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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신화
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음, 이충호 옮김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세계의 모든 신화’ 저자 데이비스는 상아탑 속 죽은 지식을 반대하고 재미있는 지식으로 안티 교과서를 표방하며, 지식과 재미를 결합한 20여권의 교양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지식의 왕이라 불리우며 현재 그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교양서 저자이다. 데이비스는 어린 시절부터 신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호기심으로 늘 신화에 관한 이야기책에 묻혀 지냈다. 그의 이런 남다른 호기심으로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신화에 관한 확실한 길잡이를 만날수 있었던게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신화란 아득히 먼 옛날옛적 이야기들이라고만 생각했던 내가 갑자기 신화가 궁금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꺼번에 여러가지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신화란 과연 정확하게 무엇인가?
우리가 알고 있던 신화는 정말 사실인가.. 그렇지 않은가..
신화에 대해 알고 싶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며, 또 무슨 책을 봐야하는가..
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에 불과한 것이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그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다. 신화에 관해서 문외한인 나도 가장 많이 듣고 접했던 고대 그리스나 로마신화를 정확하게 단정지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은 아닐까? 문학서적을 읽다가 가끔 오디세이아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던 저자들을 쉽게 만날수가 있었는데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나와 같을수는 없다는게 내 생각이었다.
몇 천년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바로 신화라고 생각한다. 신들의 왕인 제우스와 그의 아내 헤라,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 헤라클레스, 율리시스, 그리고 흉칙하게 생겼던 수많은 종족의 신들... 영웅의 모험과 괴물 이야기, 또는 선과 악의 대결에 대한 이 모든것이 내가 알고 있던 신화의 모습이다. 다시 말하자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느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난 개인적으로 신화에 대해 어떤 믿음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신화가 사람들에게 실제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일상적인 사실부터 역사, 문학, 심리, 종교, 대중문화, 언어, 뉴스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속에서 신화는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이 책은 문명권에 따라 신화를 구분해서 신화와 신앙 체계가 가장 먼저 발달했다고 알려진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를 시작으로 그리스, 로마, 북유럽의 서양 주요 신화들을 연대순으로 정리했고, 동양의 인도, 중국, 일본의 신화를 거쳐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태평양 섬 지역의 신화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신화에 대해서 꼭 알아야 할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신화와 그것을 만들어낸 문명에 접근하며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신화란 자연 세계의 여러 측면을 설명하거나 사회의 심리나 관습이나 이상을 서술하기 위한 방편으로, 어느 민족의 세계관에서 기본적인 유형의 역할을 하는 초자연적 존재나 조상이나 영웅을 다루는 전통적인 옛날 이야기라고 저자는 정의하고 있다. 신화는 거짓일거라는 내 생각을 무너뜨리는 해석이었기 때문에 조금 당황했던 부분이다. 신화를 봐왔던 내 관점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적어도 신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키울수 있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신화는 어떤 과학으로도 대신하거나 만들어낼 수 없다. 그것은 신화가 신성한 것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있는 신성한 삶을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화를 발명한 것이 아니라, 신화가 신의 언어로 우리에게 이야기다.
-카를 구스타프 융-
신화에 대해 생각하고, 책을 읽다보니 궁금증 하나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바로 그리스와 로마 신화의 연관성에 관한 것이었는데 로마인 원주민은 많은 신을 섬겼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고대의 3신이라 불리우는 유피테르, 마르스, 키리누스를 꼽을수 있는데 유피테르는 세상을 통치한 하늘의 신으로 제우스와 동일시 되었다. 마르스는 전쟁의 신인데 로마 신화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아레스보다 훨씬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키리누스는 농업의 신이었으나 그리스의 신들에 흡수되어져 후에는 그 이름이 사라졌다고 한다.
기원전 6세기 후반에 이르러 로마인은 고대의 3신을 카피톨리네 3신인 유피테르, 유노, 미네르바로 대체하는데, 로마인은 자신들의 신화와 신을 강요하는 대신에 그리스의 전설과 신화를 자신들의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리스 신화와 로마 신화가 많이 비슷해 보였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책을 읽기 전의 내가 알고 있던 신화를 생각해 보면, 수많은 사건에 비슷비슷한 인물들로 크게 다른 점을 구분할수 없었지만, 시대에 맞춰 종교와 문명에 따라 그 수많은 신화는 모두 제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화는 전설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며 책 속에 등장했던 신화들 거의 대부분은 처음 접했던 이야기였는데 특히 켈트족과 북유럽 신화, 중국과 일본 신화, 또 아프리카와 태평양 섬의 신화이야기는 너무 흥미로웠고 신비롭다는 생각이들기도 했다. 신화가 탄생되기까지의 여러 배경들을 살피다 보면 신화는 전혀 근거없는,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언제나 사람들의 문화와 문명과 함께 공존해온 것이 바로 신화란 사실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천 년의 시간과 여러 문화권을 뛰어넘는 인류의 공통 경험. 인류가 품어왔던 모든 것들에 대한 호기심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신화다. 우리가 창조하는 세계에서 인류문명이 진화를 거듭하는 한, 사람들은 예전 신화를 기억할 것이고, 또 다른 새로운 신화를 창조해 나가며 신화는 영원히 인류와 함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