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제3판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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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8 함께 맞는 비 - 형수님께, 1983.3.29

사람은 스스로를 도울 수 있을 뿐이며, 남을 돕는다는 것은 그 ‘스스로 도우는 일’을 도울 수 있음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 라는 아라공의 시구를 좋아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됩니다.

P299 죄명과 형기 - 계수님께, 1983.3.31

관계는 관점을 결정합니다.
사람은 그림처럼 벽에 걸어놓고 바라볼 수 있는 정적 평면이 아니라 ‘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발휘되는 가능성의 총체이기에 그렇습니다.
한 편이 되어 백지 한장이라도 맞들어보고 반대편이 되어 헐고 뜯고 싸워보지 않고서 그 사람을 알려고 하느 것은 흡사 냄새를 만지려 하고 바람을 동이려는 헛된 노력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사람을 보면 죄명과 형기를 궁금해하는 부끄러운 습관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과 진실, 본질과 진리에 대한 어설픈 자세가 아직도 이처럼 부끄러운 옷을 입혀놓고 있는가 봅니다.

P302 과거에 투영된 현재 - 부모님께, 1983.5.18

과거란 완성되고 끝마쳐진 어떤 불변의 것이 아니며, 반대로 역사인식은 언제나 현재의 갈등과 관심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역사는 ‘과거에 투영된 현재’이며 그런 의미에서 계속 새롭게 쓰이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어떠한 종류의 매스컴이나 미니컴이라도, 그것은 어떤 층을 대표하는 기관지인 법이며, 문제는 그것이 기관지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대표하는가에 있다는 그의 간절하고 적확한 사회인식이라든가, 어느 사회의 진상을 직시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 사회의 밑바닥 인생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라는 소박한 민중의식은 뛰어난 것이 아닐 수 없다 하겠습니다.
(혼다 가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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