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몽골에 가다 세창역사산책 16
이명미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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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의에 의해서든 자의에 의해서든, 어쩌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환자가 되어 원 조정에 들어간 고려 출신 환관들은 일차적으로는 개인적으로 원하던 권력과 부귀영화를 성취했을 것이며, 기회가 닿을 경우 고려와 고려 국왕을 위해 자신들의 힘을 쓰기도 했을 것이다. 이들은 낯선 타지를 찾아온 고려인들에게 이미 완벽하게 정착한 선배이자 동향인으로서 도움을 주기도 했을 것이다. (p.140)


적어도 나의 선 안에서 고려양에 대해 제대로 다루고 있는 책은 거의 없는 듯하다. 고려양, 사전적인 의미로는 “고려 말기 원나라에서 유행하였던 고려의 풍습”을 의미하는 것으로 k 문화처럼 복식, 음식 등 전반적 생활상이 몽골에서 유행했던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아름답게 기록되지 못했는데, 고려 출신의 황후를 들인 것 때문에 원나라가 몰락한 것으로 판단하던 당대의 세태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처음 이 책을 알고 호기심과 고민이 동시에 들었다. 고려와 몽골에 관해 기술한 책을 그리 많이 읽지 않았기에 오는 호기심과, 같은 이유에서 오는 부담감이랄까. 얼마 전 한 책에서 “알려진 모든 사실이 수집되고 그것들이 객관적으로 재현된다면 논쟁할 필요가 없다”라는 (역사에 대해 생각하기, 사라마자) 말을 읽고 생각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기록과 해석의 역사”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들이 나름 고려라는 나라를 인지시킬 수 있는 대상도 사료에 이름을 올릴 일이 없는 일반 현지인들이 다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러한 삶이 이 시기 국적을 바꾼 고려인들보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모습이었을 수 있다. (p.83) 


고려양은 분명 단순한 문화교류가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역사, 시대상, 욕구, 관계, 사회적 지위 등까지 모두 담고 있어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료가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 사람 (적어도 내 세대까지는) 고려양을 이런 풍습이 있었다 정도로만 배웠을 듯하다. 나 역시 그랬기에 이 책은 더 울림을 준다. 고려와 몽골의 관계사를 지속해서 공부해온 작가님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고려양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임했다. 이 책을 읽으며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 한마디로 이 부분을 넘겨버린 역사 선생님이 떠올랐는데, 만약 그때 10분이라도 이 부분을 짚어주셨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쉬이 읽어지는 책은 아니나, 시간을 들여 읽을 가치가 있는 책임은 분명하다. 이 책으로 인해 고려에 대해, 원나라에 대해, 또 명나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니 말이다. 



자녀가 장성할 때까지 십수 년간은 대개 여성의 집에서 생활을 하는 솔서혼 풍습이 있었던 고려의 여성들과 그 부모의 입장에서 견디기 힘든 부분이 아니었을까? (p.127)


뒷받침없이 우리의 문화라고 우기기만 한다면 우리의 모습이 중국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중국이 우리에게 영향을 준 문화도 아주 많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의 역사를 공부해야 함은 당연하다. 우리가 우리의 문화를, 또 역사를 잘 모른다면 한복과 김치에 한푸, 파오차이 등의 오명을 씌운 역사는 또 되풀이될 것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우리가 우리 것을 잊고 살면 먼 훗날에는 우린 것이 아닌 게 된다. 부디 이런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우리 역사를 조금 더 많은 생각으로 바라볼 일이,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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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태닉에서 탈출하기 탈출하기 시리즈
메리 케이 카슨 지음, 이경택 그림, 김선희 옮김 / 스푼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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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명정 20척으로는 1,178명밖에 수용하지 못합니다. 사장님. / 무슨 상관인가. 구명정이 배에서 떠날 일은 절대 없을 거야. 타이태닉호는 바다에 가라앉지 않아! (p.9)

 





다시 4월이다. 나는 망각의 동물이라 때때로 잊어버리지만 그래도 종종 마음이 아프다. 올해 4월이 특히나 마음이 이런 것은, 길을 지나다 우리 아이가 왜 여기저기 노란 리본이 달려 있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는 그냥 지나쳐보던 것들을, 이제 우리 아이도 유심히 본다는 뜻이겠지. 슬프지만, 알아야 할 이야기를 해주며 코가 시큰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오히려 우회적으로 선박사고에 대해, 안전불감증에 대해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책은 타이태닉호 침몰 당시의 사건이나 인물, 장소 등을 각색하여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인데,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그래서 접근성이 좋다. 때로 잔혹한 진실은 너무 아프지 않은가. 아이들이 집중하여 읽을 스토리에, 현실 한 숟가락이 오히려 더 좋다고 느껴진다. 소년 패트릭과 외로운 꼬마 승객 사라가 타이태닉호 안에서 경험하는 이야기는 아이들 시각에서 쓰여 더 몰입감 있고, 타이태닉호를 꽤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현실로 돌아오기”에 기록된 내용은 실제 타이태닉호에 대해 기록하고 있기에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타이태닉호에 대해, 선박에 대해, 선박안전사고에 대해 상세히 알게 된다. 

 

사실 나는 타이태닉 영화보다 다큐멘터리를 먼저 만났기에 선장에게 보고되지 못한 전보에서부터 마음이 저밋했다. 만약 그 전보다 제때 전달되었더라면, 구명정을 제대로 실었더라면, 승무원들이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은 110년 전에도, 8년 전에도 가 닿을 수 없기에 그저 마음이 아프기만 한 얘기지만 말이다. 

 

타이태닉호나 세월호에 대해 사전지식이 없던 아이도 배에 물이 차고, 어수선하게 반도 차지 않은 구명정이, 혹은 너무 넘치게 찬 구명정이 바다로 내려갈 때는 안타까워하며 슬퍼했고, 3등 칸은 왜 탈출하지 못했는지, 연주자들은 탈출하지 않고 왜 연주를 했냐고 계속 물었으나, 정작 계층사회를 설명해야 하는 내가 울컥하여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다. 마지막 장면, 크리스토퍼 성인 목걸이가 툭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 떨어지더라. 크리스토퍼 성인이 아기 예수님을 어깨에 지고 강을 건넌 분으로, 운전자나 여행자들을 위한 성인이시기 때문이다. 

 

텍스트가 작은 편도 아니고, 가볍게 읽어 넘길 이야기도 아니지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세월호나 타이태닉호에 대해 직접 알려주기 전에 선박사고에 대한 개념을 이해시켜줄 수 있고, 사전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안전사고에 관한 책을 아이에게 종종 읽어주는 편인데, 안전규칙보다 아이에게 스며들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면 안 되지만 혹여나 아이가 위험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안전규칙이 떠오르지 않으면 이런 스토리들이라도 떠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더 다양한 안전동화들이 나오기를 바라며, 많은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더불어 허리케인 편이나 폼페이 편도 읽어서 하루아침에 일상이 달라질 수 있는 안전사에 대해 인지하고, 대처하는 법을 익히면 좋겠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타이태닉호가 침몰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해보아요.

2. 배 사고가 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아요.

3. 우리가 살며 만날 수 있는 사건·사고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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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달라져야 해! 에너지 노란돼지 교양학교
김소정 지음, 원정민 그림 / 노란돼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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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녹색 미래과학관이 있다. 기후변화, 친환경 에너지 등의 주제로 환경을 인식하고 일상을 개선하게 교육하는 곳이다. 놀이터도 매우 잘 되어 있다 보니 마땅히 할 게 없을 때마다 킥보드를 타고 가곤 했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아이가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특히 1℃ 상승할 때마다 지구에 일어나는 변화들을 담은 영상은 눈물을 흘리며 관람했다. 그 후 아이는 반드시 양치 컵을 사용하고, 3층 이하는 계단을 이용(4층부턴 힘겨워해서 3층으로 합의)했으며 산책하며 쓰레기를 주웠다. 그런 아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젠 달라져야 해, 에너지”라는 제목의 이 책은 노란돼지에서 교양시리즈로 출간된 도서로 에너지란 무엇이며, 어떻게 이용되고, 어떤 에너지가 지구를 아프게 하고 어떤 에너지가 안전한지 꼼꼼하게 풀어준다. 한 주제에 대한 호흡이 그리 길지 않아 나이가 어린 친구들도 지루하지 않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적당한 양으로 나눠 읽을 수 있어 참 좋았다. 직관적인 일러스트와 중간중간 삽입된 퀴즈들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잘 담고 있어 자칫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영역을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목차의 방식도 좋았다. 목차에서부터 간략히 내용 설명하고 있어 어떤 내용을 읽게 될지도 예상할 수 있고, 궁금한 내용을 발췌해 읽을 때도 활용도가 높았다. 실제 우리 아이는 “지구를 아프게 하는 에너지”와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많이 읽었는데, 다시 읽고 싶은 페이지를 찾으며 각 에너지의 이름을 개념 정리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이는 과학 백과나 과학만화책을 뒤적이며 심화학습(?)을 하거나, 과학만화책에서 본 내용을 다시 이 책에서 찾으며 정리를 하는 등 호기심 충만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아이에게 다소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기우였다. 어려운 것을 쉽게 말하는 게 쉬운 것을 어렵게 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는데, 이 책은 쉬운 단어, 간략한 문장으로 풀어내어 막힘없이 읽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종종 어떤 책은 아이가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질문하느라 문맥을 놓칠 때도 있는데, 이 책은 아이가 모르는 단어를 묻는 일이 그다지 없었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인 “기후변화”도 우리 집 도서관에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진짜 독서습관은 억지로 들이기보다 재미있는 책, 흥미를 느끼는 책을 적기에 주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이가 흥미를 잃기 전에 “노란돼지 교양학교”를 더 사러 가야겠다. 아이 표현에 의하면 “똑똑 박사님을 만들어주는 선생님 책”이니 말이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에너지의 종류를 같이 이야기해봐요.

2. 포스트잇에 적은 에너지를 “오염팀”과 “안전팀”으로 나누어요. 

3. 우리가 에너지를 잘 사용하려는 방법을 이야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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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바두비다 - 바다 너머에서 온 비밀스러운 여인 바둑이 두루미 그림책 시리즈 1
소피 달 지음, 로렌 오하라 그림, 문주선 옮김 / 바둑이하우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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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곰이의 그림책 이야기 - 우정 : 마담바두비다

 

인생을 살면서 진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말이 있죠?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에게는 진짜 친구가 몇 명이나 있나요? 우리 아이에게는 몇 명의 진짜 친구가 있을까요? 뭐 평생 한두 명하고만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가 진짜 친구와 가짜친구를 구별하는 눈은 가지면 좋겠기에 우정이나 친구에 관한 책도 종종 읽어준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할 책은 “마담, 바두비다”입니다. 

 

바다 너머에서 온 비밀스러운 여인이 수많은 트렁크와 보석 등과 함께 그려져 있는 예쁜 표지를 열면 '메이벨'이 사는 아름다운 마을로 잘 들어오신 겁니다. 바다의 풍경을 어찌나 예쁘게 그려두었는지 그 작은 집 하나하나를 방문하고 싶은 욕구가 들고, 메이벨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 역시 아주 아기자기하게 표현되어 우리 아이는 한참이나 일러스트를 보았습니다. 일러스트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이 책은 내용이 더더욱 매력적입니다. 

 

처음에는 주변인과 소통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사는 바두비다는 주변인들의 오해를 사요. 호기심으로 접근한 메이벨 말고는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죠. 메이벨이 자신에게 호기심을 가진 것을 알고 어느 날 문을 열고,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서 세상을 모험하는 친구가 되어가죠. 일단 그 이야기들에 담긴 표현이 매우 다채롭고 아름답습니다. '글씨 읽기' 단계를 벗어나 문맥을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참 좋을 듯한 게, 문장 호흡도 길어졌고 형용사, 동사, 부사 등도 많아졌습니다. 아이와 읽으며 다른 문장에 넣어볼 만한 표현들이 많아서 문장공부에 아주 좋아요. (스토리 자체가 재미있어서 저절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안 비밀)

 

결과적으로는 바두비다와 메이벨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바두비다의 이름도 알게 되죠.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친구가 꼭 나이가 같아야 하는 것이 아닌 것도 이야기해주고, 관심사가 통하는 사이들이 훨씬 마음을 주고받기 쉽다는 이야기도 해주었어요. 메이벨과 이레나(바두비다 본명)가 서로를 친구로 받아들이기까지 했던 행동이나 말들도 찾아보았습니다. 아이는 메이벨이 문구멍으로 이레나를 관찰한 것이 예의가 없는 행동이라는 것도 알더라고요! (너 인생 몇 회차니!) 생각보다 예의, 관계, 친구의 개념까지 잘 쌓아가는 것 같아 뿌듯했답니다.

 

또 군데군데 메이벨이 마치 통달한 듯한 말투를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부분에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시기 좋을 것 같습니다. 가령 “바쁘다는 건 어른들의 핑곗거리지. 그렇지만 거짓말까지 하면서 사람들을 피하다니? ”하는 말에서 아이들 시각의 어른이 어떤 모습일지 걱정이 살짝 되기도 했답니다. 

 

아 참! 이 책의 숨은 이야기 하나 더. 아이들은 알아채기 어려운 감정선들이 군데군데 숨어있어서 아마 엄마들도 이 책을 읽어주며 생각이 많아지실 것 같아요. 바두비다가 뜻 없는 듯 내비치는 말이나 끝이 흐려진 말들에서 감정선을 느끼며 찡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아마 우리 아이가 이 책에서 그런 감정들을 다 알아차릴 때쯤엔 엄마와 책을 읽지 않겠죠...? ㅎㅎ

 

예쁜 일러스트와 풍성한 표현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나고 그 속에 숨은 감정선과 인간관계, 우정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고운 책이었답니다. 꼬꼬마들에게는 어렵겠지만, 꼬꼬마들은 일러스트만 구경시켜주고 엄마들이 읽기에도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동안 제가 두고두고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자, 책장을 열고 마담 바두비다와 메이벨이 소개하는 인어들의 바다로 직접 들어와 보세요.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메이벨과 마담 바두비다가 친구가 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나 이야기해보았어요.

2. 일러스트를 보고 우리만의 모험담을 만들어요.

3. 바두비다처럼 마음을 닫은 친구가 있다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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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해 생각하기 - 오늘날 역사학에 던지는 질문들
사라 마자 지음, 박원용 옮김 / 책과함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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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인간을 다루기 때문에 역사의 '대상'은 '인물'이나 '장소'의 역사보다 더 자명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 “훌륭한 역사가는 동화의 거장과도 같다. 그는 인간 육체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어느 곳에서든지 자신의 이야기 기원이 있다는 것을 안다.” ('마르크 블로크' 저서 인용) 당시에는 그 의미가 덜 분명해 보일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직유법은 놀랍다. (p.125) 

 

생각해보면 역사서를 좋아하고, 부지런히 읽는 편인 것 같은데 그 시작을 모르겠다. 몇 살부터 역사서를 좋아했는지, 제일 먼저 읽은 것은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의미다. 한때 그것을 골똘히 고민해본 적 있으나 답을 찾지는 못했는데, 비로소 오늘 이 책을 통해 결론을 내린다.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역사는(...) 뚜렷하게 드러나는 구조 혹은 정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p.9)”는 저자의 말처럼, 명확한 선도 없고, 수시로 변해야 할 역사를 무슨 수로 내가 단답화할 수 있단 말인가. 

 

한때는 나도 역사를 '암기과목'의 선상에 두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랬기에 학생 신분에서 벗어난 지금도 왜 역사를 공부하냐는 물음에 지식의 확장, 서사적 재미 같은 고리타분한 말 말고는 대답할 길이 없었고.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삶이나 인구, 건강, 집단, 국가, 그리고 불평등이나 역할, 이념 같은 부분까지를 역사를 바탕으로 조금 더 생각할 수 있어서.” 정도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역사를 쓸 수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몇몇 기본 선행조건을 가지고 있는 누구나 과거의 특정 국면에 대한 사실을 기록할 수 있다. (p.173) 

 

이 말을 틀어보자면 누구나 자신의 기준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동안 특정 성별에, 특정 사건에, 특정 인물로 인해 '빙산의 일각' 같은 역사를 알아 온 것일지도 모르고. 그런데 이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도 몰랐다. “알려진 모든 사실이 수집되고 그것들이 객관적으로 재현된다면 논쟁할 필요가 있겠는가. (p.198)”라는 저자의 말이 요샛말로 “뼈 때리는 말”같다. “의미는 끊임없이 유동한다. (p.299)“는 저자의 말처럼 더는 갇힌 의미로 역사를 묶어두기보다는 과거의 기록에 의문을 가지고 “어떻게 변화해왔고, 변화하는지”로 시야를 옮겨야 할 것이다. 특정 사람이나 사건에 초점이 맞추어지어 온 역사가 아닌 타 학문과 긴밀한 관계를 주고받고, 끝없이 논쟁하게 하는 역사 말이다. 그래야만 역사는 죽지 않고 흐르고, 만들어지고, 유의미할 테다. 

 

이 책을 통해 역사를 수용하는 태도나 역사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역사 자체가 변화해온 과정을 새 시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개념을 쌓아가는 것도 필요한 공부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누구의, 어디의, 무엇 등의 시각으로 키워온 시간을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역사는 다른 학문보다 공공의 삶에 더 많이 관여하기 때문에 현세적 시각이 중요하다. 이 책의 또 다른 목적은 역사가 혼종의 영역임을 여러 방식으로 강조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요약하자면 역사학이 학문으로서 살아 있게 하는2개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하나는 학계와 공공의 세계 사이를 잇는 다리로서의 역할이고,다른 하나는 역사학과,학교,박물관,심지어 정부 기구 내에서 그것이 만들어내는 논쟁이다. (p.337)

 

늘 그렇지만, 역사를 담은 책들을 읽어내는 일은 갈수록 어려운 것 같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되고, 더 많이 고민하게 한다. 이런 고민과 흥미가 날카로워지는 것이 '목적 달성'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한걸음 깊이 다가갈수록 어려움과 즐거움이 동시에 생기니 말이다. 무작정 읽어왔던 역사서를 보다 명확하게 바라보게 하는 냉철한 책이었다. 

 

감히 저자의 이름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이 책을)사라! 조금 더 깊어질 것이니.” “마자!(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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