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한가위는 내게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 주는 나날이었다. 몇달만에 보게되는 친척들도 반가웁고 맛있는 음식 그리고 이것저것 볼거리로 풍성한 그야말로 동네 잔치였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지금은 풍습이 사라지고 없지만(아마도 시골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없어서 사라진 것일지도..)내가 어릴때만 해도 마을에서는 순번을 돌아가면서 마을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나무신에게 제를 지냈는데, 부모님 차례가 되었는지 새벽녘에 근처 우물가에서 목욕을 하시고 제를 지내는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물론 낮이 되면 동네 사람들 모두 풍물놀이를 하면서 신나는 잔치가 벌어졌다. 시골에서 어른 시절을 보냈는데, "올게심니"라는 말을 처음 들어 보았다. 가을내 거둬들인 햇곡식의 이삭을 대문이나 기둥에 걸어두는 것을 말하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어린시절 추석쯤에는 대문옆에서 벼와 수수를 본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안타까운 것은 우리네 미풍양속이 점점 사라져 아이들에게 제대로 보여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린시절에는 어땠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면 마치 달나라 이야기를 듣는듯하고 아무리 책으로 설명을 해주어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왜?라는 말만 되돌아 오니 많은 부모들도 나처럼 한없이 안타까울 것 같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사느라 바빠 잊고 있었던 주변의 이웃과 친척들을 돌보게 되고 햇곡식으로 풍성한 곳간덕분에 마음까지 풍요로웠기 때문에 그런말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든다. <책읽는 곰>에서 우리 문화 그림책 온고지신 4권으로 출간된 <더도 말고 덜돌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우리 옛 한가위 모습을 보름달 속에 살고 있다고 믿는 옥토끼를 통해서 들려주는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올게심니부터 송편, 제사 음식을 만드는 모습, 어려운 이웃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정, 추석빔을 입은 옥토끼의 날아가는 모습, 추석날 아침 제를 지내고 성묘를 하고 신나는 마을잔치에서 달님에게 소원을 비는 모습등을 너무도 정겹게 그려져 있어 책을 보는 내내 흐믓한 미소와 함께 옛 추억을 회상하게 했다. 핵가족과 되어 친척의 왕래 없는 조용한 명절이 지금의 한가위 모습이 한없이 초라해지고 각박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지도 한다. 이번 명절에도 신나는 일이 있을 것 같다며 신나하던 아이들도 막상 명절날이 되자 심심하다면서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한가위 모습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옥토끼를 통해 다양한 우리 전통의 한가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고 넉넉한 정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 너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