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지 않아
주스틴 레비 지음, 이희정 옮김 / 꾸리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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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코드와 해리포터를 누른 전 유럽 베스트셀러
프랑스 대통령 부인 카를라 브루니의 파리 스캔들을 다룬 소설




저자 주스틴 레비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였고, 프랑스 문학 역시 좋아하는 작가 몇 몇을 제외하고는 내게 무척이나 생소한 분야란 생각이 들었지만 심각하지 않아를 소개했던 이 두 가지 문구가 나를 이 책에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했던 것 같다. 상류사회, 그것도 영부인의 스캔들이라니.. 이제껏 접해보지 못했던 색다른 소재는 내게 충격적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심각하지 않아라는 제목이 내게는 무척이나 심각해 보였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루이즈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할머니의 장례식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그녀는 다소 엉뚱하거나 이해하기 쉽지만은 않은 인물이란 첫인상을 풍기며 등장한다. 그녀는 할머니 장례식에서조차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냉정하고 무덤덤한 상태였다. 그만큼 감정은 메말라 있었고 슬픔을 슬픔으로 느낄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이토록 최악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전남편 아드리앙때문이다. 몸은 두 개지만 영혼은 하나였던 아드리앙과의 사랑은 슬프다 못해 너무나 기가 막히는 상황으로 그가 루이즈를 떠남과 동시에 찬란했던 그녀의 인생도 끝이 난것이다. 아버지의 여자를 가로챈 아드리앙을 보며 프랑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려니 싶었다.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는 지금 상황에 한국판 막장 드라마는 이 책에 비하니 막장도 아니구나 싶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루이즈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 전, 책의 초반은 건조하고 아무런 느낌을 가질 수 없는 느낌에 조금은 지루함마저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랑하는 할머니의 죽음, 부모의 이혼, 엄마의 항암치료, 아드리앙은 바람이 나서 그녀를 떠나버렸다. 이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있을 수 있을까?
오히려 매 순간 무덤덤한 그녀의 행동과 생각들을 읽다보면 인생이란 거 정말 생각하기 나름이구나 싶다가도 너무나 힘겹고,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아마 루이즈는 넋이라도 나간게 분명하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어느덧 나는 자연스레 루이즈와 하나가 되어 모든 슬픔이 아드리앙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그녀의 말을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악몽을 꾸는 것, 폭식증과 거식증에 시달리는 것,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 날씨가 나쁜 것, 사스, 눈가의 다크서클, 처음 주름이 생긴 것, 엄마의 병까지 이 모든것은 전부 아드리앙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길었다. 루이즈가 원하건, 원치 않건간에 파블로가 그녀의 새로운 사랑이 되어 나타났고, 늘 곁에 있어주며 어느새 그녀의 위로와 안식이 되어준다. 이 책은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썩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한 문장들이 그 어떤 소설보다 많았고, 루이즈를 오래토록 기억해주고 싶은 연민마저 들게 한 책이다.




삶은 초고인 것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다름 이야기를 위한 준비 작업이다.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지우고 또 지워서 어느 정도 깨끗해지고 오타가 없어지면 끝이 난다. 그러면 떠날 일만 남는다. 
그래서 삶은 긴 것이다. 심각할 것 하나 없다.




심각하지 않아는 인생이란 커다란 둘레속에 너무나 심각해 보이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비겁하지 않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부딪히며 이겨내는 주인공을 통해 인생은 그렇게 또 흘러가는 것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삶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로 가득 차 있으며, 어떤 빛깔이 되어가든지 우리는 남은 그림을 완성해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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