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 톨스토이와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인생
석영중 지음 / 예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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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내가 기억하는 그는 위대한 소설가이며, 러시아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상가이기도 하다. 대하역사소설 전쟁과 평화를 비롯한 그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 그의 나이 마흔 아홉에 완성시켰던 안나 카레리나. 개인적으로도 톨스토이의 수많은 책 가운데 가장 먼저 기억나는 작품이 바로 안나 카레리나이기도 하다.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란 책은 톨스토이의 문학을 통해 그의 인생론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톨스토이는 작가임에 불구하고, 무척이나 실용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문학을 사랑하고, 그의 인생에 대해 더욱 궁금했던 찰나 이 책을 만나게 되어 톨스토이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조금은 해소시켜 줄 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에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1870년대 러시아를 배경으로 쓰인 안나 카레리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고위 관리 카레닌과 그의 아내 안나, 그리고 안나와 내연관계인 브론스키, 브론스키를 사랑하는 여인 키티,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이라 볼 수 있는 레빈 등 안나 카레리나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요즘 유행하는 막장 드라마, 혹은 불륜 드라마로도 보일 수 있는 작품이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톨스토이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안나 카레리나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안나 카레리나야말로 세계의 명작으로 손꼽히며 사랑과 윤리, 예술과 죽음 등 인생에 대한 톨스토이의 생각을 가장 많이 내포하고 있는 작품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 일이지만 안나 카레리나를 읽은 후 엄청난 충격에 휩쌓였던 기억이 난다.




톨스토이는 젊은 시절부터 방탕한 생활을 즐기며 살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과 같이 방탕한 인간들의 집단이었던 사교계와 도시를 혐오했다는 사실을 전쟁과 평화, 크로이체르 소나타, 안나 카레리나 등 그의 여러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톨스토이를 읽으면 읽을수록 삶을 대하는 자세나 생각이 조금씩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어린 시절 읽었던 안나 카레리나는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 수 있었던 그 작품과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중요한 것은 톨스토이는 삶의 진정한 의미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성토하고 있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톨스토이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며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시 스스로 반성하며 누구보다도 인간다운 삶을 갈망했다는 점이다.




시대를 초월하며 사랑받고 있는 톨스토이가 인류에게 남기고자 했던 것은 결국 사람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였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고,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란 책을 통해 나는 가깝고도 멀게만 느꼈던 톨스토이를, 톨스토이의 문학을 다시 한 번 제대로 즐겨볼 수 있었다. 톨스토이 자신이 믿고 행하고자 했던 그 진리는 결국 우리가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톨스토이의 윤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도덕에 미쳐있던 톨스토이는 조금 생소한 제목으로 다가왔지만 책을 덮으며 그만큼 도덕에 미쳤고, 인류가 꿈꿔야 할 진리를 주장했던 거장이 또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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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지 않아
주스틴 레비 지음, 이희정 옮김 / 꾸리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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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코드와 해리포터를 누른 전 유럽 베스트셀러
프랑스 대통령 부인 카를라 브루니의 파리 스캔들을 다룬 소설




저자 주스틴 레비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였고, 프랑스 문학 역시 좋아하는 작가 몇 몇을 제외하고는 내게 무척이나 생소한 분야란 생각이 들었지만 심각하지 않아를 소개했던 이 두 가지 문구가 나를 이 책에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했던 것 같다. 상류사회, 그것도 영부인의 스캔들이라니.. 이제껏 접해보지 못했던 색다른 소재는 내게 충격적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심각하지 않아라는 제목이 내게는 무척이나 심각해 보였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루이즈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할머니의 장례식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그녀는 다소 엉뚱하거나 이해하기 쉽지만은 않은 인물이란 첫인상을 풍기며 등장한다. 그녀는 할머니 장례식에서조차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냉정하고 무덤덤한 상태였다. 그만큼 감정은 메말라 있었고 슬픔을 슬픔으로 느낄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이토록 최악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전남편 아드리앙때문이다. 몸은 두 개지만 영혼은 하나였던 아드리앙과의 사랑은 슬프다 못해 너무나 기가 막히는 상황으로 그가 루이즈를 떠남과 동시에 찬란했던 그녀의 인생도 끝이 난것이다. 아버지의 여자를 가로챈 아드리앙을 보며 프랑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려니 싶었다.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는 지금 상황에 한국판 막장 드라마는 이 책에 비하니 막장도 아니구나 싶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루이즈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 전, 책의 초반은 건조하고 아무런 느낌을 가질 수 없는 느낌에 조금은 지루함마저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랑하는 할머니의 죽음, 부모의 이혼, 엄마의 항암치료, 아드리앙은 바람이 나서 그녀를 떠나버렸다. 이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있을 수 있을까?
오히려 매 순간 무덤덤한 그녀의 행동과 생각들을 읽다보면 인생이란 거 정말 생각하기 나름이구나 싶다가도 너무나 힘겹고,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아마 루이즈는 넋이라도 나간게 분명하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어느덧 나는 자연스레 루이즈와 하나가 되어 모든 슬픔이 아드리앙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그녀의 말을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악몽을 꾸는 것, 폭식증과 거식증에 시달리는 것,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 날씨가 나쁜 것, 사스, 눈가의 다크서클, 처음 주름이 생긴 것, 엄마의 병까지 이 모든것은 전부 아드리앙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길었다. 루이즈가 원하건, 원치 않건간에 파블로가 그녀의 새로운 사랑이 되어 나타났고, 늘 곁에 있어주며 어느새 그녀의 위로와 안식이 되어준다. 이 책은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썩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한 문장들이 그 어떤 소설보다 많았고, 루이즈를 오래토록 기억해주고 싶은 연민마저 들게 한 책이다.




삶은 초고인 것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다름 이야기를 위한 준비 작업이다.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지우고 또 지워서 어느 정도 깨끗해지고 오타가 없어지면 끝이 난다. 그러면 떠날 일만 남는다. 
그래서 삶은 긴 것이다. 심각할 것 하나 없다.




심각하지 않아는 인생이란 커다란 둘레속에 너무나 심각해 보이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비겁하지 않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부딪히며 이겨내는 주인공을 통해 인생은 그렇게 또 흘러가는 것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삶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로 가득 차 있으며, 어떤 빛깔이 되어가든지 우리는 남은 그림을 완성해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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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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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고, 언제나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이 모두 똑같은 하나의 목적으로 책을 읽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마다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은 모두 다를테고, 같은 책을 읽고난 후에도 사람들에게 전달되어지는 메세지는 모두 다 제각각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책을 읽음으로써 책을 얻는 것. 
이제까지 나의 책읽기는 책을 읽고, 책으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전부였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매번 주제만 달라질 뿐 늘 같은 패턴으로 책을 읽고, 그 책을 느껴왔던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 담겨 있었던 의미를 가진 풍경을 이야기하던 저자와의 첫대면은 새로운 친구에 대한 설레임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학창시절의 나는 저자처럼 많은 책을 접하지 못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세상을 바라보던 맑은 시선이나, 풍부한 감수성을 그냥 놓쳐버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안타까움마저 들기도 했다. 저자 스스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녀는 지독한 독서광도, 열정적인 미술 애호가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책으로 얻을 수 있었던 무한한 감동은 아련한 추억을 꺼내볼 수 있었던 시간을 만들어주기도 했고, 동시에 책을 더 아름다운 마음가짐으로 읽을 수 있는 동기부여도 만들어 주었다. 문학과 그림을 함께 즐길 수 있었던 경험은 오랫동안 값진 추억으로 기억될 것만 같다.




대한민국 문학사의 위대한 별이신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시작으로 박완서님이나 오정희님, 황순원님 등 나 역시 흠모하던 분들을 차례대로 만나는 동안 내가 읽어보질 못했던 작품들은 따로 메모해가며 스토리에 흠뻑 빠져들었다. 여기에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작품과 애초부터 하나였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만큼 잘 어울리는 그림들은 작품의 깊이를 더해주었고,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저자의 값진 경험들이 내 마음속 풍경으로 켜켜이 쌓이기 시작했다. 작가들의 독서법이나 다양한 취향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내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나 이번 곽아람식 독서법은 나의 정서와 비슷하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느낌에 이 책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픈 책으로도 기억에 남게 될 듯 하다.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란 책은 단순히 책을 그 자체로 느끼기보다는 책과 함께 그림이 어우러져 또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는데 마치 문학을 위해 연출된 그림인것처럼 그 조화가 너무나 아름다웠고,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저자의 문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 책을 선택하는데 가장 큰 계기가 되주었다. 마음으로 읽은 책을 그림을 통해 또다른 시선으로 기억하는 그녀의 독서법이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궁금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세기의 명작들이라 불리는 책들의 다양한 소개를 싣고 있어서 무작정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명작을 즐겨볼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명작과 그림, 여기에 저자의 솔직하고 담백한 느낌이 어우러져 하나의 멋진 에세이가 탄생했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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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비밀 - EBS 다큐프라임, 타인을 움직이는 최상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설득의 비밀
EBS 제작팀.김종명 엮음 / 쿠폰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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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해관계를 보면 개인이나 어느 집단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설득이다. 
설득이란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모든 내용을 이해한 뒤에 자신 스스로 납득할 수 있어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설득이란 열정과 자신감만 가지고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EBS 다큐시리즈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며 믿을만한 실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란 생각에 늘 관심있게 지켜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이번 설득의 비밀은 방송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던 내용 가운데서도 16인의 실험참가자들의 결과를 토대로 보다 한국적인 설득의 기술에 대해 엮어진 책이다.




개인적으로 설득이란 상대방을 장악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었고, 또 설득에는 반드시 논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설득의 비밀에 대해 알아갈수록, 책을 읽어갈수록 설득에 대해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짚어볼 수 있었다. 설득에 있어서 무엇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식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자신의 설득 습관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서로의 유형을 이해할 수 있어야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제적이거나,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식의 설득은 반발을 일으키기만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기선제압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상대방이 위축된다면 역효과가 생기게 마련이다.




내가 설득하지 못한다면 타인에게 설득 당할수 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고, 설득당하며 살아간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설득에 대해 가장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은 설득을 하는 사람이 설득을 당하는 사람보다 말을 많이 해야한다는 식의 생각들이었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상대방의 입을 열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화의 주도권은 상대방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설득은 논쟁이 아니란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하며, 때로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것도 설득의 중요한 기술이란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자신만의 설득의 원칙을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 본인의 설득이 자신 스스로에게도 원칙적으로 통하는지 살펴본다면 설득의 기술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되준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로웠다.




한 번 예스는 더 큰 예스를 부른다




설득의 역량을 살펴보면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객관성과 논리성이 필요한 지식 설득과 공감과 신뢰성이 필요한 감성 설득, 그리고 확신을 가지고 의지를 표현하는 행동 설득이 바로 그것이다. 설득의 비밀 가운데 단연 눈에 띄었던 기술은 상대방에 대한 스스로의 자세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나의 설득에 힘이 실리는 것이었고, 심리를 이용한 설득의 기술은 그 어떤 기술보다 월등했다. 설득은 말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자신과 적절하게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설득이다. 설득의 기술이야말로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동안 가장 필요한 소통의 방식이다. 삶이 지속되는 한 설득 역시 계속될 것이고, 이 책을 통해서 상대방과 자신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는 설득에 대해 진지하게 배우며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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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 - 운전습관과 교통체계에 숨겨진 인간의 비이성적 본성 탐구
톰 밴더빌트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 김영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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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들의 다양한 심리! 도로위에 그대로 표출되어진다


오너드라이버로 생활한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면허를 따고 황홀감을 누리던 잠시를 제외하고는 예나 지금이나 운전대만 잡으면 나는 또 다른 나로 변신(?)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핸들만 잡으면 평소보다 성격도 급해지는 것 같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흥분을 하게 된다. 트래픽. 이 책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운전습관과 교통체계에 숨겨져 있던 인간의 비이성적인 본성에 관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나 역시 직접 경험하며 생각해왔던 궁금증이기도 하다. 
도대체 운전석에만 앉으면 사람들은 왜 변하는 걸까? 
내 차선이 잘 빠지는 것, 또는 막히는 것을 단지 운에 맡겨볼 수 있는 문제일까?
단지 도로 상황에 따라 그날 그날 운전 방식이 달라지는 것뿐이라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들일까?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듯한 몇 가지 문항이 트래픽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내 차선이 항상 더 막힌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거나, 남성보다 여성이 운전은 더 약하다라고 생각하거나, 또는 다른 차와 나의 속도를 비교해가며 운전을 한다든지, 내 운전에 방해되게 끼어들려는 차는 끝까지 끼어주지 않으려 하는 것, 또는 차선을 바꿔야 할 때 먼저 끼어드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최후까지 버티다 마지막 순간에 차선을 바꾸며 끼어드는 사람들도 있다. 가끔 고속도로를 달리거나, 늦은 시각 차가 별로 없는 한산한 도로에서는 추월만이 나의 살길이란 식의 도로위의 무법자들도 만나볼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생기는 또 한 가지 의문은 바로 마지막 순간에 차선을 바꾸는 사람이 앞서 나갈 수 있을까? 아님, 차선을 일찍 바꾸는 운전자가 앞지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냉정하게 생각해서 과연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이고, 옳은 것인지 상황마다 달라지는 내 운전습관을 생각해 본다면 도로교통법을 어기지 않는 한 정답이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나갈 수 있는 상황을 계산하며 운전하느라 한층 바빠지게 될 것이다. 어찌보면 도로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운전자들의 어떤 차라도 지날 수 있는 길이고, 도시의 규모와 도로가 커짐에 따라 언제나 복잡한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서로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같은 운전면허시험을 보고 같은 도로를 달린다. 운전자들이 모인 이상한 그 곳, 도로 위의 세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압축해 놓은 곳이자, 운전자의 정신세계 뿐만 아니라 사회의 성격과 정체성, 더 나아가 국가의 문화와 환경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너무나 중요한 인문학적 소재이기도 했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교통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한 이래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했던 사회적, 기술적인 대책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대 로마에서는 2륜 전차가 갑자기 증가하면서 낮 시간에 한정적으로 전차 통행을 금지했고, 15세기 런던에서는 빈 수레 속도제한법이 존재했었다.




그동안 운전에 대한 감각이 무뎠던 것인지, 아님 운전자의 심리에 대해 통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이 책으로 알게 된 운전자와 교통체계의 놀라운 비밀은 정말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수 만가지 일들을 읽다보면 그 어떤 미스터리보다 더욱 흥미로운 주제가 바로 도로 위의 상황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교통을 주제로 사람들의 운전습관 이면에 숨어있던 운전자들의 심리, 인간의 본성에 이르기까지 트래픽은 분량도 상당한 책이었지만 (무려 77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이다) 바로 내 자신의 이야기라는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책이었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책이기도 했다. 
 




이제 운전은 현대인들에게 걷는 일만큼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매일 길을 달리지만 운전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중요한 것은 도로위에서 지켜야 할 것은 신호등만이 아니란 사실이었다. 트래픽을 통해 운전하는 사람들의 본성과 습관 하나하나가 만들어 낸 도로 위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욱 실감나게 느껴볼 수 있다면 자동차 문화와 더불어 엇갈리는 사람들의 운전규칙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운전이야말로 근본적인 인간의 본성을 탐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소재였고, 인간의 사고는 습관이 되어 그 모습 그대로 우리의 도로 위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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