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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빙화 ㅣ 카르페디엠 2
중자오정 지음, 김은신 옮김 / 양철북 / 2008년 3월
평점 :
1989년 대만에서 만들어진 영호 "로빙화"의 원작이며, 대만의 원로작가 중자오정이 10여 년의 긴 침묵을 깨고 1960년에 발표한 소설이라고 한다. 로빙화는 봄에 피는 아주 아름다운 꽃으로 생명이 짧아 금방 시드는 꽃이다. 그러고 자신은 차밭을 기름지게 만드는 꽃이다.
가난한 차밭 소작농의 아이들인 고아명과 고차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자애롭고 따뜻한 성품을 지닌 아버지였지만 아버지가 거칠고 매정하게 만든 것은 바로 가난이었다. 가난때문에 아이들은 자주 학교도 빠져야했고, 부모님의 농사를 도와 평범한 아이들처럼 신나게 노는 것도 하고 싶은일을 하지도 못한 그런아이들이다. 두 아이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림그리기이다. 특히 아명은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그림을 그려 늘 부모님에게 웃음을 드리는 아이이다.
학교의 임시교사로 오게된 곽운천 선생님은 미술대회에 나갈 아이들을 선발하는 과정에 고아명이 미술에 특별한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되고 아이들 미술대회에 내보내려고 하지만, 미술만 생각하는 미술학도와 사회에 찌든 어른들의 입장은 달랐다. 자신의 위치, 정치적인 사회적인 입장에 가난한 학생이 미술대회에 나가는 것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보통의 사람들은 누구나 틀에 박힌 그림을 그린다. 구름은 하얀색, 나무는 갈색에 초록색 나뭇잎, 그렇지만 아명의 그림은 무언가 자신만의 느낌이 담겨져 있다. 정형화된 일관성있는 그림이 아니라 아동 자신의 나이에 맞는 느낌을 그대로 옮겨 화난 자신의 모습이나, 감정을 고스란히 그림속에 옮겨놓는다. 그런 그림을 보통의 어른은 알아볼리가 없다. 특히나 자신들의 출세나 자신의 부귀영화만을 생각하는 어른들에게는 말이다.
세계대회 그림을 출품하고 자신의 짦은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고아명, 장례식에 영정사진 대신에 놓인 것은 멀리 외국에서 날아온 상장이었다. 차갑게 변해버린 아메가 안타까운 곽운천 선생님의 위로로 마무리 되지만, 마음속의 많은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영화의 원작이라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서정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며 한참을 안타까운 아명이 생각에 책장을 덮고도 정리가 안되었다.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천재화가 아명은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 천재성을 알아본 선생님만 떠나지 않으셨다면 하는 뒤늦은 생각도 해본다. 1960년대 대만의 작품답게 그 시대상황을 소설속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비록 대만의 이야기지만 권력에 빌붙은 어른들, 빈부격차, 교육,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우리나라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수채화같은 이야기로 모든것을 그려놓았지만 무언가의 여운을 남긴다.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찾아서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