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엔, 학교에서 혹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먼저 일러바치느라 두아이의 입질이 바쁘다.

친구와 다툰얘기, 선생님흉보기, 놀다가 다친얘기, 시험본 얘기등...

아이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실제 있었던 일과 본인의 추측이 적당히 버무려져 있다.

그추측이 아이들특유의 상상력으로 넘어갈 수 있는 귀여운 내용이면 다행이다.  그러나 요즘은 유치원이고 초등학교고 간에 마음놓고 들어넘길 수 없는 일들이 허다하다.

아이들은 민감해서 선생님들이 부잣집아이를 더 예뻐하는지, 엄마가 공부잘하는 아이를 좋아하는지 혹은 아무개 엄마가 집을 나갔다든지, 누구집이 몇평이라든지 하는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제나름의 방식으로 소화를 해서 전달한다.

건우는 유치원셔틀버스를 나와함께 타고 출퇴근을 했다.

아파트분양이 봇물을 이루던 무렵  녀석의 유치원에서 아파트평수가 아이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나보다.  셔틀버스안에서도 아이들이 여기저기 제집의 평수를 들이대며 숫자가 큰녀석들이 의기양양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건우녀석,  아무말도않더니 갑자기 아이들을 둘러보고 큰소리로 제아빠의 나이를외치는 것이었다.

<우리아빠 나이 00, 야! 우리아빠보다 나이 더 많은 사람?>

문화센터와 함께 있는 유치원인지라 제법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어른들의 웃음이 터지고, 어쨌든 아이들은 순식간에 제압이 되었다.

그러던 녀석이 어느새 초등학교 3학년이다.

 

세월은 이렇게 잘도 흐르는데,  인테넷을 검색하다보니 이회창과 김종필의 정치적 움직임이 기사로 떠 있는게 얼핏보인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흘러가지도 않는것일까?

구정치인들의 지긋지긋한 야망과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를 있는 공주의 불행한 사건.

이제 그러한 사건들조차 정치적 이면을 의심하지 않고 나이든 노인들의 여가생활이나 액면 그대로 불행한 사건들로만 받아들일수 있는, 딱 그만큼의 세월이 정치판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내아이들이 어른이 되기전에 있는 있는 그대로 사회를 받아들일수 있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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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6-05-23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가 참 당차네요. 3학년이면 한창 개구질 나이일 것 같아요.

치유 2006-05-2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예요..문제..

삼학년멋진아들과 일곱살 이쁜공주님의 어머님이신군요..^^&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