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오류

마음의 오류
뤼디거 샤헤 지음, 박성원 옮김 / 열음사 / 2009년 11월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고, 타인을 만나며 감정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아간다. 삶의 주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정과 사고를 인식하고 결정짓는 마음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동안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사고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놀랍고 위대한 것이란 사실이었다. 자신의 느낌과 반응 사이사이에 숨어 생각과 범위를 결정짓고, 어떤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예측불허의 반응을 끌어내기도 한다. 이 책은 마음의 자석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뤼디거 샤헤의 신간으로 바로 이런 마음의 오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무의식과 두려움, 사고, 욕구, 내적 갈등, 정념, 자기기만이라는 7가지 베일은 우리의 마음과 인식을 가리고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감춰져 있던 7가지 환상이기도 했다.

 

저자는 날마다 경험하는 감정과 사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놀랍고도 정교한 시스템의 일부라 말하고 있는데 하나하나 개인의 사고와 감정이 모여 세계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왜 여지껏 자신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려 하지 않았는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외부 세계를 향한 선택에 있어서 이전보다 더욱 신중해 질 것이며, 그 어떤 문제 앞에서도 더욱 당당해 질 수 있는 것이었다. 삶을 이루는 내적 요소와 외적 요소가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진정으로 깨닫게 된다면 우리는 보다 힘있는 진실의 힘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타인에 대해 아는 사람은 영리한 사람이며, 자신에 대해 아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다
-노자 (중국의 철학자, 도교의 창시자)-

 

나쁜 경험과 두려움, 자신도 모르게 드러나는 거친 감정들, 그리고 강렬한 욕구나 특정한 사물과 사람에 대한 착각 등이 7가지 베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인데 이런 감정들은 우리가 무엇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미리 각본에 짜여진 것처럼 정해진 방향대로 우리를 유도하기도 한다. 내면의 7가지 베일에 대한 영향력과 특징에 대해 알고 난 후, 나는 이 7가지 환상에 대해 더욱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무언가를 관찰하거나 이해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서 보다 이상적인 결과를 얻을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힘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란 생각도 하게 되었다.

 

뤼디거 샤헤의 다른 책들은 아직 읽어본 적이 없지만 왜 마음의 자석이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이 책을 읽은 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의식이란 자신의 내면과 외부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는 관찰자의 내적인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의식하지 않는 사람은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반면,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삶에는 자신 스스로의 명확한 의식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내면에 대해 더욱 솔직한 마음과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낀다.

착한 딸 콤플렉스

착한 딸 콤플렉스 - 착해서 고달픈 딸들을 위한 위로의 심리학
하인즈 피터 로어 지음, 장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2월

그 어느때보다 주위에서 마마보이나, 파파걸 등의 이야기를 자주 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될 때마다 나는 부모로서의 역할, 자식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기에 앞서 서로를 향한 의존도가 얼마나 될 지에 대해 더욱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자식은 평생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평생을 함께 할 수 없는 관계인 것도 사실이다. 착한 딸 콤플렉스란 책은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가기 때문에 항상 남의 시선과 남의 평가에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느라 정작 자신의 욕망은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착한 딸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은 본래 자신의 성격보다 더욱 남을 의존하게 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자신도 모르게 잃어가고 있었다.

 

이 세상에 자식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며, 부모에게 잘못하고 살기를 원하는 자식도 없을테지만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는 관계의 부재보다도 관계의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소통에 대한 문제는 쉽게 흘려버리거나, 지나쳐서는 안되는 것이고, 그 어떤 문제들보다 더욱 조심스럽게 다가서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다. 긍정적 자존감이나, 건강한 자기애를 갖춘 사람들은 자신 스스로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소중한 사람인지 확신을 갖게 된다. 하지만 자기애성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며, 질투로 인한 분노와 증오에 쉽게 노출된다는 사실은 가족간의 문제해결에도 커다란 도움이 되겠지만 더 나아가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 대인관계에 꼭 필요한 조건이란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부모의 성격과 신조의 불일치는 아이의 본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쳐 아이 내면의 수난사를 만들어낸다.
-프리드리히 니체-

 

어린 시절의 경험은 누구에게나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게 되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기도 모르게 계속 선택하며 살아간다. 의존성 인격 장애가 무서운 것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에게 더욱 매달리고, 의존적으로 변해가기 때문이었다. 수십년간 심리치료를 경험하며 저자가 느낀 의존성 인격 장애 환자들은 비독립적이고, 매사가 불안하며, 수동적이고, 버림받을 두려움이 강했다. 또한 모든 문제를 내가 아닌 외부에서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강한 집착을 갖고 있어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루기가 무척이나 어려워 보였다.

 

지금 우리는 계속해서 복잡해지고, 불안정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세상속에서의 인간관계는 그 어느때보다 얽히고설켜 사람의 심리를 더욱 쉽게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보다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내 주위에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였고, 이 책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주고받는 상처와 고통을 독서치료를 통해 해결하고, 더욱 원만한 관계를 위해 고통의 원인을 알아야 할 필요성을 깨우치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동안 심리학에 관한 여러 책들을 읽어 왔지만 책을 통해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심리치료 방법에 대한 책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아직도 엄마 치마폭에 쌓여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어른들의 심리 이야기, 착한 딸 콤플렉스를 읽다보면 어느새 자신 스스로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

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 - 사랑했으므로, 사랑이 두려운 당신을 위한 심리치유 에세이
권문수 지음 / 나무수 / 2009년 10월

  

살아가면서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경험한다. 이것은 영원불변의 진리요, 인류의 영원한 화두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그 사랑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더불어 사랑의 상처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기억은 무의식중에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깊은 상처일수록 반드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인류의 영원한 화두, 사랑이 남기고 간 고통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냥 스쳐버릴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사랑의 상처를 그 무엇으로 치료받을 수 있을까?
상처는 치료되는 것이 아니라, 잊어버리거나 무감각해지는 것이라 저자는 이야기한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진다면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감정적으로도 너무 많이 지치게 되는데 이런 불안한 감정들은 더 이상 삶에 대한 의지조차 사라지게 만들 때도 있다.

언젠가 어느 책에서 사랑은 상처받기를 허락하는 것이란 구절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 흥분되거나, 또는 설레이는 감정으로 상처따위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것처럼 조금의 생각도, 의심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 아무런 상처없이 아름다운 사랑만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면 그만큼 어려운 것이 또한 사랑이란 걸 쉽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랑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사실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랑은 시작될 때보다 끝났을 때가 더욱 위험하고, 위태로운 것이다. 처음 사랑이 시작될 때의 설레임과 행복감이 가슴에 비수가 되어 그보다 더한 고통과 쓰라린 상처로 남게 되는 것은 책을 통해 새롭게 알 수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심각하고, 무서운 것들이었다.

저자는 사랑으로 인한 상처를 간직한 사람들의 정신적인 치료를 돕는 테라피스트로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을 상담하며 그들이 간직한 아픔을 나눈 경험으로 이 책을 출간했다. 저마다 이별의 아픔은 모두 다른 이유라 생각했지만 신기하게도 사랑에 관한 상처만큼 보편적인 것들도 없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때로는 그 상처를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세상과 작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고 무서운 병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했다. 사랑했기에 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그들의 아픔은 결코 혼자서는 극복할 수 없는 것이었고,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숙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멈추지 않을것 같은 이 사랑의 아픔이 끝나면 우리는 반드시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고통으로 세상이 끝난 것처럼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을 더욱 먼 발치에서 바라볼 수 있는 마음가짐이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에서 보면 희극이란 말이 있듯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그 순간은 반드시 지나가게 되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받아들이기 힘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고 싶은 마음을 반드시 스스로 이겨내야만 한다. 아픔을 극복한다는 것은 더욱 강한 자신을 만드는 것과 같은 말이었고, 한 단계 성숙한 사랑을 준비하는 것과도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99

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괴물을 찍는 사진작가와 그 괴물에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는 소설가의 만남이란 이유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그 느낌이 너무나 강렬했다. 또한 실제 강영호 작가와 그의 작업실이 등장하는 스토리라는 점, 특히나 그동안 접해왔던 김탁환 작가의 책과는 어딘가 모르게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이란 생각에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키웠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99를 처음 만나고, 나는 당연히 김탁환님이 글을 쓰고, 강영호님이 사진을 담으셨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두 작가의 이름이 나란히 새겨져 있는 표지는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란 부제보다도 나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김탁환님은 앞서 여러 작품으로 친근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강영호 사진작가님은 이번에 처음 만났고, 더욱이 끔찍함으로도 표현이 부족했던 여러 사진들은 모조리 강영호작가의 본인이란 사실때문에 99가 정말 한 편의 괴물이구나하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스스럼없이 자신을 소설중독자라 칭하는 작가 김탁환.
김탁환이란 작가는 나에게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 이유는 그의 여러 책들을 접하며 작가로서의 그를 조금씩 알아가던 차에 인간 김탁환에게서 삶의 단상들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그의 대표작 중에서 노서아가비와 천년습작, 그리고 독서열전을 읽으며 한 가지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작품에 대한 그의 놀라운 열정과 무한한 창작성으로 보여준 김탁환이란 또 다른 거대한 세상이었다. 작가이기전에 그 자신 스스로도 얼마나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인지, 작품 하나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웠는지도 그의 아지트를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거울속에 찍힌 자신의 기이한 모습을 괴물이라 표현했던 강영호 작가와 김탁환 작가가 만나 과연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괴물의 실체는 무엇일지 책장을 펼쳤다.

홍대앞 상상사진관의 주인공 강영호는 춤추는 사진작가이자.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99의 중심인물이다. 99는 강영호가 제이 킬에게 드라큘라 성을 지어달라는 제의를 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 책은 총 7개의 단편을 선보이며 이제껏 그 누구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가슴에 얼굴이 자라고, 날개가 돋는 남자도 있다. 반딧불이 인간과 웨딩 인간, 끈적끈적 손가락 끝에만 닿는다 해도 소름끼치는 끈적 인간과 초콜릿을 뒤집어 쓴 아몬드 인간도 만날 수 있다. 신기한 것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흉칙하고, 괴상한 사진들에 대한 거부감과 낯설음이 어느새 스토리와 묘하게 어울리며 사진 속 괴물들은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만 같다는 착각에 빠져들었다는 점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으로 처음 등장했던 드라큘라가 어느덧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친숙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처음은 공포와 무거움으로 다가왔던 99속 드라큘라는 괴물처럼 바뀌어가는 세상과 그리고 그 속의 사람들... 바로 우리의 이야기란 생각도 든다. 그런 끔찍한 괴물 역시 결국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존재들은 아닐까? 
어쩌면 홍대 앞을 우연히 지나치다 상상사진관을 실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조금은 망설여지는 상상을 해보며 참신하다못해 너무나 충격적이었던, 그러나 결국 가장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99와의 만남을 마치기로 한다.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2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2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문득 인생을 살면서 오래 될수록 좋은 것들이 무엇일까하는 생각에 잠긴다. 
생각보다 해답은 간단했다. 사람과 예술이야말로 오래 될수록 더욱 그 깊이가 남다르지 않나하는 생각에 예술 가운데서도 특히 클래식에 대한 느낌을 회상해본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며 처음 접했던 클래식은 한창 유행하는 그 어떤 장르의 음악이나 다른 분야보다 더욱 섬세하고, 깊이감이 느껴지던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점점 클래식을 접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서 오히려 어린 시절보다 클래식에 가까이 다가서기가 더욱 힘들다는 느낌도 가지게 된 것 같다. 오래 될수록 더욱 좋은 것, 그것은 바로 클래식이었다.

이미 tv 프로그램과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1편은 베스트셀러로도 유명하기 때문에 그의 책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2편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클래식과의 또다른 만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더욱 설레였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의 클래식 에세이집이다. 음악을 비롯해서 예술을 다룬 책들중에 시리즈물을 기다렸던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다른 책보다 이 책이 더욱 반가웠던 이유는 까다롭고, 방대한 클래식을 대중의 입장이 되어 느끼기 쉽고 편안하게 소개하는 저자의 책이기 때문이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클래식과의 거리감을 한층 좁힐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덕분이었고, 파격과 기발함으로 무장한 음악계의 괴물. 조윤범이 더욱 강력한 클래식으로 무장한 채 우리곁에 돌아왔다. 
 

솔직히 클래식이란 장르는 다른 음악에 비해 더욱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라 생각했다. 대표적인 음악가와 그들의 작품들, 이미 어마어마한 그 악장에서부터 지레 겁을 먹거나, 기에 눌리는 경험들 많이 해봤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똑같은 클래식에 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은 딱딱하고, 지루한 클래식의 악보나 연표등 복잡한 클래식의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이 아니다. 쉽게 이해하고, 다가서고 싶었지만 커다란 장벽처럼 느껴졌던 클래식에 관한 무거움과 복잡함보다는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책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생각해보면 클래식에 대한 거리감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우리의 교육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클래식을 그 자체로만 감상하며 즐기기 위해서는 더 많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하고, 클래식의 스토리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곡가들의 대표작 위주가 아닌, 작곡된 순서로 접하다보면 자연스레 클래식의 역사와 더욱 친근해 질 수 있을테고 그러다보면 클래식과의 거리감은 저절로 없어지게 될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책에 담겨진 위대한 작품과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클래식의 역사를 읽는동안 깊이 깨닫게 되었던 것은 클래식은 단순히 오래된 예술이 아니며, 늘 그래왔듯이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와 함께 숨쉬고 호흡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살아있는 감동이란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