'이라는 개념이다. 
이 세계관은 서양 문명과 문화라는 것이 특정지역에 한정되고, 고정적이며, 독점적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런 역설이자 허구인 서양이라는 관념에 대한 지적인 도발이자 비판인 이야기이다. 

가장 빼어난 점은 혁명적인 통찰과 주장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핵심에 있는 것은 서양이라는 개념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사실과 명백히 다르고,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이미 독자들은 머릿속에서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역사에 대한 제일 지배적이고 확고한 기준과 관점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경천동지할 이론을 차근차근 심도 있게 서술해나간다. 
무릎을 탁 치게 할 정도로 뛰어난 통찰을 보여주고, 방대한 자료와 근거논리를 제시한다. 
이는 자신의 영감을 믿고 그 주제에 치열하게 천착한 연구자로서만 가능한 일이다. 
예컨대 저자는 워싱턴 DC의 의회도서관 열람실에서 올려다본 열여섯 개의 등신대 동상을 바라보며, 단순히 그 위엄에 경도되지 않았다. 
그 반대로 그것들이 강요하고 과시하는 이념과 전통이 과연 고정불변한 진리인가, 이에 대한 반론은 있을 수 없는가 등을 생각해낸다 
그리고 이런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수십년 동안 연구에 몰두한다. 
그 결과 그녀는 그 도열해 있는 동상들이 상징하는 서양 문명이라는 허상을 밝혀내고 새로운 역사적 서사와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설득시킨다. 

다음으로 우아하고 문학적이며 강렬한 문체를 구사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상에 대한 설명, 그에 대한 근거 제시, 새로운 개념과 사고체계 제안 등에 있어, 저자는 평범하고 지루한 문체로 기술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함축적이며 단도직입적이고, 명확하면서 아름답고, 논리적이지만 강력한 문장을 사용한다. 
예컨대, 서양이라는 개념의 권위성을 '서양 문명이라는 거대 서사에 있어, 상상된 원점이자 발상지라는 특별한 지위', '서양의 세계 지배를 정당화하는 제국 헌장'이라고 표현한다. 
또한, 서양이라는 허구성을 대신할 새로운 개념을 생각할 때라는 것을 '역사의 거대 서사와 구성된 본질의 정치적 중요성을 고려하면서 새로운 기원과 정체성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역설한다. 

끝으로 이상에서 언급한 강점들 외에도 이 책은 수많은 장점들이 있다. 오랜만에 지적인 즐거움과 시사적 의미를 지닌 책이 출간되었다.   

#만들어진서양 #열린책들 #서양 #역사 #THE_WEST #니샤맥스위니 #문화충전 #서평이벤트

<이 글은 문화충전 200%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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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나이토 히로후미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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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와인의 인기 비결은 이야기 거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그 자체의 맛과 향은 기본이고, 그것과 관련한 인간 문화의 깊이, 재미 있는 일화들, 그것에 반영된 인간의 특성 등까지, 파고 들어갈수록 발굴되는 지식과 정보는 늘어나기만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와인의 고유성을 만끽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장 큰 장점은 독서의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다. 
출판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지닌 필자는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게다가 저자의 출신이 출판 강국 일본이라는 점이 그런 그의 강점을 더욱 배가시킨다. 
그 자체로 흥미로운 소재인 와인에 더하여, 그것과 관련한 역사, 예술, 종교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접근으로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풍부한 회화자료, 상세한 설명이 추가된 지도, 이해를 돕는 시각 자료 등이 게재된 것도 본문의 퀄리티를 높이고 독자의 흥미를 강화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특히 역사적 사실들과 와인 이야기를 접목하는 실력이 뛰어나다.   
와인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어떤 기가 막힌 우연이 발생했는지, 어떤 우스꽝스러운 역사적 아이러니가 존재하는지, 어떤 역사적 맥락이 촉발되었는지 등을 재미 있고, 의미 있게 서술한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몰입감 있는 역사와 와인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이 점은 필자가 얼마나 관련 자료 조사를 많이 하고, 그것을 총체적으로 엮어내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본문의 광범위한 스펙트럼이 장점이다. 
우선 고대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두루 다루고 있고, 순차적인 흐름에 얽매이지 않고 주제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아울러 특정 나라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내용의 다채로움을 획득한다. 
게다가 역사 측면에 치우치지 않고, 대중문화, 지리, 사회, 경제, 문학, 종교 등 다방면에서 와인을 이야기하고 있어, 그 에피소드의 다양성이 독서의 재미를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챕터 중간중간에 삽입한 와인에 대한 상세한 정보 역시, 이 책의 질적 수준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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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페라 - 마에스트로가 들려주는 오페라 속 세계사
양진모 지음 / 책과함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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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아름다운 선율과 가수의 감동적인 노래가 만들어내는 심리적 긴장 및 카타르시스는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만들어준다.
그런데 그 기억은 역사라는 또다른 기억이 가미될 때 더욱 그 풍미가 깊어지고 상징성이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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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페라 - 마에스트로가 들려주는 오페라 속 세계사
양진모 지음 / 책과함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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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오페라의 아름다운 선율과 가수의 감동적인 노래가 만들어내는 심리적 긴장 및 카타르시스는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만들어준다. 
그런데 그 기억은 역사라는 또다른 기억이 가미될 때 더욱 그 풍미가 깊어지고 상징성이 강화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한 층위 높은 감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가장 큰 강점은 역사와 음악이라는 두 분야가 어떻게 밀접히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오페라는 그 자체로서 예술의 완전성을 지닌다. 그러나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그것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 
모순처럼 들리는 이 명제는 역사라는 문화적 맥락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모든 문화적 활동은 역사라는 시공 위에서 존재한다. 
마치 우리라는 물리적인 존재가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아무리 완벽한 예술일지라도, 그것은 역사 속의 고유한 존재 좌표를 지니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역사와 불가분의 상호소통 관계를 맺는다. 
이 책은 그 지점을 거시적이며 동시에 미시적으로 정확히 짚어낸다. 
예컨대, 오페라라는 예술작품이 어떻게 역사적 문맥과 시대적 정신을 반영하고 있는지, 그 투영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그것이 오페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오페라와 역사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는지 등등을 알려준다. 
특히 역사에 대한 설명은 그 자체로 훌륭한 교양서 수준을 만족할 정도로 상세하고 정확하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는 역사 부분은 오페라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부수적인 수준에 머무는데 반해 이 책은 오히려 역사가 중심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그만큼 필자가 역사에 대해 많은 조사를 하고, 그것을 오페라와 접목하기 위해 깊은 고민을 했다는 증거이다. 

다음으로, 풍부한 시각 자료와 음악적 정보를 싣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전체가 컬러로 된 본문은 수많은 그림, 사진을 포함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런 풍성함 역시 학교의 역사 교과서 수준으로 뛰어나다. 
따라서 독자는 내용과 연관한 다양한 자료들과 함께 다각적으로 독서를 즐길 수 있다. 
또한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해당 오페라의 음반 정보와 명반을 소개하는 파트가 있어 음악적 욕구까지 충족해준다. 
게다가 웹 코드와 링크까지 첨부되어 부가적인 시청각 자료를 접할 수도 있다. 
 
#오페라 #세계사 #인문학수업 #히스토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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