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 신영복의 언약, 개정신판
신영복 글.그림 / 돌베개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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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8 滄浪淸濁 (창랑청탁, 푸를 창, 물결 랑, 맑을 청, 흐릴 탁),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어부의 노래에는 이상과 현실의 갈등에 관한 오래된 고뇌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맹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이끌어냅니다. "물이 맑을 때는 갓끈을 씻지만 물이 흐리면 발을 씻게 되는 것이다. 물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사람도 스스로를 모욕한 연후에 남이 자기를 모욕하는 법이다.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은 피할 수 없다고 한 ‘서경’의 구절도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P112 고통이 견디기 어려운 까닭은 그것을 혼자서 짐져야 한다는 외로움 때문입니다. 남이 대신할 수 없는 일인칭의 고독이 고통의 본질입니다. 여럿이 겪는 고통은 훨씬 가볍고, 여럿이 맞는 벌은 놀이와 같습니다. 우리가 어려움을 견디는 방법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113 기다림은 더 먼 곳을 바라보게 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을 갖게 합니다. 찔레꽃잎 따먹으며 엄마를 기다려 본 사람은 압니다.

P114 도로는 속도와 효율성이 지배하는 자본의 논리이며 길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동행하는 인간의 원리입니다. 우리는 매일 직선을 달리고 있지만 동물들은 맹수에게 쫓길 때가아니면 결코 직선으로 달리는 법이 없습니다.

P116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 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P118 비움은 항상 새로운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저는 많은 것을 잃고 또 많은 것을 버렸습니다. 잃거나 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한 일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 생각해보면 그것은 푸성귀를 쏙아내는 일,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P125 첩경과 행운에 연연해하지 않고 역경에서 오히려 정직하며 기존과 권부에 몸 낮추지 않고 진리와 사랑에 허심탄회한, 그리하여 스스로 선택한 우직함이야말로 인생의 무게를 육중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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