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게 삶을 묻다

죽음에게 삶을 묻다
유호종 지음 / 사피엔스21 / 2010년 4월

 

새로 출간된 책 구경을 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신간과 구간, 분야를 막론하고 책과 책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반가운 마음으로 향한다. 가장 최근의 hot한 베스트셀러나 새로 출간된 신간을 살피다보면 자연스레 서점가의 흐름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고 서점가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책에 대한 취향까지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즐겨보는 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일지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 서점가 신간의 흐름을 살펴보면 유난히도 죽음에 대한 책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 얼마 전 너무나 안타까운 침몰사건도 발생했고 아마도 그 어느때보다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자주 듣게 되는 이유에서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삶과 죽음.
삶과 죽음은 전혀 별개의 것이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죽음에게 삶을 묻다란 책을 읽으며 삶에 포함된 수많은 문제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죽음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고, 죽음이야말로 인생에서 풀어야 할 가장 커다란 문제이며 결국 인생은 살아서 존재하는 순간만으로는 완성되는 것이 아니란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삶과 더불어 우리는 죽음까지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너무 많이 미숙하고 잘못된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죽음에 대해 커다란 두려움과 불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죽음을 너무나 쉽게 판단한다는 점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가진 나라라는 오명이 바로 그에 대한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잘 살게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죽음까지도 포함시켜 말 할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부와 명예를 가지고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죽음에 대해 분노만을 가진 채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죽어 간다면 결코 잘 살았다고 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죽음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자 죽음의 정체에 대해서 탐구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는데 죽음의 진짜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죽음이 가진 진짜 모습은 아쉽지만 억울하지 않은 것, 고통 대신 편안할 수 있는 것이었다. 또한 죽음은 슬프지만 감사한 것이며 두렵지만 설레이는 것. 맞이할 만한 것이지만 뛰어들 만한 것은 아닌 것이 바로 죽음이었다. 누구나 삶을 더 깊이있고 가치있게 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죽음은 고통이란 이름으로 나 자신이 아닌 남겨질 가족과 세상의 모든 인연들에게 아픔으로 남게 되는 일이란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깨우쳐야 한다. 죽음이란 비단 나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죽음이란 정체에 대해서 이처럼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보여주었던 책은 이제껏 만날 수 없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나의 마지막 모습과 죽음 이후의 모습에 대한 내용은 이제 더 이상 죽음에 대해 추상적인 의미로만 다가서지 않을 수 있도록 확실한 토대를 제공해주고 있다. 앞만 보며 달리기만 해도 부족할 것만 같았던 세상에서 삶의 해답을 죽음으로부터 찾아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싶었다. 하지만 죽음은 이제 더 이상 나쁘고, 끔찍하고, 고통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된 것 같다. 또한 책을 읽으며 삶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살아왔는지 되돌아 볼 수 있었고 완성된 삶이란 죽음까지도 내포하고 있는 삶이란 사실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음에게 묻는 삶의 진실한 해답은 잘 살고자 한다면 잘 죽는 것까지도 미리 계획해 두어야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