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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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실과 진실
P24 우리의 강의가 먼저 시에 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까닭은 우리의 생각이 문사철이라는 인식틀에 과도하게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사고는 언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언어라는 그릇은 지극히 왜소합니다. 작은 컵으로 바다를 뜨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컵으로 바닷물을 뜨면 그것이 바닷물이긴 하지만 이미 바다가 아닙니다.

P25 ‘사기’의 30세가 70열전에는 약 150여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중의 약 130여명이 사마천과 같은 비극의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기 史記’를 읽는 것은 중국 고대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사마천을 읽는 것이라고 합니다.

P28 ‘바다’라는 단어를 만나면 우리는 언젠가 찾아갔던 그 바다를 불러옵니다. 인식주체가 그 ‘바다’에 참여합니다. 그러나 ‘바다’ 영상 앞에서 인식주체가 할일은 없습니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외부를 전달하는 역할보다는 외부를 차단하는 역할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인식은 대상을 선별하고 재조직하는 주체적 실천입니다.
우리는 문사철의 추상력과 시서화악의 상상력, 영상서사의 압도적 전달력을 소중하게 계승하되 이것이 갖고 있는 장단점을 유연하게 배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지 않을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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