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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살아보고 싶었던 삶
김태원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꼭 한번 살아보고 싶었던 삶의 저자 김태원은 가톨릭대학교 신학부와 파리가톨릭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신부로 봉직하다 몇 년 전 홀연히 강원도 외딴 산속의 흙집으로 떠났다. 산에서 살 결심을 한 이유는 때묻지 않은 야생 자연에 대한 동경과 미술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고, 사람이 죽어서 마지막에 돌아가는 산을 살아생전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싶어서였고, 마지막으로 부족한 삶에 대해 정리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마음으로 주님께 용서를 청하고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책을 펼치자마자 아주 오래 전, 태초에 인간이 처음 존재했던 그 때가 떠올랐다. 낯설고 척박한 산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려는 저자를 보며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무슨 일들이 벌어질지 잔뜩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는 존재한다는 자체를 너무나 당연시 여기는 많은 문명의 생활을 통해 점점 더 편하고 기계적인 생활속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산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답답하고 불편할지는 겪고 보지 않고서도 훤히 알 수 있을것만 같았다.
해발 750미터의 고도의 산 중턱에 자리한 집에 필요한 저자의 개인적인 살림살이들이 옮겨지고 시계와 달력도 없이 존재하는 것이라곤 땅과 나무들, 이름모를 꽃과 풀밖에는 없는 곳에서의 산 생활은 짐정리와 먹을 식량을 준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저자가 살림에 정말 초보란 사실은 산에서 처음 밥을 했던 장면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살림살이에도 서툰 그가 과연 산에서의 생활을 무사히 시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아궁이에 직접 장작을 패다가 불을 지피고, 돌을 날라다 야외 화장실을 만든다.
휴대폰과 인터넷이 없으면 안 되고, 또 10년 가까이 전동칫솔과 비데를 사용하는 나로써는 현대 문명을 떠나 아무것도 없는 산에서의 생활이 너무 갑갑하고 걱정스럽게만 보였다.
저자가 수세식도 아닌 야외화장실을 산에서 얻을수 있는 도구들과 재료만을 가지고 만드는 걸 보며 화장실 문제만으로도 난 산에서 몇 시간도 못 살겠다싶은 생각에 내가 문명사회에 정말 많이 길들여져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저자는 직접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며 농부로서의 삶도 시작하게 되는데 이 때 자연적인 퇴비로 요긴하게 사용하는 걸 보며 대단하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의 삶을 뒤돌아보면 참다운 면보다는 가식적인 생활이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어쩌면 저의 진실한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 이 산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상 가야 할 길을 가지 않고 가는 척만 하였습니다만 이제부터는 조금씩 가겠습니다. 힘들수록 더욱더 힘을 내고 스스로 힘을 키워가는 삶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님께서 저를 업어서 여기까지 데려와 주셨지만 지금부터는 제 힘으로 일어서 걷겠습니다. 아멘.. (33p)
차가운 계곡물을 떠다 마시고, 계곡에서 씻고, 빨래를 하고...
도끼와 톱으로 직접 나무를 잘라 땔감용 장작을 만들고, 불을 때고, 야외 화장실과 창고도 만들고, 농사를 짓고, 살림도 하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할까 싶었다.
더구나 산에서의 겨울은 영하 25도를 넘나드는 너무나 강한 추위에 난방 시설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집에서의 생활이 가능할지 너무 염려스러웠지만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 저자는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추울수록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하고, 구덩이를 파서 김장 항아리를 묻고, 월동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에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초보딱지를 완전히 벗고, 이제 저자는 직접 나무를 해다가 가구도 만들고, 산에서의 생활에 완전히 적응을 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산 생활의 베테랑으로 변해가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도시의 복잡함을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이 한 편으로는 너무 부러웠고, 자연을 가까이 하며 생활할수록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감사함을 더욱 깊이 되새길수 있다는 사실과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점점 더 각박하고, 편한 것만을 추구하는 삶을 지향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하물며 미세한 곤충이나 식물들까지 생명이 주어진다는 것은 어떤 존재에게나 마친가지로 소중한 것이고, 살아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것이다. 산다는 것의 의미는 재미있게 사는 기술을 터득해 가는 것이고, 아름답게 사는 방법을 추구하며 나와 남과의 관계에서 큰 의미를 찾을수 있는 것이다. 나 혼자만 세상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모든 존재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먹고, 입고, 마시고, 생활하는 모든 것들은 나날이 발전하며 편한 것에 익숙해질수록 사람들은 자연속에서의 삶을 동경하며 참살이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우리는 본래 자연으로부터 태어나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을 아낄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모든 자연과 늘 공생하며 살아가는 것이 자연에게나 사람에게나 가장 좋은 최선의 방향이란 사실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