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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별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데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인 끊길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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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마 중간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어요. 부모님을 특히 아버지를 더 이상 신뢰할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내 인생을 맡길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나를 이어주던 부자간의 인연의 끈이 이미 끊겼던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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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봤을 때 지독한 연주라고 느꼈던 것은 고스케의 마음상태가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마음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어떻게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