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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예찬
스테파니 오셰 지음, 이소영 옮김 / 마음의숲 / 2025년 9월
평점 :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우리가 지금 고양이를 이토록 사랑한다면, 인류가 문명적 자각을 한 이후부터 계속해서 그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을 것이라는 것을.
즉 시대를 불문하고, 그 많은 위인들, 명사들, 예술가들, 사상가들 역시 고양이를 사랑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단순히 잠깐 그 애착을 느끼고 사라졌을 리가 없다.
그에 대한 말과 생각을 남기고, 이야기를 만들었을 것이고, 문학과 미술, 음악과 이론에 그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본원적인 신화와 원초적인 언어에도 그 영향이 있었을 것이고, 사회와 문화에 절대적이고 상대적으로 족적을 뿌려놓았을 것이다.
이 깨달음을 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큰 장점은 고양이라는 작은 대상을 채택했지만, 그 문장과 내용의 영역은 매우 거대하다는 것이다.
그저 일상을 같이 하는 고양이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문화 및 신화 속에 존재하는 고양이를 논한다.
존경을 받은 위인들의 고양이 예찬을 시작으로, 추상적인 개념과 접목하여 지적인 쾌감을 선사하기도 하고, 통속적인 주제들과 연관하여 영감을 주기도 한다.
존재의 본질적인 특성을 기반으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흥미로운 통찰로 독서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여러 상징과 비유를 설명하며 자신의 식견과 애착을 강조하기도 하고, 친절한 해설과 서술로 고양이를 친근한 대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특히 마지막 챕터의 '신'의 내용은 이 책의 백미이다.
고양이가 지닌 특질을 비가시성, 편재성, 전지성이라는 관념과 연결하여 저자 자신의 글쓰기 솜씨를 마음껏 뽐낸다.
예컨대, 인지했다고 단정하는 순간 사라지고 마는 고양이는 비가시적 존재라는 설명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존재하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보이지 않는다는 특성을 독자들의 머릿속에 확정한다.
또한 광범위한 활동 반경과 재빠른 움직임을 편재성이라는 개념으로 일컬으며,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듯한 신비로운 성격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영롱한 눈동자와 인간과의 눈맞춤을 피하지 않는 고양이에게서 전지적 신성을 발견하며, 그 인지적 위상을 높이기도 한다.
끝으로 이와 같은 비가시성, 편재성, 전지성을 결합하여, 고양이는 신성한 특성을 지닌 영감적 존재라는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흐름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