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동현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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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는 반쯤 먹은 치킨너깃을 보며 자신도 이 너깃처럼 망가졌다고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망가지기 시작했고, 또 앞으로 얼마나 망가질지 겁났다. (P.135)

 

운이는 주문을 외웠다. 할머니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지? 약속한 거다. 할머니 단단디. 아무리 외워도 삼십 분이 금새 지나갔다. (P.183)

 

불과 몇달전 아이들이 외워대던 “퉁퉁퉁 사후르”인가 뭔가 하는 말을 기억하는가.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 듣고 와서 이게 뭔지 검색해달라고 했는데 “북치고 밥먹어!”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이걸 왜 말해?”하고 갸우뚱해하더라. 그때 잽싸게 “그래서 유행이라고 다 따라할 필요가 없는 거야”하고 말해주었더니, 어느새 다시 해리포터 주문이나 외우던 우리 아이로 돌아왔다. 아마 여느 아이들도 저 의미가 궁금해서라기보다 친구가 하니까, 반복되는 음이 재밌으니까 등의 이유였을 것이다. 아무튼, 사라진 퉁퉁퉁 사후르~를 대신할 멋진 주문들을 데리고 왔으니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에 집중해줄 것!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에서의 '젠젠다'는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이다. 힘이 들 때 눈을 감고 젠젠다를 반복하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 반대 주문은 '단단디'이다. 두 주문은 힘들 때와 행복할 때 잘 사용하면, 그 감정에서 빨리 벗어나거나, 오래 누릴 수 있으니 적절히 사용해보길 추천드린다. 자매품(?)으로는 한 음절당 키가 0.1MM커지는 '고로고로'와 잊고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잠무스', 마음의 진정을 주는 '우추추' 등이 있다. 

 

 

우스개소리로 시작했으나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의 이야기는 결코 우습지않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운이네 이야기,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 속에서 운이는 눈에 띄거나 사고를 치는 아이는 아니지만 '적응한 척' 살아간다. 그의 가족들도 누군가의 '자랑거리'스타일은 되지 못하고, 위안을 느끼는 길드도 사실 평범과 이상함 사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 감정선과 이야기와 성장이 코를 시큰하게 만드는 요소가 엄청났다. 청소년 소설임에도 무척이나 현실적인 배경과 깊이있는 심리묘사에 풍덩 빠져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게 되더라. (누가 젠젠다 주문을 걸었는가) 

 

운이가 할머니와 이별하게 되는 장면에서는 좀 울었다. 운이는 자살을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아빠를 만나러 갔던건데, 자신이 아닌 할머니가 위독한 바람에 그 모든 것을 후회한다. 얼마전 친구들과 “이제는 우리가 결혼식 보다 장례식에 더 많이 가게 된 나이”라고 말은 해놓고, 아이들이 이별을 경험하는 첫시기가 청소년기라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운이가 날카로운 삼각형처럼 이별을 느끼고, 그 이별을 이겨내며 한층 깊어지는 모습을 보며 이 책이 얼마나 잘 씌여진 책인지를 여러번 깨달았다. 사실 대부분의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는 엄청난 사건을 겪으며 성장한다. 물론 그래야 재밌겠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그런 일을 경험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렇다보니 공감 포인트가 언제나 부족했는데,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의 운이는 당장 옆집에 살기라도 할 것 같은 느낌이라 더 깊이 공감하고, 아이의 마음을 더 많이 알아줘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더라.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을 읽는 내내 청소년들의 대화에서 공감과 안타까움 모두를 느꼈고,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어보기도 하며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은 청소년기 아이들이 반드시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눈부시게 예쁜 시절인데, 입시 등에 쫓겨 빠르게 그 때는 모르는 시기, 중고등학생시기를 '젠젠다'를 외치며 보내지 않도록. 소중한 것들을 더 소중하게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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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을 주운 아이 노란돼지 창작동화
김수빈 지음, 윤봉선 그림 / 노란돼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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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종종 별을 두고 하는 말, “눈에 별 따넣은 거 같다.”, “하늘에 별도 달도 따줄게”. 눈이 반짝거리거나, 그만큼 사랑한다는 비유적인 표현이기에 자주 사용되는 말이지만,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학창시절 친한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라 웃음이 피식 난다. 

“실제 별은 노랗게 반짝반짝 거리는 존재가 아니며, 눈에 별이 들어가면 그 즉시 사망할걸” 

아마 이 말을 요즘 들었다면 “너 T야?”로 웃고 말았겠지만, 당시 친구들은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3초쯤 있다 웃음을 터트렸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웃긴 별의 추억처럼 깨달음의 행성을 만드어주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바로 『목성을 주운 아이』다. 

 

『목성을 주운 아이』의 하윤이는 치과를 싫어하고, 종종 새치기를 하며, 친구들과의 경기에서 이기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함에서 살짝 튀는(?) 아이다. 그런 하윤이가 우연히 목성같이 생긴 구슬을 줍게 되고, 목성을 관리하는 토비와 함께 목성으로 가게 된다. 초콜릿 폭포가 쏟아지고, 오랑우탄들이 축구를 하며, 잔소리를 하는 어른도, 규칙도 없는 자유로운 세상. 앞에서 잠시 말했듯 우리의 하윤이는 치과를 싫어하지만 단 것을 좋아하고, 새치기를 종종 하듯 규칙을 싫어하며 풋살경기에서 독보적 실력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그런 목성이 아주 마음에 쏙 든다. 하지만 점차 함께 나누는 기쁨도 없고 배려도 규칙도 없는 목성이 불편하게 느껴지고, 그것을 통해 함께 기뻐하고, 배려하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깨닫게 된다. 또 곁에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또 자신이 얼마나 존중받고 사랑받으며 살아왔는지도 깨닫게 된다. 

 

아이와 『목성을 주운 아이』를 읽으며 신나게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도 상상력을 키워보기도 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에 대해 배우기도 하며 교훈을 얻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가스로 이루어진 구름바다, 지구의 두배가 넘는 중력, 목성주변의 위성 등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기 때문에 목성이라는 행성에 대해 과학적 지식도 자연스레 익히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느낄 포인트가 많았다. 아이는 “과학책이면서도 동화책같다”며 재미있어 하더라. 

 

분량이 적은 편인데 이야기의 진행은 빠른 편이라 아이들의 호기심을 가득 채울 수 있고, 여러방면에서의 이야기들이 빵빵 터지기에 글밥책을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도 재미있게 읽을 책, 『목성을 주운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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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지명이 생겼대요 - 읽다 보면 사회 상식이 저절로 그래서 이런 OO이 생겼대요 시리즈
우리누리 지음, 이경석 그림 / 길벗스쿨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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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위치는 어디인가? 아마 긴 연휴에 전국 각지, 혹은 세계 각국에 계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사실 우리들은 모두 다른 곳에 살기 때문에 이 질문의 답은 무척이나 다양한 곳이 되겠지만, 이 다양한 “지명”은 어디서 생겨난 것인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우리 가족은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꼭 그 지역의 유적지나 박물관에 방문하는데, 그럴 때 마다 이어진 아이의 단골질문이 바로 “엄마, 여기는 왜 이렇게 불러요?”였다. 처음에는 나도 잘 몰랐지만, 아이를 위해 검색을 하다보니 지명은 그 지역의 특징이나 전통을 담는 경우가 많았기에 언젠가부터는 지명의 의미를 꼭 찾아서 아이에게 설명해주곤 했다. 그러다 최근 이 책을 만나서 아이가 호기심을 가득 채울 수 있었기에, 초등사회교과 연계에 아주 좋은 책, 『그래서 이런 지명이 생겼대요』를 소개한다. 

 

초등사회교과 길잡이로 추천드리고 싶은 길벗스쿨의 『그래서 생겼대요』시리즈 중 한 권인 『그래서 이런 지명이 생겼대요』는 초등사회교과연계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책. 실제 선생님들이 직접 추천하시는 초등사회교과 필독서이기에 지리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나 사회 상식을 깊고 폭넓게 배우고 싶은 초등학생들이 즐겨 찾는 시리즈. 더불어 읽기 쉬운 교양도서를 아이에게 주고 싶은 부모님이나 지리와 역사 등에 대해 알찬 자료가 필요한 선생님들께도 무척 사랑받는 책일만큼 다양한 사회상식 등을 담고 있다. 구성 역시 만화와 설명, 짤막한 상식 등이 어우러지기때문에 아이들과 과제로 활용하기에도 좋고, 여행지에서 간단히 찾아보고 익힐 수 있는 분량인 점도 너무 마음에 든다. 사실 초등사회교과 연계로 읽으면 좋은 책이야 무척 다양하겠지만, 이렇게 『그래서 이런 지명이 생겼대요』처럼 간략하고 재미있게 익히는 책들이 독서활동이나 유적지 방문 전에 필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이런 지명이 생겼대요』는 서울에서부터 경기도, 강원도, 경상도, 부산, 대구, 전라도, 제주도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다양한 지명도 부족해 해외의 몇몇 지명들까지 고루 다루고 있다. 실제 우리아이가 물었던 지명들도 다양히 수록되어 있어서 그때의 기억을 새록새록 느꼈을 뿐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지명의 유래 등을 함께 읽으며 그 안의 역사와 상식을 함께 배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이런 지명이 생겼대요』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지명에서도 상식을 익히고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사회연결고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생겼대요』시리즈는 이미 국어편에서 어린이베스트셀러를 달성했고, 많은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초등추천도서로 꼽는 책이지만, 법, 직업, 나라에 이어 지명편까지 나올만큼 포등사회교과 영역에서도 다양한 책이 출간되고 싶어 꼭 소개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우리아이도 다양한 『그래서 생겼대요』시리즈를 읽고 있지만 지명 편이 가장 궁금한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고 표현하더라. 어쩌면 아이들이 일상에서 매일 만나는 것이 지명이기에 더욱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진짜 공부는 역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것임을 또 깨닫는다. 

 

학년이 높아지면 지리는 점점 재미없는 과목취급을 받고 만다. 그러기 전에 『그래서 이런 지명이 생겼대요』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지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게 해주면 어떨까? 초등사회교과를 이해하게 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게 하는 책, 『그래서 이런 지명이 생겼대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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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그리다 폴앤니나 산문
기믕서 외 지음 / 폴앤니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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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단지 텍스트의 집합이 아니다. 누군가의 흔적이 고스란히 스며든, 시간의 상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책을 산다. 읽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 삶의 일부로 들이기 위해서. 책은 때로는 방을 채우는 오브제가 되고, 때로는 내 기분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서점은 나에게 쉼의 공간이고, 책은 그 안에서 건져 올리는 작은 조각들이다. 그렇게 오늘도 책을 사고, 책을 곁에 두며, 아주 조용하게 행복해진다. (p.115) 

 

 

아이가 먼저 성당 교리에 들어가야 하기에 미사 시간이 한참 남았음에도 성당 마당에 들어섰다. 작고 호젓한 공간, 웃긴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성당 마당에서는 책도 쑥쑥 잘 읽히는 기분이 들어 거의 매주 가방에 책 한 권을 넣어 성당에 온다. 이번 주 들고나온 책은, 나의 애정하는 소설가, 김서령 작가님의 폴앤니나에서 출간된 『서점을 그리다』. 

 

많은 분이 익히 아시겠지만, 김서령 작가님의 글은 소나기처럼 우리 삶을 스며놓은 문장이 많았는데, 그녀가 만드는 책도 신기하리만치 그녀를 닮아있다. 그래서 이번 책, 『서점을 그리다』을 통해서도 나는 우리가 심취하는 것들,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많이 느끼고, 생각했다. 또 무엇인가에 풍덩 빠져 살아갈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또 한 번 실감했다. 『서점을 그리다』는 소금이, 욘욘, 나예, 도담 작가님 등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동네서점을 그리고 기록한 책이다. 평소에도 책을 시공간을 초월하게 하는 “어디로든 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마치 전국의 서점을 직접 여행하게 만드는 기분의 책이었다. 거기에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개성 넘치는 일러스트가 더해져, 그들의 눈으로, 그들의 마음속으로 풍덩 빠지는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서점을 그리다』가 더 좋았던 까닭은, 각 작가가 책이나 서점에 대해 느끼는 점을 기록한 문장들 때문이었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동지애와 공감까지 듬뿍 느끼며, 내가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책이 가득 있는 공간들에서 얼마나 안정감과 평온을 느끼는지 새삼 깨닫게 되더라. 『서점을 그리다』는 분명 운전석에 앉은 채 읽었는데, 한 시간 남짓 동안 나는 '책방고즈넉'으로, '책방주의'로, '봄날의 책방' 등으로 여행을 다녔다. 그렇게 책이 가지는 강력한 힘을 또 한 번 체험했다. 

 

신기하게도 나랑 이름도 두 글자나 겹치는(!) 진킴 작가님의 문장을 읽다 눈물이 왈칵 났다. 책을 좋아하는 엄마가 만들어내던 집안의 풍경, 그리고 엄마와 나누던 책 이야기, 엄마가 나이를 먹고 바빠지며 엄마랑 책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점점 없어져서 “시간이 흐른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건, 바빠진다는 건 이렇게 아쉬운 일투성이인 것 같다(p. 135)”라는 말에 울음이 터진 건, 그런 시간들을 고스란히 겪어온 나의 유년기와 앞으로 그런 감정을 겪어갈 나의 아이가 겹쳐 보였기 때문. 지금의 내가 아빠와 책을 이야기하며 보내온 시간들을 소중히 간직하듯, 우리 아이도 나와 보낸 시간들이 추억으로 촘촘히 남아있겠지. 

 

진킴 작가님뿐 아니라 각각의 작가님마다 남기는 문장들이 다 있었다. 어떤 문장은 내 마음 같아서 공감을 했고, 어떤 문장은 생경하게 느껴져 '이렇게 책을, 책방을 바라볼 수 있구나'하고 느끼게 했다. 그래서 온 마음이 푸근해지고 부자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들의 문장을 여기에 옮겨놓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도 '아, 나도 이런 기분 알아'하는 연결고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책을 더 사랑하고, 책방을 더 사랑하면 좋겠다.

 

 

책을 읽는다는 건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움직이는 일이었다. (p.15 기믕서 '세입오브타임')

이 모든 것이 나를 다른 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p.24 고래하 '메종인디아')

어떤 공간이 오래 남는다는 건 결국, 그 안에 담긴 마음이 오래 살아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p.34, 소금이 '책보냥')

'독자의 태도가 공간을 완성한다.'는 “다다르다”의 철학처럼 이 서점은 방문하는 모든 이와 함께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작품이다. (p.45, 노리다락 '다다르다')

같은 공간에서 책이 건네는 위로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한 교감이 이루어지리라. (p.56 욘욘 '경기서적') 

서점에 들어가는 순간은 언제나 평화 그 자체였다. (p.82, 버드얀 '교보문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그 책을 바라보면 괜히 마음이 풍성해지는 기분이다.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그저 거기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책. (p.114, 치유 '홀로상점')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고, 내가 누군가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조용한 장소가 주는 감정은 고요함을 넘어 때로는 나 자신을 다시 정리해주는 힘이 되었다. (p.171, 무니 '숭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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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도시여자의 주류 생활 - 미깡의 술 만화 백과
미깡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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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참 못먹는 알쓰이기도 하지만, 술을 참 좋아하는 주당이기도 하다. 술이 약한데 어떻게 술을 좋아하냐고? 뭐 꼭, 잔뜩 마셔야 하나. 나는 나만의 즐김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데 뭐 어때.  맛있는 전을 구우면 막걸리 한 잔, 무더위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 달큰한 과일과 함께 와인 한 잔, 기름진 음식에는 데킬라 한 잔, 추워지면 따뜻한 사케 한 잔. 이렇게만 즐겨도 충분하지 않나. 종종 남들에게 이해받을 수 없지만, 내 스스로도 남의 이해따위 필요하지 않는 나의 이 미식가(?)적인 술 섭취법은 미깡님 덕분에 더욱 견고해진다.  

 

『술꾼 도시처녀들』의 미깡님께서 한층 더 강해진 아줌마(?)가 되어 『술꾼 도시여자의 주류생활』을 통해 돌아왔으니 술 잔 속에 찰랑이는 매력적인 그림과 문장들을 같이 만나보자. 『술꾼 도시처녀들』로 데뷔하여, 『해장음식』편을 찍고, 『술꾼 도시여자의 주류생활』을 통해 술을 따박따박 분석해주신다니! 술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나름의 미각만을 가진 나에게 그야말로 필요한 책 아닌가. 『술꾼 도시여자의 주류생활』을 통해 조금 더 맛있는 페어링을 배울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실제 『술꾼 도시여자의 주류생활』은 진토닉에서부터 위스키, 폭탄주, 생맥주, 와인 등에 이르는 서양술에서부터 청명주, 소주, 고량주, 사케, 막걸리에 이르는 동양술까지 무척이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주신다. 내가 좋아하는 생맥주를 더 맛있게 먹는 숨은 이야기도 들려주고, 술에 얽힌 에피소드부터 술에 관련한 한뼘 상식까지 들려주시니 이게 재미없을 수 있나. 정말 한밤중에 『술꾼 도시여자의 주류생활』을 시작하는 바람에, 결국 맥주도 한 캔 따고,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자느라 다음날 회사가 지옥같이 느껴졌다. (사실 회사는 원래 지겨워서, 살짝 더해지기만 했다.)

 

종종 사람들은 내가 술과 관련한 책을 읽으면 “뭔 술까지 책으로 읽냐”고 말한다. 그러나 원래 관심사는 더욱 재미있는 법. 술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한 잔씩 마시는 재미를 알기에 『술꾼 도시여자의 주류생활』같은 책을 읽고나면 누군가의 맛술 리스트를 얻은 것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작가만의 레시피를 따라하거나, 작가의 추억에 살짝 발을 담궈 따라 마시고나면, 묘하게 책의 한 페이지에 슬쩍 끼인 느낌이랄까. 

 

『술꾼 도시여자의 주류생활』을 읽는 내내 작가님의 유쾌한 술자리에 다녀온 것같은 기분 좋음이 가득했다. 긴 연휴, 더 재미있게 술자리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술꾼 도시여자의 주류생활』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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