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 당신 - 실천문학의 시집 37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14
도종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고스란히 시에 담아냈던 도종환님의 두번째 시집이다. 그 슬픔이 20여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너무 가슴 절절하게 전해져오는 듯한 느낌에 시집을 다 읽고 난 후 한참동안이나 가슴이 먹먹해진 기분이었다.

도종환 시인은 1984년 분단시대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대표작인 접시꽃 당신을 비롯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났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등의 시집과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그대 가슴에 뜨는 나뭇잎배,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등의 산문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시집은 발간되었던 당시 엄청난 베스트셀러였기에 어린 학생이었던 나도 부모님께 받았던 용돈을 조금씩 모아 구입했었지만 이번 가을 문득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에 책장을 뒤져봤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책은 없었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구입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읽어봤는데 예전 그 느낌 그대로 전해지는것이 너무 신기하기도 했다.

접시꽃 당신이 출간되었을 당시에는 너무나 유명한 탓에 영화로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시를 읽으면서 그 때 봤던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또렷이 기억이 나기도 했다. 평범하고 소박한 가정의 교사인 남편과 아이들을 키우며 시부모님을 모시는 순박한 아내, 그리고 집 마당에 활짝 펴 있던 접시꽃...

내 기억으로는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가족들을 사랑하고, 욕심없는 마음으로 글쓰기를 좋아했던 주인공의 모습이 무척이나 안쓰럽게만 보였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삶의 희망이었던 가족들이 있어서 힘들어도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그의 아내가 암으로 투병생활을 시작하면서 행복했던 가족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닥치게 되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일이 아닐까?
그 슬픔과 그리움을 삭히며, 세상에 모든 것들, 우리가 사소하게 지나쳐 버렸던 모든 것이 그에게는 시의 주제가 된다. 길가에 핀 꽃들, 하늘에 떠가는 구름, 풀 잎 한포기...
시집을 펴자마자 내가 평생을 마음에 품어 두었던 접시꽃 당신이 눈에 들어온다.
내 아픔을 시로 표현해내었던 그의 속깊은 이야기를 그냥 풀어내듯 써내려간 느낌을 받으며 천천히 읽어 보는 시의 느낌이 참 좋았다. 

무엇보다 그의 진솔한, 가식없던 그의 느낌 그대로를 이 시집에 담아내었기 때문에 시집을 보는 누구라도 그의 진실한 마음과 상처를 그대로 느낄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아픔과 그리움, 사랑과 남겨진 자의 몫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아름다운 시로 표현해 냈던 도종환님의 대표작이자 베스트셀러였던 접시꽃 당신을 이 가을이 가기전에 다시 접할수 있어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접시꽃 당신 이 시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접시꽃 당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꽃씨를 거두며 등이 있다.

 

접시꽃 당신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어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꽃씨를 거두며            -도종환-

언제나 먼저 지는 몇 개의 꽃들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이슬
과 바람에도 서슴없이 잎을 던지는 뒤를 따라 지는 꽃들은
그들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
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고통, 아름다움과 시듦, 화해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과 죽음
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압니다. 시드는 꽃밭 그늘에서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어 주먹에 쥐며 이제 기나긴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
고 삶에서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것이 남아 있는 우리들의 사랑
임을 압니다. 꽃에 대한 씨앗의 사랑임을 압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 여행에 미친 사진가의 여행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포토에세이
신미식 사진.글 / 끌레마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여행 에세이집을 좋아하는데 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의 내 심정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제목만을 보고 이 책을 선택했는데,
누구나 내 현실에서 아주 잠깐씩이라도 잠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볼때가
있을것이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잠시동안이나마 여행이란 멋진 선물을 통해
사람은 누구나 있어야 할 곳에 머무름이 큰 행복이란 커다란 의미를 안겨주었다.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직접 가보지 못한 곳의 이야기와 또 멋진
사진들로 가득차있는 그 곳의 모습을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매력을 꼽을수 있다.  

또 여행집에는 이야기와 사진의 비중이 어느 쪽이 더 커야한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문학서적을 볼때는 글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여행에세이
를 보게 될때는 될 수있으면 낯선 곳의 사진이 많을수록 반가운 마음이야 당연할지
모를 일이다.


 
  

책을 지어낸 이는 여행사진가로 무려 60여개국을 돌아다니며 전문적으로 여행집을
펴내는 작가이다. 서른살에 처음 카메라를 장만했고 그 때부터 여행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현실에 매여 사는 이로선 부러운 모습이고 그의 용기에 감탄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내 평생 한 번이라도 가볼수 있을까? 하는 멀고도 먼 여행지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꼭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얘기만을 펼치고 있는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곳 어디라면 있을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과 사소하게 지나쳐 버릴수 있는  

모습들까지 세세하게 이 책에 담았다.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 두 시간정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목적지.
케이프타운의 얘기로 시작되는 이 책은 공항에서 벌어진 사소한 에피소드와 도시 어느 곳에서도 보인다는 케이프타운의 상징 '테이블 마운틴(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남쪽에 있는 산. 높이 1,087m)의 멋진 모습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프리카 속의 유럽의 낙원도시인 워터프런트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며, 흑인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17년간 수용되어 있었던 감옥으로 유명해진 로빈 아일랜드다. 로빈 아일랜드는 케이프타운 앞 바다에 있는 섬으로 1961년부터 정치범을 수감하는 시설로 사용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로빈 아일랜드의 모습은 수감자들이 일일이 돌을 파서 날라다 직접 지은 곳이라고 하니 정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아프리카 곳곳을 여행하며 저자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특히나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을 또렷이 기억하며 맑은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가 인화한 사진을 선물로 주는 행복한 일들도 경험한다.
"프로란 자신의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석양빛으로 빨갛게 물들어 버린 사진과 함께 마다가스카르의 일정이 시작되는데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서 그런것일까? 어른과 아이 할것없이 사진속의 사람들 모습은 너무나 순수하고 전혀 때타지 않는 모습이라 이들은 어째서 이런 모습을 하고 살아가는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현재 우리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는.. 아마도 욕심없이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저자의 말에 진정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욕심없이 살아가는 것이 이들에겐 당연한 일상이므로...."

 
 

스코틀랜드의 수도이자, 잉글랜드와의 국경에 인접하여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던 가슴아픈 역사를 지닌 에딘버러. 북방의 아테네라고 불리우는 에딘버러의 유명한 홀리우드 궁전과 존녹스하우스, 헌틀레이하우스, 작가기념관과 스코트 탑등..

아마 내가 스코틀랜드의 수도를 여행하는 길에 찾는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며 멋진 사진 역시 빠지지 않았다.

 
 

영원한 예술인의 고향인 파리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아직 파리를 여행해보지 못한 나는 더더욱 긴장감을 늦출수가 없게 되었다. 신미식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던 부분이기도 한 이야기는 이 부분이다. 파리 여행을 하면서 가장 부러워했던 점은 파리의 대표적인 상징인 에펠탑이나 루브르박물관, 베르사이유 궁전이나 몽마르트 언덕이 아닌 공원 의자에 편하게 앉아서 독서에 열중하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이었다고.. 공원이나 지하철에서도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읽는 습관들을 지닌 파리의 사람들이 나 역시 가장 멋스럽고 부러워보였는지 모른다.





이 밖에도 베트남과 중국의 돈황, 마카오와 홍콩, 몽골 마지막으로 페루의 여행이야기를 끝으로 길었던 여정은 끝이 난다.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들이나 그의 취미라고 했던 골동품 수집, 가는 곳곳마다 만났던 멋진 풍경들.. 그의 책 속에서 만나 알게 된것들이지만 아주 오래전 내가 직접 보고 느꼈던 것들처럼 내 마음이 풍요로워짐을 느꼈고, 결국 우린 돌아오기 위해 모든 길을 떠난다는 소중하고 값진 진실을 발견해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유로움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대신 그만큼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내 안의 시간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아주 자연스런 사실을 타샤 튜더를 통해 다시 한 번 느낀다.
여유로움속에서 우리가 꿈꾸던 아주 소박한 행복함을 찾을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내게도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었는데..
행복이란 내 마음에 달려있다란 타샤의 말이 가장 인상깊다.

문명이 더 발전하고 나아질수록 사람들은 조금 더 편하고, 조금 더 안전한 것만을
찾게 되는 반면, 타샤는 예전에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그 안에서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할 소소한 행복을 마음껏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생활방식이 부러운것은 아니다.
아마 나더러 예전의 기와집에서 불을 피우며 살라고 한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할텐데..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뿐더러 상상하기조차 싫어진다.

난 자연과 함께 더불어 그녀가 살고있는 삶속의 여유가 부러운 것이다.
물론 그녀도 누가 만들어 놓은 것으로 그런 여유를 느끼고 사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그녀의 손으로 정원을 가꾸고, 소젖을 짜다가 치즈를 만들고,
닭과 오리, 양, 돼지, 개들을 키우고 밭도 일구며 산다.
행복이란 결코 게으른 사람에게는 나타나지않는 축복이다.
제목만으로는 그녀가 장밋빛 인생을 살고 있구나.. 하고 느꼈지만
그녀도 살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쓴다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내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이 그저 본인이 좋아해서 그림 그리고, 꽃밭을 가꾸며
산다고 했더라면 추구하는 삶의 본질이 다르기 때문에 이질감만을 느끼고
난 이 책에 전혀 동화되지 않았을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감사히 생각하며, 될 수 있는 한 그 안에서 많은 욕심을
내지 않고 인간의 행복을 만들어 가는 그녀의 인생이 내겐 한 폭의 그림처럼
멋지게 각인되버렸다.
생각보다 인생은 짧다.
행복은 그리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맘속에,
우리 아주 가까이에 머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의 제국 - 소설로 읽는 아메리카의 초상
김욱동 지음 / 소나무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이 도착한 후 먼저 차례를 훝어 보다가, 내심 흐뭇했던 이유는 소개된 11 편의 소설중에서 여섯권의 소설은 아주 오래전에 일이라 해도 한 번씩 읽어봤던 소설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단순히 미국 문학에 대해서만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문학적인 배경이나 미국인들의 사상, 미국 전체의 역사, 미국인들의 관습, 이 책이 우리에게 주려고자 하는 의미와 김욱동 교수의 개인적인 시각까지 두루두루 섭렵하면서 읽으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이 책을 접하게 되면 이전에 같은 소설을 읽었다 하더라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써의 접근이기 때문에 분명히 다른 새로운 소설을 만나게 된다는 또다른 매력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은 분명히 책을 읽기에 앞서 미국이란 나라 자체에 관심이 있거나, 아니면 미국 문학을 좋아하거나 관심있어 하는 사람들일것으로 생각된다. 나 또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역사와 초기의 미국 문학에 대한 당시 시대적인 배경이 자연스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미국이 독립을 하기까지 수많았던 사건들을 짚어보면 1607년 영국의 식민 상태였다가 1775년 미국 독립 혁명후 1776년에 독립을 선언하고 드디어 1783년 파리 조약에서 미국의 독립이 승인된다. 미국은 독립혁명에 의하여 각 지의 식민지는 주(州)가 되고, 이들이 연합하여 합중국을 형성하였기 때문에 현재 미국의 주는 한국의 시, 도와 같은 행정상의 지역이 아니고 대폭적인 자치권을 보유하는 state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1940년 말 트루먼 루즈벨트의 뉴딜 자유주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여러 사회 개혁 정책을은 펼쳐지게 되었고, 한국 전쟁으로 말미암아 미국의 경제적 성장은 지속되었다. 대외적으로 미국은 영국과 스페인과의 전쟁을 치르고, 1950년대의 미국은 소득의 재분배 실현과 사회복지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짐으로 해서 풍요롭고 세계적으로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미국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로 먼저 너새니얼 호손을 꼽을수 있는데 실용주의와 더불어 미국 전통의 양대 주류를 이루고 있는 19세기 청교주의의 위선과 독선의 죄를 고발하며 또 신대륙에 세운 아메리카의 의미를 제일 먼저 찾았던 작가이기도 하다. 또 호손은 독선적인 청교도 사회의 억압과 편견에 맞서며,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저항의식이 누구보다 강했던 작가이다. 

1850년에 출간된 미국 문학의 고전 주홍글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홍글씨란 영화의 원작이다. 17세기 보스톤을 배경으로 청교도 사회의 모순을 비웃으며 헤스터 프린과 청교도의 신청 체제와 그 체제를 유지하는 통치자들의 모습을 그린 소설로 주인공 헤스터 프린은 종교적 계율과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벗어나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본능에 충실하고, 개인의 참다운 자유를 구가하려 했던 전형적인 낭만주의자의 모습이다. 이 소설의 원래 의도는 남녀간의 애정보다는 인종간의 우정을 더 중요시하는 데 그 의미를 찾을수 있다.

영미 문학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마크 트웨인,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왕성한 활동을 했던 이디스 워튼,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흑인 여성작가 마여 앤젤루, 그리고 피츠 제럴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들을 만나며 그들의 대표작들을 통해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정서를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던 시간도 소설의 제국이 가진 장점이라 생각이 든다.


11편의 소설 가운데 마지막으로 소개되고 있는 이는 미국 문학사에 단편 소설 장르를 굳건한 발판에 올려놓은 이.. 바로 오 헨리이다. 그의 작품들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애환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하고, 그들의 약점과 한계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하면서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가난하고, 권력이나 명예와는 거리가 멀지만, 정많고 인간적인 주인공들을 통해 작품속에서 진솔하고 긍정적인 그의 가치관을 엿볼수 있다. 우리가 많이 접해본 그의 대표작은 마지막 잎새, 크리스마스 선물, 순경과 찬송가등이 있다.

한 권의 소설책을 읽었다면 등장 인물과 스토리, 눈에 보이는 글들을 따라 읽어 가다 단지 그 문장을 이해하고 조금 더 나아가 그 시대적인 상황을 조금은 알 수 있겠지만 좀 더 깊이 파고들어 본질적인 의미는 지나치기 쉬웠을 것이다.
소설의 제국은 그런 면에서 우리가 쉽게 지나쳐버렸던 수많은 의미를 되새겨볼수 있는 시대적 배경이나 그들의 내면 세계를 조금 더 가까이 알수 있게 도와주는 지침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실제로 나는 이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미국 초기의 역사와 인물들에 대해 자료를 찾아가며, 다시 공부 할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더 의미있는 시간을 갖을수 있었다. 

물론 11편의 소설 작품만 가지고 미국 전체의 문학을 단정짓기란 모순이 아닐수 없겠지만 이 11편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낄수 있었던 것은 소설은 소설가의 글을 빌어서 시대에 맞게 그들의 의식을 언어로 풀어 특징적인 면을 살린다는 측면이 있고, 시대마다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소설들을 창조해 냈던 작가들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그들은 원래 그들이 속해 있었던 사회에 대해 순순히 옹호하는 시각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며, 반사회적이고 사회의 모순이나 악행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비판하고 문제점들을 파고들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문학사에 길이 남을 이 소설들로 그들의 의식과 그들이 만들었던 사회에 대해 알 수 있다는 부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인생과 크게는 미국 문학에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과 더불어 미국인들의 삶과 그들의 사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을수 있었기 때문에 미국 문학의 전체적인 흐름을 다시 짚어볼수 있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저자가 1968년 육사 교관으로 있던중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꼬박 20년 20일을 복역하는 동안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의 글과 메모의 글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신영복 교수를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이번 가을쯤에는 이 책을 꼭 읽어보리라 다짐하게 했던 책 중의 한 권이었는데 제목부터 맘을 다잡게 만들었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기다리던 마음이 간절했지만 사실 책이 도착하고도 한동안 책장에 그냥 꽂아두고 말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쉽게 펼쳐 볼 수 없는 책이기도 했다. 단지 감옥이라는 곳에 대한 알 수없는 두려움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내가 이 책이 읽고 싶었던 본질적인 이유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기 때문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신영복 교수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는 몰라도 대표작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분명 저자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사색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구였을 것이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저자 개인적인 인생얘기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종교적으로 법률이나 말씀따라 수행의 삶을 살아가는 여러 종교인들의 사색이야기가 아닌...  

전문가적인 견해보다는 인간이 살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만을 갖추고 행하며, 사색에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투옥중의 사람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억압받고 있는 상황에서의 인간의 내면이란 어떤 것일까하는 궁금증도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이 살면서 갖출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과 억압받은 자유속의 상황에 처해진 사람이라면 내면의 본질을 가장 순수히 만들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해서 읽게 된 것같기도 하다.

사색이란 내면의 세계를 더욱 더 강하고 힘있게 키워주는 정신적인 예방책이란 생각도 든다.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은 현대인들에겐 그 무엇보다도 더 필요한 시간이겠지만 일상에서도 잠시동안의 사색을 갖기란 현실적으로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언제나 각박하고 뭔가에 쫓기는 듯한 인생의 한 지점에 서서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너무나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자신에게도 지금 당장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을 느꼈지만 이렇게 허하고 무거운 마음을 풀어 줄 수있는 방법은 그나마 나에게 가장 위안이 되주는 방법인 독서에 몰두하는 것이다. 이런 시간에 이 책을 선택해서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너무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암울한 시대를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죄없이 지옥과도 같았을 감옥에서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말았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던 것이 사회나 존재에 대한 원망과 미움, 노여움과 한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시간을 묵묵히 살아내며 자신의 내면을 더더욱 단단하고 건강하게 가꾸는 삶을 살았던 저자는 분명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이었구나싶은 생각이 또 한 번 저자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해짐을 느낀다. 

어둡고 추운, 삭막하고, 칙칙한 그 곳에서 밑바닥의 인생을 알고 살아가는 다른 이들과 함께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을 복역하며 저자는 그의 인생중 가장 소중하고 왕성할 그 시간들을, 가장 화려할 수 있는 청춘을 그 곳에서 보냈어야만 했다는 사실에 안쓰럽고 가엾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상황들로 인해 저자는 이 위대하고 소중한 한 권의 책을 완성할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외형적인 생활이나 개인의 모습은 아주 형편없었을지 몰라도 그의 깊은 정신세계는 이 세상 그 어떤 이보다 더 깨끗하고 순수한 내면을 추구할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느낌도 지울수가 없다.
그 세월동안 그의 고독과, 번뇌와, 사색이 담긴 이 책은 지금을 살아가는 내게 있어서 다시 한 번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충분한 계기가 되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