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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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그 아픔을 정직한 진실로 이끌어 줍니다. (허난설헌의 무덤)"
P34 모든 가치가 해체되고, 자신은 물론 자식과 남편마저 ‘상품’이라는 교환가치 형태를 갖도록 강요되는 것이 오늘의 실상이고 보면 아픔과 비극의 화신인 난설헌이 설 자리를 마련하기는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P35 어린 남매의 무덤 앞에 냉수 떠 놓고 소지 올려 넋을 부르며 ‘밤마다 사이좋게 손잡고 놀아라’고 당부하던 허초희의 음성이 시비에 각인되었습니다.
열락 悅樂 (기쁠 열 悅)은 기쁨을 타버린 재로 남기고 비극은 그 아픔을 정직한 진실로 이끌어준다던 당신의 약속을 당신은 이 곳 지월리에서 지켜야 합니다.

"미완은 반성이자 새로운시작입니다. – 모악산의 미륵 (금산사)"
P45 통일 신라가 백제땅에다 거대한 미륵입상을 세운 이유에 대하여 주목하고 주의하라던 당신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모든 민중적 미륵 신앙을 체재내로 수렴하려는 통일 신라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아닌가에 대해서도 의심하라던 당신의 충고가 떠올랐습니다.
나로서는 개금된 미륵상에서 미륵이 실현하리라던 세계를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이 타인에게 인간적인 세상’을 읽어내기가 어려웠습니다.

P46 미륵화신임을 자처했던 궁예와 견훤은 패배자가 뒤집어쓰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오명에도 불구하고, 고대사를 청산하고 중세사의 전기를 만들어냈다는 당신의 긍정적 평가마저도 잊을 뻔 하였습니다. 묘청, 신돈, 녹두 장군에 이르기까지 미완성은 또 다른 미완성으로 이어져 역사가 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P47 세상의 지도에 유토피아라는 땅이 그려져 있지 않다면 지도를 들여다볼 가치가 없다는 시구가 나의 마음을 감싸주었습니다..
미완은 반성이며 가능성이며 청년이며 새로운 시작이며 그러기에 ‘과학’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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