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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김영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술을 한자로 풀어보면 아름다움과 관련된 기술을 뜻한다. 하지만 독특한 발상이나 정해진 틀을 깨기 위한 창조성이 다른 분야보다 더욱 강렬한 작업이기 때문일까? 여러가지 예술분야에서도 특히나 나에게는 미술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그 가운데서도 현대 미술은 과거에 비해 더욱 복잡해지고, 난해해졌다는 느낌에 선뜻 다가서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미술전시회를 찾았지만 생소한 작품들은 또 한 번 나를 좌절하게 만들고 어떤 때는 미술관에 있기 보다는 쓰레기통으로 가야 할 것만 같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예술품들을 보며 내가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도대체 현대 미술이란게 정확히 무엇이며 그들이 상징하고 있는 예술적 가치란 무엇인가... 나에게 현대 미술은 정녕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란 말인가?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미술에 관한 책을 꾸준히 읽지 않으면 점점 멀어지는 거리감을 좁힐 수 없을것이란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 것도 같고, 반면 읽을수록 어려운 것이 바로 미술에 관한 책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현대 미술에 대해 이런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을 갖고 있는 나의 눈에 띄인 책이 한 권 있었다. 그 책은 바로 현대 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이라는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의 책이었다. 이 책은 이제 막 현대 미술에 입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출간된 책으로 직설적이고, 파격적인 소제목에 더욱 그 흥미를 느꼈던 책이기도 하다. 현대 미술의 입문서란 생각에 딱딱한 이론과 분석보다는 작가들의 어려운 작품과 그 작품이 탄생되기까지의 배경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이고 쉬운 설명으로 미술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나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줄것이란 생각에서 읽게 된 책이었다.
세상을 보는 오래된 눈에 저항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도 색상을 입힐 수 있어야 발칙한 그들의 저항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는 대상을 보이는 대로 본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아는 대로 보고 그렸다. 그의 작품 도라 마르의 초상을 보면 누가 봐도 그림 속 그녀는 괴물의 모습이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보았을 때 그녀는 움직이고 있는 순간 속 영원의 존재였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예술계 자체를 조롱했던 뒤샹의 작품 샘을 그저 단순한 변기로만 생각할 수도 없다. 또한 대변을 깡통에 담아 미술가의 똥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만들었던 피에로 만초니는 똥이나 깡통의 아름다움이 아닌, 예술가의 개념과 발상을 작품으로 내놓았던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비디오 아트의 달인 백남준은 예술은 사기라고 말했다. 결국 그 사기를 알면서도 속고, 계속해서 속다보면 언젠가는 또다른 앎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대미술을 포함한 아름다움에 대한 시각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아름다움이 아닌, 조금은 생소하고 낯선 표현들까지도 아름다움을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고 그런 표현 가운데 가장 직설적이고 적나라한 것이 바로 현대 미술이란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현대 미술이 어려웠던 이유는 기존에 우리가 인식하고 있었던 친근한 아름다움이 아닌, 아름다움의 영역을 보다 더 확대시켜서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작업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당혹스럽고,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 미술작품들에 대해 발상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고, 늘 생각해오던 대로만 느끼려고 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란 생각도 들었다. 개념 미술에서는 아이디어 또는 개념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주는 것이었다. 현대 미술이 무작정 어렵다고만 느끼기 보다는 생각 그 자체가 바로 미술이란 점을 먼저 깨닫게 되는 것이 현대 미술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