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의 드라마 제작 소식을 들은 뒤로는 무척이나 드라마가 기대되었었다.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드라마는 애청을 하는지라 꼭 시청을 하리라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드라마를 제대로 시청하지 못하여 아쉬움이 무척 컸었다. 드라마는 극중 동무와 함께 양반의 호패를 뺏어들어 백정 신분을 벗고 새이름으로 새 출발을 하는 과정을 우연히 보게 되고 그게 끝이었는데, <제중원 박서양>이라는 책을 통해 한국인 최초의 양의사가 된 인물을 새롭게 알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랜만의 역사 소설을 읽는 터라 많이 긴장되고 작품에 몰입을 하느라 힘이 들었다.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동화를 즐겨 읽은 터라 글씨사이즈부터 달라 처음에는 속도가 너무도 더디게 진행되었다. 이런저런 인물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생각하고 입장을 이해하는데는 조금 시간이 지난 후부터였다. 박서양은 실존인물이지만 책속의 내용은 허구가 가미되어있다고 한다. 사실 드라마 제작 소식을 통해서 박서양이라는 인물을 처음 접했기에 소설을 읽는내내 그가 겪은 수 많은 갈등과 고뇌가 실존 인물이 겪은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백정으로 반촌에 살아야하는 박서양은 처음부터 그릇이 남달랐는지 모르겠다.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기 보다는 현실을 안주하는 이들이 더욱 못마땅하여 싸움도 잦고, 글을 읽게 되면서 그는 백정이라는 꼬리표가 언제나 장애물이었다. 죽기 일보직전까지 간 서양을 보다 못한 아버지가 제중원에 버려두다시피하여 맡겨진 후로 그는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알렌의 도움으로 의술을 배우고 점점 자신도 동물잡는 백정이 아니라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에게 항상 달려있는 백정이라는 신분이 늘 힘들고 몸과 마음이 힘들어진다. 사람 아래 사람 없고 사람 위에 사람 없다 하지만 오랜 옛날 우리는 신분제가 있었고 양반과 평민, 노비보다 못한 백정이 존재했다. 신분제가 폐지되고 난 후도 사람들은 백정이 아니다라고 바라보는 사람들은 없었다. 구한말 급변하는 시대만큼이나 주인공 박서양 또한 많은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었고 많은 어려움을 이겨냈으며 그렇게 그는 진정한 의사가 되었다. 선교사이자 의사였던 알렌과 동료의사와의 갈등과 스승의 가르침으로부터 의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고, 고종황제와 흥선대원군의 갈등 또한 그를 조선 최초양의사이자 애국자로 만들어 낸 계기가 되었을테다. 백정에서 양의사가 되기까지의 도움을 준 스승과 소설속에 등장한 많은 사람들은 시대 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면 인물 박서양을 만날 수 있다. 일본과 청과의 관계 외교 전반적인 내용이 그려져 많은 고통속의 지난날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되면서 때로는 한숨을 짓고 안타까운 순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박서양은 100년전 사람이다. 삶 자체가 소용돌이인 그를 통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라 실존인물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또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가 느꼈을 수 많은 감정들을......드라마를 통해서 방영되고 있는 제중원은 박서양이라는 인물의 이름대신 황정이라는 인물로 엮어 내고 있다. 백정이라는 신분을 속이기 위해 황정이라는 인물로 살아야하는 앞으로 드라마상의 행보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책에서 그려진 박서양과 드라마 속 인물들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