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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책을 좋아하고, 언제나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이 모두 똑같은 하나의 목적으로 책을 읽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마다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은 모두 다를테고, 같은 책을 읽고난 후에도 사람들에게 전달되어지는 메세지는 모두 다 제각각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책을 읽음으로써 책을 얻는 것.
이제까지 나의 책읽기는 책을 읽고, 책으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전부였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매번 주제만 달라질 뿐 늘 같은 패턴으로 책을 읽고, 그 책을 느껴왔던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 담겨 있었던 의미를 가진 풍경을 이야기하던 저자와의 첫대면은 새로운 친구에 대한 설레임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학창시절의 나는 저자처럼 많은 책을 접하지 못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세상을 바라보던 맑은 시선이나, 풍부한 감수성을 그냥 놓쳐버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안타까움마저 들기도 했다. 저자 스스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녀는 지독한 독서광도, 열정적인 미술 애호가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책으로 얻을 수 있었던 무한한 감동은 아련한 추억을 꺼내볼 수 있었던 시간을 만들어주기도 했고, 동시에 책을 더 아름다운 마음가짐으로 읽을 수 있는 동기부여도 만들어 주었다. 문학과 그림을 함께 즐길 수 있었던 경험은 오랫동안 값진 추억으로 기억될 것만 같다.
대한민국 문학사의 위대한 별이신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시작으로 박완서님이나 오정희님, 황순원님 등 나 역시 흠모하던 분들을 차례대로 만나는 동안 내가 읽어보질 못했던 작품들은 따로 메모해가며 스토리에 흠뻑 빠져들었다. 여기에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작품과 애초부터 하나였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만큼 잘 어울리는 그림들은 작품의 깊이를 더해주었고,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저자의 값진 경험들이 내 마음속 풍경으로 켜켜이 쌓이기 시작했다. 작가들의 독서법이나 다양한 취향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내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나 이번 곽아람식 독서법은 나의 정서와 비슷하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느낌에 이 책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픈 책으로도 기억에 남게 될 듯 하다.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란 책은 단순히 책을 그 자체로 느끼기보다는 책과 함께 그림이 어우러져 또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는데 마치 문학을 위해 연출된 그림인것처럼 그 조화가 너무나 아름다웠고,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저자의 문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 책을 선택하는데 가장 큰 계기가 되주었다. 마음으로 읽은 책을 그림을 통해 또다른 시선으로 기억하는 그녀의 독서법이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궁금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세기의 명작들이라 불리는 책들의 다양한 소개를 싣고 있어서 무작정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명작을 즐겨볼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명작과 그림, 여기에 저자의 솔직하고 담백한 느낌이 어우러져 하나의 멋진 에세이가 탄생했다고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