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중 - 유년동화
김동성 그림, 이태준 글 / 한길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 우리 엄마 안와요? "

우리 엄마는 대체 언제 오실까. 추운 겨울 한 없이 기다리는 꼬마 아이의 콧끝은 빨갛게 물들고,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가슴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자리를 옮길 줄 모르고 정류장에서 한없이 기다리는 꼬마에게 오직 하나 엄마 생각뿐이다. 누르스름한 표지와 꼬마아이가 입은 옷이 짐작이라도 하듯 해방 전 1930년대 모습을 그려 내고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엄마, 전차 정류장에서 아이는 낯선 사람의 경계도 없이 "우리 엄마 안와요?" 라고 용감하게 묻는다. 돌아오는 말은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라는 답뿐이다. 2000년대 지금은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장면이다.


언제나 휴대전화나 기타 통신으로 서로의 위치를 꿸 수 있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또 다른 전차도 마찬가지의 대답을 남기도 떠나자 아이의 불안감은 고조가 된다. 빨간 얼굴이 더욱 빨갛게 상기되고, 커다란 전차앞에 꼬마 아이는 한없이 작음을 느낀다. 전차가 지나가도 더 이상 묻지 않고 하염없이 기다리던 꼬마에게 내가 너희 엄마를 아니 되묻던 아저씨와는 다르게 또 다른 차장은 내려서 아이의 안전을 걱정한다.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듯 그림책의 색이 점점 짙어간다. 어둠이 깔리고 흐릿해진 주변 배경으로 보이는 간판들과 땅과 가까운 곳에 내려앉은 전신주들이 아이의 쓸쓸함을 대변하해주는 꼬마 아이를 지켜준다.


코만 새빨개진 꼬마아이는 과연 엄마를 만났을까.

봇짐을 머리에 이고 지나가는 아주머니, 책가방으로 보이는 책주머니를 등에 맨 꼬마아이들의 모습, 저마다의 한복저고리의 입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1930년대 생활상을 눈에 볼 수 있었다. 흰 눈이 펑펑 내릴때까지 기다렸던 꼬마는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지붕에 쌓이고......결과는 마지막장의 표지에서 확인을 할 수가 있는데, 빨간 막내사탕을 쥔 꼬마아이 또 다른 손에는 엄마와의 손을 꼭 마주하고 있어 앞모습이 보이지는 않지만 흐뭇해 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볼 수 있어 혹시나 만나지 못할까 마음 졸이던 내마음이 눈 녹듯 녹아버린다.


해방전 시대적 상황이 그래서인지 단순히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이라고만 생각할 수가 없다. 작가의 간절한 바램이 들어있는 것임을 안다. 작가의 바램이자 온 국민의 바램인 해방 그것을 엄마와 비유해보인다.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꼬마아이의 심정처럼 해방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국민의 마음을 담았고, 아이에게 내가 너희 엄마를 아니하는 차장은 주변국가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희망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덮어 버린 하얀눈과 함께 꿈에 그리고, 간절히 바랬던 엄마를 만나는 것이다. 시대적상황인 만큼 직접적으로 말할 수 없는 그 간절함이 그림책 속에 가득하다.


어린시절이나 지금껏 누군가를 이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기다림 오랜 인내 끝에 만남이란 한권의 그림책속에 다 집어 넣기 힘들었을테다. 하지만 작가는 아름다운 그림, 간결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그림책을 완성했다. <엄마마중> 그 잔잔한 감동은 오래도록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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