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0 정말 크게, 오래 살려면 사실에다 뿌리를 박고 그것을 삭여 빨아올려야 한다. 사실은 나보다는 큰 객관적인 존재요. 나는 사실보다는 참된 주관적 삶이다. 그 둘이 하나가 되어야 살림이다. 그것을 하는 것이 사색이다.
사색하여 나온 것이 이해인데, 이해는 이(理)로 해석하였다는 말이다. 풀었단 말이다. 사실(事實)은 사실(死實)이라 생명이 돌처럼 굳어져 엉킨 것이다. 그것을 녹이고 삭이는 것이 이성이다. 사색은 그렇게 하는 활동이다. 그러면 흙이 나무가 되듯이 사실이 살림으로 피어난다.
사실은 두 면이 있다. 인생과 역사다. 식물생활의 근본이 되는 땅이 흙과 물이 합한 것이듯이, 인간 생활의 근거가 되는 사실은 인생적인 면과 역사적인 면 둘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