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아버지, 용기내세요. 우리가 있으니!!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2월

늘름한 모습을 한 수탉은 태어날 때부터 튼튼해보이는 수평아리였다. 태어난 모습처럼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랐고, 세상에게 제일 힘센 수탉으로 자랐다. 온 동네 울음소리 가득했던 시절은 곧 경쟁자가 나타나고 바뀐다. 힘센 수탉에서 술을 잘 마시는 수탉이 된 것이다. 점점 늙어가고 힘없어진 자신을 돌아보니 절망으로 가득 찬다. 절망에 찬 자신에게 암탉은 자신에게 펼쳐진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바로 자신들의 자손들이 자신만큼은 아니지만 건강하고 훌륭하게 그리고 멋진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을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바칩니다. 삶에 지치고 힘든 어른들 우리 아버지들에게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처음 이 책을 받아 든 느낌은 단순히 힘센 수탉의 웅장함으로 포장된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느낌을 먼저 받았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 가슴속에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 그림책 속에 고스란히 담긴 듯 하다. 어린시절 돌아가셨던 할아버지, 아버지가 생각났다. 그리고 언제나 나의 든든한 버팀목인 남편 또한....

언제나 가족을 위해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님, 한때는 잘나가고 나름대로 큰소리 뻥뻥 칠수 있었던 젊은 세월을 뒤로 한 채 늙고 병든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한스럽고 힘없는 존재임을 느끼시는 부모님의 어깨가 언제나 무거워 보였다. 그런 그들에게 작가는 그들은 늙었지만 그들의 자손들이 아주 건장하고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해준다.

노령화사회로 아이들보다 노인의 인구가 더 많아진다고 하는 요즘 어른들의 고민은 더해진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애썼지만 어느 것 하나 이룬 것 같지 않고 점점 쪼그라들어 한없이 작아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고 슬퍼하는 어른들, 그 어른들에게 절망하지 말것을 이야기하며 자신들에게는 더욱 큰 희망이 있음을 알려주는 동화인이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것이다.

환갑을 맞는 수탉부부 잔치에 한껏 부분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도 정겹다. 그 모습을 보면서 몇 년전 아버님의 환갑이 생각났다. 자식들은 살기가 바쁘다는 이유로 들고 저마다 돈 봉투를 들고 나타났다. 이렇다할 잔치는 둘째치고 각자의 시간에 맞춰 나타난 자식들의 모습이 너무도 섭섭하시다며 한탄의 말씀을 늘어놓으셨던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젊은 시절 너무도 열심히 일하고 가정을 위해 몸받쳐 이제는 늙고 힘없어 졌는데 자식들은 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하니 서운하실만도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너무도 죄송스러운 생각이 가득하다.

암탉처럼 현명한 부인이 없었다면 수탉에게는 하하호호 웃는 환갑의 모습을 볼 수 없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절망한 아버지에게는 기댈 곳이 더 이상 없었는데 부인이 보여준 또 다른 세상에게는 이세상을 살아갈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었으니까.

요즘은 경제적인 이유로 남들보다 앞서지도 못한 이유로 많은 다툼이 있다.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일등을 강요하고, 남보다 많은 수입, 남보다 높은 지위를 오르려 노력을 한다. 그것이 모두 소용없음을 책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한때는 잘나가는 유명한 수탉이었지만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고 패배한 그에게 남은 삶이란 술주정뱅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절망하고 또 한탄했지만 곁에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기에 그는 삶의 또 다른 이유를 찾았다. 가족이야말로 구세군이며 희망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가족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은 계시지 않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두 분이 무척 그리워진다. 언제나 힘들게만 살아오신 그분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우리 아이들이 있는 것임을 이제는 만져볼 수 없는 하늘에서 우리를 바라만 보고 계시면서 흐뭇한 웃음을 짓고 계시지는 않을까 앞으로도 이렇게 쭈욱 언제나 행복한 모습만을 보이겠다 다짐하고 또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