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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평점 :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우리는 밤마다 현실에서, 현재에서 사라진다.
알 수도 없고, 기억도 나지 않는 곳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작별의 인사를 했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만남의 인사한다.
그렇게 조금씩 이별의 반복을 하다가, 어느날은 영원한 이별을 한다.
그리고 이 헤어짐은 대개 갑자기 일어난다.
그 갑작스러움을 상쇄하기 위해 우리는 밤마다 인사를 한다.
이 책은 이별, 결별, 사라짐,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억이라는 삶의 갖가지 기둥들로 이뤄진 회랑, 통로, 탈출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극 중 인물들은 과거의 철학자, 소설가, 과거의 역사, 사소한 이야기들로 대화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 얘기들을 친구 삼아 걷고, 이동하고, 생각을 공유하고,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이 세계에서 서로 건네주고, 간직할 수 있는 조약돌의 온기를 찾는다.
하지만 점점 분명해지는 것은 과거의 사람들이 그러했듯, 과거의 세상이 그러했듯,
모든 것은 사라지고 유한하다는 것이다.
오직 그 단편들만이 남아서,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으로, 저 사람에게서 이 사람으로 옮겨다닐 뿐이다.
마치 과거 철학자와 소설가의 문장을 주고 받는 소설 속 인물들에게서처럼.
사라지지 않기에는 장애물들이 너무 많다. 전쟁, 참사, 암, 권태, 망각 등등.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인물들 사이에서는 조금씩 사랑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영원으로 가는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언제나 잃어버리는 것과 연관된다.
사랑은 태생적으로 언제나 밤의 인사와 연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