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에게 햇살을 - 좌절과 분노를 극복하고 참된 자아를 발견하게 하는 청소년 심리소설
프리실라 커밍스 지음, 최순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처럼 평범한 하루였던 12살 소녀 켈리에게 갑작스런 사고가 생기며 그녀의 인생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 다리 골절은 물론 여기 저기 심각한 화상을 입은 그녀는 세상과의 거리감을 느끼며 스스로 세상과의 단절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10세 어린소녀에게서 얼굴과 몸 전체의 화상은 아마도 인생 최고의 위기였을것이다. 외모나 아주 사소한 꺼리로도 따돌림이나 놀림을 당하는 세대인터라 특히나 예민한 소녀에게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무척이나 힘든 고통이었을테다. 이 책은 작가가 실존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서 그런지 소녀가 받은 고통이나 분노 좌절감이 쉽게 와 닿았다.

 

사고로 인해 켈리는 뭉게진 얼굴만큼이나 켈리는 마분지 상자처럼 텅빈 공허함을 지닌다. 그만하기 천만다행이라 위로 하는 사람들의 말은 귀에 들리지도 않으면 앞으로 자신이 겪을 상황의 두려움과 자신이 왜 사고를 당해야하는지 분노하고 좌절한다. 곁에서 자신을 위로하는 간호사와 가족들의 따스한 사랑의 손길을 거부한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한 소녀는 몸 하나 까닥할 수도 없고 쉽게 구부리지도 못하는 손가락 하나 하나에 온 신경이 다 가지만 사실 가장 심각한 것은 얼굴이었다. 뭉게진 얼굴로 인해 원래 모습을 돌아 올 수 없다는 좌괴감에 빠지고, 친구들이 자신을 전과 같이 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넌 사람들의 관심을 너의 상처로부터, 네가 쓰는 마스크로부터 너 자신에게로 이끌어야 해......, 안쪽에 있는 사람 자체에게 말이지. 그래서 너의 사람됨을 밖으로 내비치게 해야하는 거야. 인상을 좋게 주는 법을 배워야해. (p91)

 

잦은 수술과 치료를 통해 자신은 점점 세상과의 단절된다는 느낌을 받으며 가깝게 그녀를 위로해주는 사람들을 의식적으로 밀어내어 자신을 더욱 더 상처를 내는데 그녀를 바라보는 고통스러운 사람이 있었으니 그녀의 엄마이다. 이상하리만큼 켈리의 얼굴을 자세히 처다볼 수 없는 엄마, 엄마의 상처가 사고로 입은 상처는 점점 나아지지만 늘어만 가는 주름과 어딘가 모르게 무엇을 숨기고 있는 듯한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켈리는 사건이 일어난 날을 떠올린다. 어느 평범한 비오는 날 사고가 발생, 켈리는 빨간신호등을 무시한 체 달려간 엄마와 마주해 오는 전조등 불빛을 떠올린다. 사고를 숨기는 엄마와 알고 있는 소녀와의 묘한 감정이 대립된다. 서로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쉽게 꺼낼 수 없는 말을..

 

한명은 엄마를 비난하는 켈리이고, 다른 한명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켈리였다. 그들은 두 명의 다른 사람이면서 하나였다. (p111)

 

마스크로 가린 자신의 얼굴을 보며 켈리는 때로는 엄마를 원망하기도 하고, 하느님을 원망하며 자신의 존재 이유마저 흔들리는 고통의 치료시간을 보내며 퇴원을 한다.  자신이 유일하게 위로받고 본 받고 싶은 언니의 방문으로 켈리는 조금씩 단절되었던 세상과의 마음을 열게 되지만 그녀에게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이 더 이상 예전의 켈리가 아님을 아는 소녀는 외출도 꺼리며 친했던 친구와도 연락을 끊은체 지낸다.

 

" 네 자신에게 기회를 한번 주렴" (p176)

 

병원에서 만난 소녀와 미술관 관람 그리고 언니 리에게서 들은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껏 혼자만 상처받았다고 생각했던 상황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처럼 고통을 받고 있으며 자신과의 같은 상황에서도 극복해 내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언제나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친구와 가족들이 있음을 새삼 깨닫으며 괴물 켈리가 아닌 또 다른 켈리로서 세상에 한발짝 내딛는다.

 

이제 무엇이든지 가능했다. 한 소녀의 얼굴이, 마스크 뒤에서 세상을 향해 마주 미소 지었다.(p235)

 

화상을 입고 자신의 상처를 회복하면서 분노와 고통을 이겨내는 켈리의 모습으로 외모를 중시하는 현실을 비판해보인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고 스스로 만드는 내면의 삶이야 말로 진실한 삶임을 깨닫게 된다. 12살 소녀에게 정말 힘든 고통과 두려움이었을 켈리가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극복하고 마스크속 세상이 있음을 알려주는 듯 해 그녀의 용기와 희망에 박수를 보낸다. 한편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라 그런지 켈리의 엄마의 마음도 이해는 갔다. 남편도 없이 두 자매를 키우며 사고의 자책감과 책임감으로 고통받았을 그녀, 사고의 당사자가 딸인 켈리가 아니라 자신이었으면하고 수 만번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삶의 희망을 위해 아직도 많은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분노를 겪고 있는 환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용기를 가지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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