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차일드

러브 차일드
김현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우리가 세상에 나와 가장 처음 본 것은 난도질된 우리의 몸이었다.
여자는 다만 우리가 몇 주간 거주했던 집에 불과했다.
우리는 어디에나 많았지만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모든 것을 목격했지만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 
죽음밖에 경험할 수 없었던, 그저 스쳐 지나가는 무의미한 하나의 장면.
태어날 것인가, 죽을 것인가, 죽을 것인가, 죽일 것인가, 죽일 것인가, 꿈꿀 것인가...
언제든지 죽을 수 있고 얼마든지 태어날 수도 있는 비공식적인 탄생의 시작은 그 어떤 비극보다도 잔인했고 나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참 오랫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내 몸을 지탱해주었던 그 어떤 에너지가 조금씩 빠져나가 어느 순간 하나도 남지 않게 된 것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첫 페이지를 펼쳐 들었을 때 느낄 수 있었던 메마름과 무미건조함은 책을 읽으며 어느새 섬뜩함과 생명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변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사랑스럽던 제목과는 달리 시작부터 잔인한 몇 몇의 문장이 머릿속에 각인되어서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 상당히 껄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인간이 폐기물로 처리되는 상황에 대한 무덤덤한 묘사는 이제껏 그 어느 소설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두려움마저 갖게 했고 그만큼 러브 차일드란 소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고 혼란스러움을 안겨다 준 책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고 쉽게 들을 수 있었던 인간쓰레기, 태아령이 바로 러브 차일드의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너무나 당연하듯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생명은 말 그대로 쓰레기와 동격이었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외면할 수 밖에 없었던 세상의 모든 비참하고 더러운 상황이 이 책안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에 그저 궁금했던 소설 한 권을 읽는 기분으로 마음 편히 쉽게 읽을 수만은 없는 책이 바로 러브 차일드이기도 했다. 인간의 감정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지도 그룹층과 그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지는 민간층, 그리고 성과 노동에 무기력하게 착취당하는 폐기물. 러브 차일드의 등장 인물은 이렇게 세 가지의 유형으로 구분되고 있다.

세상은 쓰레기와 쓰레기가 아닌 것으로만 구분된다.
재활용 심사관을 양성하는 국가기관 NSBW에서는 계속해서 아이가 태어나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국가의 것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 왜 태어났는지는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시스템이 분류한대로 길러지고, 키워진 아이들은 이제 지도층의 명령에 복종하며 공무를 수행하는 기계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 중 251004231111의 과거 전력을 통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던 목적에 의해 분류되고 폐기되는 실험동물에 대한 내용은 책을 읽으면서도 너무나 끔찍했던 부분이었다. 러브차일드는 이제껏 접할 수 없었던 디스토피아의 최고봉이 아닐까 싶다.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존재, 모든 가능성을 볼 수 있으면서도 무엇도 될 수 없는 존재들은 이야기한다. 이것은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자신들이 본 것에 대한 기록이라고...

독한 것들의 진짜 운동법

독한 것들의 진짜 운동법
트레이너 강 지음, 박용우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5월

 

초콜릿 복근, 몸짱, 식스팩, 다이어트...
몸짱 신드롬에 열광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그리 낯선 단어들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일반인들에게 몸매 가꾸기는 목숨을 걸 정도로 중요한 일은 아니겠지만 언제부터인가 연예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외모가 경쟁력이고 몸 관리는 필수사항이 되어버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자신의 외모를 가꾼다는 것은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되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관리한다는 것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몸매 가꾸기는 이제 모든 사람의 관심사가 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불과 몇 주 만에 엄청난 감량을 하고 몰라보게 달라진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반인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이어트 멘토링이 바로 그에 대한 해답이었다. 멘토링(Mentoring)이란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일대일로 전담해 지도와 조언을 해주며 상대방의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다이어트 멘토링, 퍼스널 트레이너는 자신의 체형을 정확히 분석해주고 그 결과를 토대로 체계적인 운동 프로그램과 알맞은 식이요법을 제공해주며 지속적으로 몸매를 관리할 수 있도록 어드바이스해주는 전문가들을 말하는 것이다. 독한 것들의 진짜 다이어트를 통해 실용적인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던 나는 이번 독한 것들의 진짜 운동법이란 책의 출간 소식이 무척이나 반가웠고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본격적으로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고 있던 참이라 책에 대한 기대감은 이루 말 할수가 없을 정도였다.

독한 것들의 진짜 운동법은 회원수가 78만 명이 넘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조언해 준 트레이너 강의 다이어트 멘토링을 엮어낸 책이다. 특별한 관리를 받으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겠지만 이 책만으로도 내 몸에 알맞는 다이어트 비법과 체계적인 운동법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었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몸매 가꾸기를 성공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하는 식이요법과 운동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수록되어져 있기 때문에 운동법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어봤지만 이 책만큼 실용적인 책은 없었다는 생각을 해 볼수도 있었다. 원하는 목표만큼 살을 빼기 위해 무리한 단식과 운동을 해야 하고 끊임없이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는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트레이너 강은 무엇보다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으며 즐겁게 운동하는 다이어트를 추천하고 있다.

누구나 다이어트를 계획할 때면 먼저 음식을 제대로 섭취해서는 안 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는데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식습관이 우선이었다. 물론 인스턴트 음식과 패스트푸드는 가급적 피해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 몸이 원하는 건강한 음식물을 섭취하고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운동법이야말로 그동안 몰랐던 가장 건강하고 현명한 몸매 가꾸기의 기본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잘못된 다이어트에 대한 상식과 운동 전에 반드시 필요한 스트레칭의 중요성, 그리고 체형별 맞춤 12주 운동법은 탄력있고 군살없는 몸매 가꾸기의 핵심적인 비법이란 생각에 올 여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상 생활에서도 충분히 쉽고, 재미있게 따라 해 볼 수 있는 운동 방법이 체계적으로 제시되어 있고, 세부적인 사항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책을 읽는 내내 트레이너 강에게 일대일로 지도받는 기분에 더욱 열심히 따라하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주식투자 지식의 힘 (돈의 흐름을 알아야 투자에 성공한다)

주식투자 지식의 힘 - 돈의 흐름을 알아야 투자에 성공한다 ㅣ 나의 경쟁력 파워 시리즈 3
신현규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5월

 

경제 지식의 힘, 금융 지식의 힘에 이어 청림출판의 나의 경쟁력 시리즈 세 번째 책인 주식투자 지식의 힘이 출간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미 앞서 출간되었던 경제 지식의 힘과 금융 지식의 힘을 통해 가깝고도 멀기만 했던 경제에 관한 커다란 벽을 조금은 없앨 수 있었고 경제의 큰 흐름과 전문용어에 더욱 친숙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자연스레 이번 세 번째 책의 출간소식이 더욱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특히나 이번 책은 경제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주식과 투자활동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고 전작에 대한 느낌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이 책 역시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주식투자 지식의 힘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다양한 금융상품과 선물 옵션, 주가수익비율,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 이미 이름만으로도 머리가 아픈 주식에 대한 개념들에 대해 이번에도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선것도 사실이다. 그 어떤 경제서적보다도 조금은 더 까다롭고 복잡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책을 펼쳐 들었다. 주식투자에 관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투자 관련 자격증 공부를 하고, 증권사 보고서를 읽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자신 역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대학의 경제학과를 다니면서도 돈이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의 경험을 고백하면서 세상의 수많은 이치와 살아있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경제전문 기자가 되었고 이제 그가 터득했던 전체적인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돈의 흐름을 따라 자본시장의 커다란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출간한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부터 주식 시장의 흐름 전체를 파악하기란 다소 무리일 수 있겠지만 책의 구성대로 기업 경영자와 애널리스트, 투자자들. 그리고 이 모든 입장을 보살필 수 있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을 순서대로 읽어가다 보면 각각의 특징과 입장에 대해 선명히 구분지을 수 있게 된다. 기업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 또한 주식시장은 어떻게 기업을 움직이는지에 대해 알아가면서 뉴스나 신문을 통해 늘 접하는 코스피나 코스닥도, 생소하기만 했던 주식시장의 전문용어와 주가와 기업실적의 전망에 대해서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고 시장이 오르거나 떨어지는 상황과 끝도 없이 추락하는 많은 이유와 상황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거래하는 사람들조차 선물 옵션에 관한 복잡한 공식들을 모두 외우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증권사 CEO들 역시 모든 상황의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현물 가격과 선물 가격의 움직임, 주가수익비율의 높낮이중에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하는 개념적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이 책을 통해 투자활동에 대한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모조리 얻어내고 나 스스로 전문가가 될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주식투자의 원리와 시장의 흐름에 대해 어느정도 터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이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보다 주식에 대한 실질적인 흐름에 조금 눈을 뜨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전 세계의 자금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과 애널리스트, 다양한 투자자, 그리고 그 모두를 감독하는 정부 등 주식시장에 실제 참여하는 각각의 입장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시장에 대해서 이제 갓 첫 걸음을 뗀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누구나 자산을 늘리고 가치에 대한 투자로 인해 주식시장에 발을 들이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았던가.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겠지만 주식투자 지식의 힘을 통해 순조로운 첫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싱커

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완득이와 위저드 베이커리를 잇는 강렬한 미래소설이란 책의 소갯말은 저자와 수상여부에 상관없이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마치 영화 아바타를 연상케 하는 줄거리와 스토리의 소재가 미래 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했고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도 싱커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켰는지 모르겠다. 21세기 중엽 유럽연합과 미국 등의 강대국에 대항해 출범한 동아시아연합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지구를 벗어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모색하게 되었고 외계 행성에서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이른다. 일단 프로젝트를 실현하기에 앞서 베타지구 프로젝트를 실현하게 되는데 거대 지하도시 시안과 열대우림을 그대로 재현한 신아마존이 바로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서기 2068년.
인류는 이제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몰살 지경에 이르렀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의 상승으로 영토를 잃은 국가들마저 속출하기 시작한다. 당시 시안에 본부를 둔 초국적 제약회사 바이오옥토퍼스는 백신을 개발하지만 바이러스가 변이를 계속하는 상황에 마침내 시안은 봉쇄를 선언. 지상 세계와 단절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자연이라고는 아이들의 그림책과 수업 시간의 홀로그램속에서만 존재하는 세상. 
사람들은 모두 신용카드와 사회보장 주파수 칩을 몸속에 내장한 채 살아간다. 
철저한 시스템의 통제 아래 24시간 일정하게 유지되는 기온, 천창의 인공 태양광, 스캐너와 열선총을 사용하는 신원조회 로봇을 만나는 일은 어느새 익숙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싱커는 약 백 년의 역사를 가진 지하도시 시안으로부터 시작한다.

동조(Sync) - 같은 가락.
                  남의 주장에 따르거나 보조를 맞춤.
                  어떤 진동체 고유의 진동수를 밖에서 오는 진동력의 진동수에 일치시켜 공명을 일으키는 일.

스마트 약이 필요했던 미마는 시안 125층을 벗어나 난민촌에서 암거래를 시도하던 중 우연히 쿠게오에게서 싱커(Syncher. 동조자)란 게임에 대해 알게 된다. 싱커란 일종의 가상 체험이 아닌, 맵을 실현시키고, 반려수를 선택한 후 뇌파 동조를 통해 직접 아마존을 체험할 수 있는 진짜 게임이었다. 감정의 동조와 의지 동조를 통해 하나의 육체에 두 영혼이 공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려수를 통해 신아마존의 생명력을 느끼게 되고 자연에 대한 동화를 더욱 느끼게 되면서 미마는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 더욱 깊이 깨닫게 된다. 한편 부건으로부터 역진화 발생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부건 아버지의 죽음과 역진화 발생기, 그리고 바이오옥토퍼스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시안의 모습을 보며 어쩌면 인류의 미래가 바로 이런 모습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영화 아바타를 통해서 이미 가상 체험을 경험해 봤지만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싱커는 화면이 아닌, 문장 하나하나를 통해 실제 내가 직접 느끼고 있는 것처럼 더욱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시안을 통해 이런 세상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들었고 그나마 시안에 정착하지 못한 난민들의 메이징타운 생활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문명이 발달하더라도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연이란 사실을 책을 읽는 내내 실감할 수 있었다. 게임과 생명이란 두 소재가 결합되어 이제껏 한국소설에서는 보기드물었던 멋진 소설이 탄생했다는 생각에 미래 한국소설에 대한 기대가 더욱 부풀어 오른다.

죽음에게 삶을 묻다

죽음에게 삶을 묻다
유호종 지음 / 사피엔스21 / 2010년 4월

 

새로 출간된 책 구경을 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신간과 구간, 분야를 막론하고 책과 책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반가운 마음으로 향한다. 가장 최근의 hot한 베스트셀러나 새로 출간된 신간을 살피다보면 자연스레 서점가의 흐름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고 서점가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책에 대한 취향까지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즐겨보는 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일지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 서점가 신간의 흐름을 살펴보면 유난히도 죽음에 대한 책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 얼마 전 너무나 안타까운 침몰사건도 발생했고 아마도 그 어느때보다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자주 듣게 되는 이유에서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삶과 죽음.
삶과 죽음은 전혀 별개의 것이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죽음에게 삶을 묻다란 책을 읽으며 삶에 포함된 수많은 문제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죽음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고, 죽음이야말로 인생에서 풀어야 할 가장 커다란 문제이며 결국 인생은 살아서 존재하는 순간만으로는 완성되는 것이 아니란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삶과 더불어 우리는 죽음까지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너무 많이 미숙하고 잘못된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죽음에 대해 커다란 두려움과 불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죽음을 너무나 쉽게 판단한다는 점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가진 나라라는 오명이 바로 그에 대한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잘 살게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죽음까지도 포함시켜 말 할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부와 명예를 가지고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죽음에 대해 분노만을 가진 채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죽어 간다면 결코 잘 살았다고 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죽음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자 죽음의 정체에 대해서 탐구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는데 죽음의 진짜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죽음이 가진 진짜 모습은 아쉽지만 억울하지 않은 것, 고통 대신 편안할 수 있는 것이었다. 또한 죽음은 슬프지만 감사한 것이며 두렵지만 설레이는 것. 맞이할 만한 것이지만 뛰어들 만한 것은 아닌 것이 바로 죽음이었다. 누구나 삶을 더 깊이있고 가치있게 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죽음은 고통이란 이름으로 나 자신이 아닌 남겨질 가족과 세상의 모든 인연들에게 아픔으로 남게 되는 일이란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깨우쳐야 한다. 죽음이란 비단 나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죽음이란 정체에 대해서 이처럼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보여주었던 책은 이제껏 만날 수 없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나의 마지막 모습과 죽음 이후의 모습에 대한 내용은 이제 더 이상 죽음에 대해 추상적인 의미로만 다가서지 않을 수 있도록 확실한 토대를 제공해주고 있다. 앞만 보며 달리기만 해도 부족할 것만 같았던 세상에서 삶의 해답을 죽음으로부터 찾아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싶었다. 하지만 죽음은 이제 더 이상 나쁘고, 끔찍하고, 고통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된 것 같다. 또한 책을 읽으며 삶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살아왔는지 되돌아 볼 수 있었고 완성된 삶이란 죽음까지도 내포하고 있는 삶이란 사실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음에게 묻는 삶의 진실한 해답은 잘 살고자 한다면 잘 죽는 것까지도 미리 계획해 두어야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