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구나...

말 그대로 가을을 재촉하는 비다.

 

똑같은 비도 나이를 먹으니 한해가 다르구나.

아직은 끝내기 서운했던 여름의 기세가 만만찮은 날씨였건만, 세차진 않아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빗줄기가  이제 한계절이 지나갔음을 도도히 알린다.

친구야,

불혹이 남의 얘기인줄만 알았더니 이제 내가 그속에 들고 보니 그 나이조차 일분기, 이분기, 삼분기, 사분기하며 자꾸만 촘촘히 나누고 싶어지는구나.

빗소리를 들으며 일을 하다가, 오랫만에 걸려온 네 전화에 집에 남아있는 세간 얘기도 좀 하다가

나는 문득 우리 마음에 깊이 그어진 주름을 보았다.

그리고 그 주름들이 내게 말하더라.

이제 누이의 시대는 끝났어요하고...

 

모두들 나가버린 빈 사무실에서 꺼진 컴퓨터를 보며,

오늘 문득 내 나이를 셈해보니 사십이더구나. 

아이들 모두 학교보낸 빈 거실에서 때로 너는 나와 같지 않은지,

혹은 햇살이 비추다 지나간 베란다끝에서 시든 화분을 보며 문득 나이를 셈하지는 않는지...

 

오늘 너를 만나 술을 마신다면 슬픔이 안개처럼 발목을 적셔 오를까...

반 남아 오른 산굽이에서, 오를수도 내릴수도 없는 막막한 심정으로 나와 같이 잔을 기울여 줄까...

 

친구야,

가을로 접어드는 밤이, 제법 길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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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9-0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비와 친구 먹었나..했습니다. 아니였군요..^^

프레이야 2008-09-01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9월의 첫날이에요. 잘 지내고 계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