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 SF와 로맨스, 그리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종합소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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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잠깐 냉동되지 않을래? 나중에 꼭 깨워줄게!'

삶이란 테두리에 갇혀 어찌할 바를 모를 때에 누군가 저렇게 말해온다면 혹할 것도 같습니다. '죽고싶다'와 '살기싫다'는 엄연히 다른 말이니까요. 죽고 싶진 않은데 살고 싶지도 않은 순간이 찾아오면 잠시 삶을 멈추고 싶어집니다.

- 작가의 말 -

지금 현재의 삶이 힘들어서, 병이 들어서 같은 많은 이유로 해동기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냉동을 원한다고 한다. 삶이 힘든 순간 누구나 살기 싫다라는 생각은 하지만 막상 죽고 싶지 않은 그런 순간 '너 잠깐 냉동되지 않을래? 나중에 꼭 깨워줄게!'라고 제안한다면 어떨까. 자신있게 냉동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망해버린 이번생을 애도하며]에서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냉동과 해동을 거친 주인공과 그들가족의 삶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특별하지 않은 어느 날 B-17093 남자는 50년의 냉동기간을 끝내고 냉동되기 전 꿈에서 보았던 자신을 사랑하는 아니 사랑할지도 모르는 그녀를 위해 깨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입사하고 싶어하는 냉동과 해동기술을 가진 회사에 근무하는 규선은 B-17093처럼 수년간 냉동되었다 해동된 사람들을 경멸한다. 왜 그렇게 까지 해야하는지 말이다. 오랜 연인 가은과의 결혼을 앞둔 그는 결혼의 전권을 넘겨주지만 무언가에 불안한 가은, 결혼을 무를까 고민할때 만나는 그들의 커다란 장애물 그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

늙은 엄마를 보며 자라나게 될 자녀들을 위해 늙어감을 멈춘 그녀의 선택은 남겨진 남편과 쌍둥이 자녀들을 위해서지만 해동되어서도 가족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한다. 50년후의 미래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멈추며, 사랑하는 딸을 위해 딸이 원하지 않지만 냉동을 선택해야 하는 부모, 냉동의 방법이 최선이었을까. 더 나은 방법은 없었을까. 그들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힘들어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였으면 좀 더 행복해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남은 이들을 너무도 사랑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생이 망했는지 아닌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 같이 끝을 향해 꾸역꾸역 걸어가 봤으면 좋겠습니다.

— 작가의 말 中에서 -

처음 냉동하지 않을래?했을때는 괜찮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지금 너무 힘든 나, 나와 가족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이 책은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삶과 죽음 그 중간의 경계라는 냉동과 해동이라는 조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이야기를 따라가다 읽다보면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보다는 나도 모르게 그들의 삶에 위로라는 말을 전하고 있다. 책을 덮을 즈음엔 긴시간 동안의 내 삶의 짧은 되돌아봄 이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번생이 망했는지 끝까지 가보지 않았다. 어딘가에 있을 그 끝을 향해 나 잘 살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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