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93
" -중략- 정력은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는 거예요. 사랑은 어디선지도 모르게 솟아오르는 것이고 명령을 내려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 중략 –" 그리고 그녀(‘안나’)는 또 다시 레빈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P297
레빈은 새각에 잠긴 듯한 어조로 대답했다. "정말 비범한 여자(‘안나’)야! 총명함을 떠나서 놀라울 정도로 진실미가넘치는 여자야 -중략-"

P301
그(’레빈’)가 진심으로 고백한 한가지는, 언제나 똑같은 이야기와 먹고 마시는 일 외에 아무것도 하는 게 없는 모스크바에서 이처럼 오래 지냈기 때문에 자기가 바보가 되어버렸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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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7
인간이 길들일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은 없다. 특히 자기의 주위 사람들이 모두 마찬가지로 살고 있는 것을 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레빈은 그날 자기가 처했던 형편 속에서 펀안히 잠들 수 있으리라고는 석달전만 해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목적도 아무것도 없는 무의미한 생활, 더구나 수입 이상의 생활을 하면서 술에 절어(그는 클럽에서의 자기 행동에 이외의 다른 표현을 할 수는 없었다) 예전에 아내가 사랑한 적인 있는 사나이와 함부로 우정을 맺기도 하고, 게다가 또 타락한 여자(‘안나’)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여자를 방문하는 더 없이 분별없는 짓을 하고, 더욱이 또 그 여자에게 마음이 이끌려 아내를 비탄에 잠기게 한 후에 자기가 편안히 잠들 수 있으리라고. 그러나 그는 피로와 전날의 불면과 술기운 덕분으로 곤하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P308
그저 훨씬 뒤에야 그(‘레빈’)는 그녀(‘키티’)의 조용한 숨결을 상기하고, 여자의 생애에서 가장 큰 일에 대한 기대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그의 옆에 누워 있었을 때 그녀의 거룩하고 사랑스러운 영혼 속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체의 감회들을 이해한 것이다.

P312
그(‘레빈’)는 불신앙자였지만 이 말을 그저 입으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되풀이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그는 자신이 품고 있는 온갖 회의도, 또한 이성에 의한 믿음은 불가능하다는 자기의 체험까지도 신에게 매달리려고 하는 그를 조금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그 손안에 자기의 몸, 자기의 영혼, 자기의 사랑이 있음을 느끼고 있는 존재에 매달리지 않는다면 누구에 매달릴 수 있었을 것인가?

P313
하인은 램프의 등피를 닦고 있었고, 그 일에 완전히 정신을 배앗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인이 등피 따위에 열중하면서 레빈의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는 냉담하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그를 놀라게 했으나, 그는 이내 고쳐 생각하고 아무도 그의 감정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으며, 또 알아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사람도 없으니, 이 냉담의 벽을 뚫고 자기의 목적을 이루려면 침착하게 잘 생각하고 또 단호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두르지 말고 실수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P320
그는 그저 일년전에 도청 소재지의 한 호텔 방안, 니콜라이 형의 죽음의 자리에서 완성되었던 것과 똑같은 무언가가 완성되고 있음을 알았고 느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슬픔이었고, 이것(‘키티의 출산’)은 기쁨이었다. 하지만, 그 슬픔도 이 기쁨도 마찬가지로 생활의 일상적 조건 밖에 있었고, 이 일상생활에의 틈새 같은 것이었으며, 그 틈새를 통하여 숭고한 무언가가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양쪽의 경우 똑같은 쓰라림과 괴로움을 가지고 다가왔다. 그리고 어느 경우에도 이 숭고한 무언가를 눈여겨 보면 똑같이 신비로운 작용에 이해서 영혼은 여지껏 전혀 몰랐던 무한히 높은 곳으로, 이미 이성은 도저히 그 뒤를 따를 수 없는 높이에까지 이르는 것이었다.
"주여, 용서하소서. 도와주소서" 그는 이렇게 줄곧 마음 속으로 되풀이했다. 그처럼 오랫동안 완전한 것으로만 여겨지던 소원(疎遠)에도 불구하고 유년 시절이나 소년 시절과 조금도 다름없이 무조건 믿는 단순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향하고 있는 자기를 느끼면서

P369
가정생활에서 무언가를 꾀하기위해서는 부부사이에 완전한 분열이나 혹은 사랑의 일치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부부관계가 애매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우에는 어떠한 계획도 실행될 수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남편에게도 아내에게도 싫증이 난 생활을 그대로 몇 해째 계속하고 있는 부부가 꽤 있지만, 그것은 모두 완전한 분열도 일치도 없기 때문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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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4
그러자 죽음이, 그(‘블론스키’)의 마음에 그녀(‘안나’)에 대한 사랑을 되살아나게 하고 또 그를 벌하고 그녀의 마음에 뿌리박고 있던 사악한 영혼이 그와 시작한 이 싸움에서 승리를 거둘 유일한 수단으로 또렷하고 생생하게 그녀 앞에 나타났다.

P416
‘그이(‘블론스키’)는 나에게서 무엇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사랑보다는 허영심의 만족이 더 컸던 것이다.’ - 중략-
‘그렇다. 그 이는 허영심을 만족시키고 우쭐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물론 사랑이 있었던 것도 틀림없지만 대부분은 성공에 대한 자랑이었다. 그이는 나를 손 안에 넣은 것을 자랑하고 있었다.
-중략-
자기는 자기의 앞날을 포기할 각오로 이혼과 결혼을 바라고 있는 것이고, 그 이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식인가? 맛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중략-‘
‘그래, 그 이는 내게서 이제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만약 내가 그 이에게 떨어져 나가면 그 이는 마음 속으로기뻐할 것이다’ 이것은 가정이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자기에게 인생의 의미와 인간들간의 관계를 드러내 준 그 선명한 빛 속에서 분명하게 그 사실을 본 것이었다.

P423
"사람에게 이성이 주어지는 이유는, 그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것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예요."건너편의 부인은 분명히 자기의 말에 만족하는 양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면서 프랑스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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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3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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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쪽
이제는 선거장에서 했던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동거지는 하지 않겠다. 앞으로는 브론스키를 만나면 될 수 있는 한 다정한 태도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괴롭다는 것은, 마치 원수와 같은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처럼 괴로운 일이니까 말이오."레빈은 말했다

248쪽
그러나 지금은 벌써 그도 그것에 익숙해져버렸다. 이것은 흡사 항간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주정꾼의 경우, 즉 ‘첫 잔은 말뚝처럼, 두 잔째는 매처럼, 석 잔째는 조그마한 새처럼’이라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 중략 –
그리고 지금은 거의 매일처럼 교환되는 수표도 전혀 그러한 연상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마치 조그마한 새처럼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돈을 얻기 위해서 치른 노력이 그 돈으로 사들인 것이 주는 만족과 비등한가 어떤가 하는 생각, 그러한 생각은 벌써 오래 전에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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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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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쪽
"엄마 역시 나 ("하나")로부터 독립이 필요했다는 걸 말이야"
독립이란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를 떠나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나의 말처럼, 어쪄면 부모 역시 자녀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는 건지도 몰랐다. 자녀가 오롯이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부모에 대한 배신이 아닌 기쁨으로 여기는 것, 자녀로부터의 진정한 부모 독립 말이다.

161쪽
"마찰은 서로 접촉하는 물질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인데, 언제나 운동방향과 반대 방향으로만 생겨난대요."
"사람의 마음과 마음 사이에도 분명 마찰이 있을 거예요."
너무 가까우면 부딪치는 가족처럼 말이다

165쪽
"센터를 졸업하게 되면, 정말로 찾아가도 돼요?"
"그럼, 우린 진짜 친구가 되는거야."
"부모보다 훨씬 가까운!"

167쪽
재능은 얼마나 잘 하는가에 달려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절대 멈추지 않는 것, 그게 재능 같았다.

173쪽
"이 세상에 처음부터 끝까지 좋기만 한 사람은 없어. 그 분(프리 포스터)들이 너("아키")한테 항상 밝고 예쁜 모습만 요구한다면, 너 그럴 수 있어?"
"네가 할 수 없는 걸, 그 분들에게 강요하지마"
~ 중략 ~
일년내내 맑은 날만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구름과 비바람이 없다면 살아남은 식물이 있을까?

189쪽
하나와 해오름은 명령이 아닌 질문과 반성을 할 수 있는 부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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