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인 R. 타고르, 미술교육의 개척자 되다
최은주 지음 / 예술시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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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시인과 교육.
함께 있는 것이 익숙하거나, 서로 잘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다. 
물론 둘 다 긍정적이고 좋은 단어이다.  
그러나,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 서정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라는 속성이 기저에서 충돌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실에서 시인이면서 교육자인 경우가 드문 것도 이런 부조화를 증명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 역시, 시인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개척자가 되었다는 서사적 긴장감을 활용한다. 

이 책은 인도 시인이라는 한정된 위상에 있던 타고르가 어떻게 사회적 미술교육자라는 확장적 역할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큰 강점은 타고르를 통해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세계를 바라보는 보편적 가치를 상기시켜준다는 것이다. 
타고르는 인도라는 굉장히 한정된 지역의 시인일 뿐이다. 그 사람에 대해 다른 나라, 다른 대륙의 사람들이 알기도 힘들 뿐더러, 알아야 할 이유도 크지 않다. 
물론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글로벌적 이벤트의 주인공인 예외적 지위가 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예술성, 문학성에 국한된다. 
시라는 장르의 문학을 벗어나는 그의 사상과 철학까지는 세계인들에게 보편적 주제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그 생각이 바뀌게 된다. 
그곳에는, 시라는 제한적인 영역을 뛰어넘는 사상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 세계 시민적 타고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아름다운 문구, 감동적인 서정을 전달하는 시인이 아니었다. 
그 시대, 그 공간에서 사회와 인류의 보편적 문제를 고민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민이었다. 

예컨대, 식민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주위의 모두가 내셔널리즘에 빠져 있을 때, 국가와 민족이라는 존재의 위험성과 한계를 직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외재적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 아래, 힘과 효율성을 중시하고, 무정하고 가혹한 기계적인 특성을 지니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인도 문제의 해결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고, 세계에 해당하는 문제 해결에 고민하고 공헌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한다. 
아울러, 사회의 문제를 아집과 배제로 첨절된 정치적이 아니라, 개방과 포용을 동반하여 사회적으로 인식하고 다루어야 한다는 통찰도 보여준다.     

이와 같은 그의 생각과 실천은 한 나라의 시인이라는 협소한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세계 시민적 면모이다. 
우리는 그러한 그의 서사를 통해, 이상적인 시민의 모습은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다. 

ps
이밖에도 유희와 즉흥이라는 특성이 예술과 교육에 공통된다는 생각, 교육과 예술에 있어 조화와 통일성이 중요하다는 생각, 
인도 근대미술의 형성 과정 및 그것이 가지는 시사성, 국제화와 정체성 사이에서의 균형 모색 노력, 공동체적 사회와 보편적 휴머니즘 등 
한국의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여러 아이디어가 본문에 있다. 
 

#최은주 #인도시인타고르미술교육의개척자되다 #뿌시낀하우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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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과 진주 다정다감 그림책 27
티나 발레스 지음, 누리아 솔소나 그림 / 다정다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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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다소 특색 없어 보이는 표지에 제목은 너무 문안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첫 페이지를 펼치면서 그 첫인상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섬세한 묘사와 아름다운 구도가 시선을 한 번에 붙잡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최근 읽은 아이들 대상 그림 책 중에 단연코 최상위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저작이다. 

가장 큰 강점은 잘 구성된 서사와 뛰어난 그림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우선 이야기적으로는, 바다가 무서웠던 어린 굴이 어떻게 당당하게 자기 생각과 주장을 만들어가며 세계 속에 우뚝 존재하게 되는지를 한 편의 성장 드라마처럼 잘 만들었다. 
아울러 모래알이라는 불청객과 굴이 만들어가는 의견 충돌과 우정을 위트 있게 그려내어 아주 흥미롭다.   
함께 읽는 부모조차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아울러 이런 줄거리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것을 넘어, 그 자체만으로도 이 책의 중심 역할을 하는 빼어난 그림이 있다. 
활자를 보지 않고 그림만 보아도 충분히 감동을 줄 정도이다. 
아이들 책은 어느 정도 허술한 측면이나 너무 많이 생략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바닷속이라는 신비한 공간의 분위기를 예쁘게 구현하고, 굴이라는 묘사하기 힘든 대상까지 디테일한 그림으로 그 형태와 특성을 잘 전달한다. 
아울러 주인공인 굴과 진주 외에도 다양한 바다 생물들이 등장하여 바다의 다채로움과 자연의 아룸다움을 전해준다. 

다음으로 책의 후반에는 굴과 진주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어, 아이들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 
굴 속에서 진주라는 보석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기 쉽게 기술한다. 또한 굴의 생물학적 특성과 생태학적 지식도 설명하여 교양서의 기능도 한다. 
특히 본문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굴과 진주에 대해 핵심 내용을 알려주어, 기억에 오래 남고 교육적 효과도 배가된다. 

오랜만에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그림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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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방문객
클레어 김 지음, 선우현승 그림 / 하우어린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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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지만, 그들에게 딱 들어맞는 이야기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것은 너무 어른스러운 요소가 많고, 어느 것은 너무 유치해진다. 
부모가 보기에는 재밌어 보이는데 아이들은 너무 지루해 하기도 하고,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은 책인데 아이들은 아주 좋아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맞추기 힘든 균형 달성을 잘 이루어냈다.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라는 점이다. 
우선 조금씩 가까워지는 고양이와의 관계, 그리고 서로 암묵적인 친구가 되어가는 줄거리를 안정적인 템포로 진행한다. 
얘기의 반복되는 패턴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이야기는 고양이의 방문이라는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작은 변주를 주면서 반복한다. 
그 변주와 함께 점증되는 감정의 강도와 행동의 변화가 느껴지도록 구성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뽀송뽀송함, 보들보들함, 포근함, 따뜻함 등의 감각적 체험을 연상하게 하는 것도 줄거리를 다채롭게 만든다. 
한편, 사람으로 된 등장인물을 배제하고, 고양이를 중심으로, 그 주변 일상적 사물과 한밤의 풍경을 기반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도 특색 있다. 
예컨대, 불현듯 찾아온 불청객 같은 고양이는 올 때마다 비옷, 목도리, 장갑 등의 앙증 맞은 아이템을 하나씩 들고 오고, 각 물건에 맞는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고양이는 점차 불청객에서 자주 찾아오는 익숙한 손님이 되어간다. 
더불어, 같은 풍경 같지만, 흐린 밤 풍경, 별이 쏟아지는 밤 풍경, 눈이 내리는 밤 풍경이 미묘하게 묘사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독서의 재미를 선사한다.   

다음으로 독특한 포맷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영문과 국문이 함께 실려 있어 영어와 국어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다
따라서 언어 공부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에게 큰 장점이 된다. 
그리고 같은 페이지에 국문과 영문을 병행해서 기재한 것이 아닌 것도 주목을 끈다. 
책을 뒤집으면 언어가 변경된 버전의 그림 책이 되는 재미 있는 형식이어서 연령대 상관없이 아이들의 호응을 받기 쉽다. 
두 언어로 서술하면서 한 페이지에 글자가 많아지면 독서의 집중도와 흥미가 떨어지는 것도 막아준다. 
아울러 한글로 된 내용을 번역한 것이 아닌, 영어권 국가에서 학위 과정을 마친 작가가 직접 영문으로 집필한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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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서양
니샤 맥 스위니 지음, 이재훈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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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문화의 광범위성, 유동성, 전파성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역사학에서는 그와 정반대적인 개념이 세계관을 지배하고 있다. 
바로 '서양' 혹은 '서양 문명'이라는 개념이다. 
이 세계관은 서양 문명과 문화라는 것이 특정지역에 한정되고, 고정적이며, 독점적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런 역설이자 허구인 서양이라는 관념에 대한 지적인 도발이자 비판인 이야기이다. 

가장 빼어난 점은 혁명적인 통찰과 주장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핵심에 있는 것은 서양이라는 개념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사실과 명백히 다르고,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이미 독자들은 머릿속에서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역사에 대한 제일 지배적이고 확고한 기준과 관점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경천동지할 이론을 차근차근 심도 있게 서술해나간다. 
무릎을 탁 치게 할 정도로 뛰어난 통찰을 보여주고, 방대한 자료와 근거논리를 제시한다. 
이는 자신의 영감을 믿고 그 주제에 치열하게 천착한 연구자로서만 가능한 일이다. 
예컨대 저자는 워싱턴 DC의 의회도서관 열람실에서 올려다본 열여섯 개의 등신대 동상을 바라보며, 단순히 그 위엄에 경도되지 않았다. 
그 반대로 그것들이 강요하고 과시하는 이념과 전통이 과연 고정불변한 진리인가, 이에 대한 반론은 있을 수 없는가 등을 생각해낸다 
그리고 이런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수십년 동안 연구에 몰두한다. 
그 결과 그녀는 그 도열해 있는 동상들이 상징하는 서양 문명이라는 허상을 밝혀내고 새로운 역사적 서사와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설득시킨다. 

다음으로 우아하고 문학적이며 강렬한 문체를 구사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상에 대한 설명, 그에 대한 근거 제시, 새로운 개념과 사고체계 제안 등에 있어, 저자는 평범하고 지루한 문체로 기술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함축적이며 단도직입적이고, 명확하면서 아름답고, 논리적이지만 강력한 문장을 사용한다. 
예컨대, 서양이라는 개념의 권위성을 '서양 문명이라는 거대 서사에 있어, 상상된 원점이자 발상지라는 특별한 지위', '서양의 세계 지배를 정당화하는 제국 헌장'이라고 표현한다. 
또한, 서양이라는 허구성을 대신할 새로운 개념을 생각할 때라는 것을 '역사의 거대 서사와 구성된 본질의 정치적 중요성을 고려하면서 새로운 기원과 정체성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역설한다. 

끝으로 이상에서 언급한 강점들 외에도 이 책은 수많은 장점들이 있다. 오랜만에 지적인 즐거움과 시사적 의미를 지닌 책이 출간되었다.   

#만들어진서양 #열린책들 #서양 #역사 #THE_WEST #니샤맥스위니 #문화충전 #서평이벤트

<이 글은 문화충전 200%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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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나이토 히로후미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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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와인의 인기 비결은 이야기 거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그 자체의 맛과 향은 기본이고, 그것과 관련한 인간 문화의 깊이, 재미 있는 일화들, 그것에 반영된 인간의 특성 등까지, 파고 들어갈수록 발굴되는 지식과 정보는 늘어나기만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와인의 고유성을 만끽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장 큰 장점은 독서의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다. 
출판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지닌 필자는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게다가 저자의 출신이 출판 강국 일본이라는 점이 그런 그의 강점을 더욱 배가시킨다. 
그 자체로 흥미로운 소재인 와인에 더하여, 그것과 관련한 역사, 예술, 종교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접근으로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풍부한 회화자료, 상세한 설명이 추가된 지도, 이해를 돕는 시각 자료 등이 게재된 것도 본문의 퀄리티를 높이고 독자의 흥미를 강화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특히 역사적 사실들과 와인 이야기를 접목하는 실력이 뛰어나다.   
와인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어떤 기가 막힌 우연이 발생했는지, 어떤 우스꽝스러운 역사적 아이러니가 존재하는지, 어떤 역사적 맥락이 촉발되었는지 등을 재미 있고, 의미 있게 서술한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몰입감 있는 역사와 와인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이 점은 필자가 얼마나 관련 자료 조사를 많이 하고, 그것을 총체적으로 엮어내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본문의 광범위한 스펙트럼이 장점이다. 
우선 고대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두루 다루고 있고, 순차적인 흐름에 얽매이지 않고 주제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아울러 특정 나라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내용의 다채로움을 획득한다. 
게다가 역사 측면에 치우치지 않고, 대중문화, 지리, 사회, 경제, 문학, 종교 등 다방면에서 와인을 이야기하고 있어, 그 에피소드의 다양성이 독서의 재미를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챕터 중간중간에 삽입한 와인에 대한 상세한 정보 역시, 이 책의 질적 수준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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