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저자가 1968년 육사 교관으로 있던중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꼬박 20년 20일을 복역하는 동안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의 글과 메모의 글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신영복 교수를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이번 가을쯤에는 이 책을 꼭 읽어보리라 다짐하게 했던 책 중의 한 권이었는데 제목부터 맘을 다잡게 만들었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기다리던 마음이 간절했지만 사실 책이 도착하고도 한동안 책장에 그냥 꽂아두고 말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쉽게 펼쳐 볼 수 없는 책이기도 했다. 단지 감옥이라는 곳에 대한 알 수없는 두려움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내가 이 책이 읽고 싶었던 본질적인 이유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기 때문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신영복 교수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는 몰라도 대표작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분명 저자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사색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구였을 것이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저자 개인적인 인생얘기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종교적으로 법률이나 말씀따라 수행의 삶을 살아가는 여러 종교인들의 사색이야기가 아닌...  

전문가적인 견해보다는 인간이 살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만을 갖추고 행하며, 사색에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투옥중의 사람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억압받고 있는 상황에서의 인간의 내면이란 어떤 것일까하는 궁금증도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이 살면서 갖출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과 억압받은 자유속의 상황에 처해진 사람이라면 내면의 본질을 가장 순수히 만들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해서 읽게 된 것같기도 하다.

사색이란 내면의 세계를 더욱 더 강하고 힘있게 키워주는 정신적인 예방책이란 생각도 든다.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은 현대인들에겐 그 무엇보다도 더 필요한 시간이겠지만 일상에서도 잠시동안의 사색을 갖기란 현실적으로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언제나 각박하고 뭔가에 쫓기는 듯한 인생의 한 지점에 서서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너무나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자신에게도 지금 당장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을 느꼈지만 이렇게 허하고 무거운 마음을 풀어 줄 수있는 방법은 그나마 나에게 가장 위안이 되주는 방법인 독서에 몰두하는 것이다. 이런 시간에 이 책을 선택해서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너무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암울한 시대를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죄없이 지옥과도 같았을 감옥에서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말았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던 것이 사회나 존재에 대한 원망과 미움, 노여움과 한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시간을 묵묵히 살아내며 자신의 내면을 더더욱 단단하고 건강하게 가꾸는 삶을 살았던 저자는 분명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이었구나싶은 생각이 또 한 번 저자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해짐을 느낀다. 

어둡고 추운, 삭막하고, 칙칙한 그 곳에서 밑바닥의 인생을 알고 살아가는 다른 이들과 함께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을 복역하며 저자는 그의 인생중 가장 소중하고 왕성할 그 시간들을, 가장 화려할 수 있는 청춘을 그 곳에서 보냈어야만 했다는 사실에 안쓰럽고 가엾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상황들로 인해 저자는 이 위대하고 소중한 한 권의 책을 완성할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외형적인 생활이나 개인의 모습은 아주 형편없었을지 몰라도 그의 깊은 정신세계는 이 세상 그 어떤 이보다 더 깨끗하고 순수한 내면을 추구할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느낌도 지울수가 없다.
그 세월동안 그의 고독과, 번뇌와, 사색이 담긴 이 책은 지금을 살아가는 내게 있어서 다시 한 번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충분한 계기가 되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