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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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 여행이란 자기가 살고 있는 성城을 벗어나는 해방감이 생명이다. 부딪치는 모든 것들로부터 배우려는 자세가 없다면 여행은 자기 생각을 재확인하는 것이 된다.

P13 무소유와 지혜는 팔리지 않으면서도 살아남는다는 사실이다.
용과 고래의 한판 승부라는 타종의 엄청난 굉음을 좇아가 이윽고 도달한 곳은 묵언이었다.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소리의 뼈는 침묵이었다.

P14 지혜는 자기와의 불화 不和이고 시대와의 불화이다. 지혜가 고요와 깨달음의 초월 공간이라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지혜에 대한 오해이다. 마찬가지로 무소유 역시 사회와의 불화이다. 타인의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격리시켜주는 소유라는 이름의 요새, 그 완고한 요새를 향한 싸움이다.

소유란 사람과 물건이 맺는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관계이다. 물건을 다른 사람의 접근으로부터 차단하는 격리와 고립이 소유이다.

P16 나는 아픔이 없는 기쁨과 기쁨이 없는 아픔은 진실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거나 어떤 우연한 여행지라 하더라도 항상 그것이 담고 있는 빛과 그림자, 애 哀와 환 歡을 편견 編見하는 시각을 늘 불편해한다. 그것이 아마 내가 동상 앞에 오래 머물지 않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P17 추억이란 세월과 함께 멀어져가는 강물이 아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숱한 사연을 계기로 다시 되살아나는 것이다.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사소한 일들도 결코 우연한 조우가 아니라 인연의 끈을 따라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필연 (必然) 임을 깨닫는다.

P20 노자는 도덕경에서 가장 좋은 정치란 임금이 있기는 있되 그가 누군지 백성들이 모르는 경우라 했다. ‘태상 부지유지 太上 不知有之". 차선의 정치는 임금이 백성을 친애하고 백성이 임금을 예찬하는 경우(친이예지 親而譽之), 그 다음에 두려운 정치, 포악한 정치이며, 최악의 정치는 백성들로부터 모멸을 받는 정치이다. 불신과 조롱을 받는 정치는 최하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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