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유결점
서동주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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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또 열심히 살다 만나.

그 한마디에 내 심장이 오랜만에 쿵, 하고 요동쳤다. 그 문장은 나의 마음을 선명하게 깨웠다. 

나라는 사람은 원래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고, 다양한 일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무기력의 그림자는 슬그머니 찾아오곤 한다. 갑자기 늦잠을 자거나,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지는 날도 있고, 하루종일 릴스와 쇼츠만 넘기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허무하게 저물어버리는 날도 있다. 그런 나에게 “열심히 살다 만나자”라는 말은 마치 심장 한가운데로 날아든 작은 폭죽 같았다. 잠자고 있던 나를 깨우는, 작지만 선명하게 반짝이는 울림. (p.139)

 

 

나는 연예인 자체보다는 배역에 몰입하는 사람이라 같은 배우가, 완벽히 다른 사람처럼 등장하는 것에 깊이 매료되는 편이다. 프레임 밖의 그들의 삶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 그렇다보니 이미 애가 둘이나 있는 연예인부부의 결혼 소식을 몰라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사건사고 소식을 듣고도 “그게 누구?” 할만큼 관심이 없다. 그런데 그토록 몰라서 좋을 때도 종종 있는데, 바로 『완벽한 유결점』같은 책을 아무런 프레임 없이 만날 수 있을 때다.

 

나는 『완벽한 유결점』의 제목에 매료되었을 뿐인데, 책을 다 읽고나서야 작가님이 무척이나 유명한 분들의 딸이자, 본인도 매우 유명한 분이었던 것. 하지만 나는 그녀의 그 모든 배경을 몰랐기에 문장 자체의 맛에 빠져들 수 있었고, 그녀의 생각을 편견없이 읽고 느낄 수 있었다. 

 

『완벽한 유결점』은 치열하게 노력하며 촘촘히 채워가는 기록들이다. 짤막한 에세이 형태기에 읽기에 부담도 없고, 술술 읽히는 매력적인 문장력이 돋보이는데, 그 안에 담긴 울림은 적지 않다. 사실 평소 에세이에 인덱스를 5개 이상 붙여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책에는 수십개의 인덱스를 붙였다. 내가 평소 생각하고 사는 것들을 타인의 문장을 통해 만나는 반가움도 있었고, 미처 나아가지 못한 영역의 생각들을 접하는 감사함도 있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만난 하루하루들을 유별나지 않게 차곡차곡 모아온 흔적들에서 삶을 배우고, 끈기를 배우고, 노력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완벽한 유결점』을 읽는 내내 내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동기부여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포기한 몇몇을 떠올렸다. 나 역시 나름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내 환경을 핑계로 접어온 것들이 많았는데 “중요한 건 단 하나, 움직이는 것(p.27)”이라는 그녀의 말이 마음을 둥둥 쳤다. 봄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는 말에는 눈물이 조금 났다. “꺾인 가지에서도 잎은 자란다. 그것은 꺾였을 뿐, 아직 죽기 않았기 때문이다(p.89)”라는 말에 꺾였다고 방치해버린 꿈이 떠올랐다. 그래, 나도 힘들어도 늘 웃어야 할 이유를, 살아야 할 이유를 부지런히 찾아온 사람인데, 나이먹어가며 점점 그런 노력까지 놓아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되더라. 

 

성당 마당에 앉아 『완벽한 유결점』을 읽으며 가을볕을 한껏 받았다. 하얀 책 위로 십자가 그림자가 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짊어져야 했을 것들을 내려놓고 보다 자유로워지길 생각했다. 혹자는 그녀가 부모의 유명세로 더 쉬운 삶을 살았다고 했을지 모르겠지만, 겪지 않아도 될 것들을 너무 겪은 삶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겠나. 그 삶위로 쌓아온 그녀의 지난 하루들을, 다가온 하루들을 가만히 응원해본다. 더불어 우리의 하루하루들도 함께, 격한 마음으로 응원해보며, 우리의 『완벽한 유결점』들도 치열히 채워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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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좋은 열한 살 : 똑똑하게 돈 쓰는 법 - 용돈편 노란돼지 교양동화
박현아 지음, 장경혜 그림 / 노란돼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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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워킹맘이다보니 아이를 방과후나 학원으로 본낼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공백 등에 아이가 사용할 수 있도록 일찍 체크카드를 쥐어주었던 것 같다. 아이가 이 돈을 지혜로이 쓸 수 있나 없나도 판단하지 못한 채, 쥐어준 카드의 뒷맛은 썼다. 카드를 쥐어준 첫 날, 한 친구가 “너 카드 생겼어? 그럼 그 기념으로 우정반지를 맞추자”고 아이를 꼬셨고, 금전 개념이 없던 아이는 홀랑 그 친구가 원하는 것들을 잔뜩 사준 것. 영악한 아이에게도, 우리 아이의 생각없음이 화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돈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채 카드를 쥐어준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그 후 아이는 한동안 돈 자체를 쓰지 않으려 했고, 지혜롭게 돈 쓰는 법을 알려주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돈이 좋은 열한 살』을 만났을 때, 우리 아이처럼 용돈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는 나이의 친구들에게 꼭 소개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 그 사건 이후 몇 권의 경제책을 읽고 공부했지만, 가장 “용돈”에 집중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

 

『돈이 좋은 열한 살』에서는 강하의 일상을 통해 돈의 가치에서부터 금전의 희소성, 합리적인 소비, 착한 소비, 피해야 할 소비습관, 용돈 벌기, 물질만능주의, 용돈관리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일상에서 경험하고 접하게 될 거의 모든 영역을 다루고 있다. 또 아이들이 공감하기 쉬운 물품이나 사례를 들고 있어, 더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며 돈에 대해 제대로 배우도록 돕는다. 

 

더욱이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동화형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에 더욱 쉽게 느껴질 뿐 아니라, 중간 중간 제시되는 과제로 인해 아이의 참여도 유도하여 보다 심층적인 읽기를 도와준다. 또 생각더하기 꼭지를 통해 아이의 생각을 확장하고, 이야기나눌 주제를 제시하기 때문에 보다 쉽고 재미있게 금전 대한 개념을 잡도록 돕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우리 아이의 학급에서는 교실화폐를 통해 월급을 벌고, 세금을 내는 등 실질적인 경제수업을 하고 있던 터라, 이 책을 통해 더욱 제대로 금전개념을 익히게 되어 큰 도움을 얻었다. 리셀마켓이나 착한 소비, 공정무역 등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용어들에 대한 학습도 가능해 더욱 유용한 읽기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무척 재미있고 쉽게 용돈에 대한 개념을 익히고, 돈을 보다 지혜롭게 쓰도록 도와준 책, 『돈이 좋은 열한 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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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안톤 로마예프 그림, 자몽 옮김 / 콩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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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아이가 가장 즐겨읽는 책은 고전문학이다. 뭐, 굳이 분류하자면 “명작소설”등으로 초등학생들을 겨냥해나오는 고전들이지만, 아무튼 아이와 『삼총사』나 『작은 아씨들』등 에 대해 이야기나누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아이의 고전읽기를 조금 더 제대로 굳히기 좋은 책을 만나, 다른 분들께소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고전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책 중 하나인 해양모험소설인 『모비딕』. “우영우”덕분에 다시 많은 분들이 꺼내읽었다는 이 영미소설은 해양모험소설이다보니 아린이들에게도 흥미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모험이나 도전, 고래와 바다에서의 생존 등 그 소재자체가 아이들에게도 관심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사실적인 안톤 로마에프 그림에 “무서운 이야기에요?”라고 묻던 아이였지만,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길수록 집중하는 아이를 만나게 되더라. 


사실 원래도 분량이 많고,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책이라 아이가 읽어낼 수 있을까 생각하였지만 콩테 출판사의 『모비딕』은 분량이 잘 나누어져있고, 세계적인 화가 안톤 로마예프의 그림과 허먼 멜빌의 작품성을 무척 잘 담아낸 덕분에 느리지만 제대로 첫 모비딕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다시 읽어야 할 것 같긴 하다.) 나 역시도 오랜만에 다시 『모비딕』을 읽으며 과거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꽤 많이 느꼈던 것 같다. 19세기 배경의바다와 인간, 모비딕을 마주며 오히려 오늘날 인간의 모습, 나의 환경 등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몸소 경험하며, 왜 걸작인지를 다시 깨닫게 되기도 했고. 신을 믿는 사람들의 추악한 모습에 반성의 마음이 일기도 했다.


우리 아이 역시 『모비딕』을 읽으며 “모든 것을 다 고래 탓을 하는 것 같아”라고 말을 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인과관계가 없는 것들조차 결부시켜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 사실 인간들이 저지르는 큰 실수 중 하나 아닐까. 그걸 아이가 느낄만큼 이 이야기가 생생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괜히 다른 탓을 해본 적이 있냐” 물었더니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종종 그러는 거 같아”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집착과 복잡한 심경 등을 설명하려다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미 아이 스스로 그런 마음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서. 다리를 잃고 복수심에 사로잡혀 판단력을 잃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또 주변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아이가 스스로 깨닫는 것. 그것만큼 큰 교훈이 또 어디있겠는가.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다시 집착과 광기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기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아이는 다소 어려 『모비딕』의 깊은 뜻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겠지만, 고학년부터 중학생들에게는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하는 책이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콩테의 『모비딕』이라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안톤 로마예프의 작품들로 더욱 깊이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도 어른도, 수시로 꺼내볼 수 있을 책이기에, 부디 살아가며 나이마다 다른 감상을 주는 『모비딕』을 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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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
임희재 지음 / 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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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같이 저녁을 먹다가 내가 그에게 너는 언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냐고 물었다. 몇 초나 지났을까. 그는 곧장 대답했다. 마치 항상 자신이 행복한 순간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처럼. 

“지금! 주중에는 일하느라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기 배쁜데 주말에는 너를 만나잖아. 네 얼굴도 보고 같이 밥도 먹고, 네가 좋아하는 음식도 마음껏 사줄 수 있고. 너는 기분좋게 맛있게 먹고.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해.” (p.79)

 

 

요즈음 태어나 처음, 책태기를 보내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모든 것에 권태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쉬이 지치고, 쉬이 울적해하며. 분명 나는 늘 친절한 사람, 밝은 사람, 생각이 건강한 사람 등의 말을 듣던 사람인데- 올해는 추적추적 비가 계속 오는 탓인지 영 맥을 추지 못했다. 그러다 만난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

 

사실은,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이란 제목만으로도 나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다정함도 지능이거나 기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다정함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크지 알기에.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의 임희재 작가는 긴 시간 유럽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돌아보면 언제나 세상이 주는 다정함에, 누군가의 친절에 기대어 커왔음을 깨닫는다고. 나 역시 그런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이기에 이 책의 문장들이 그렇게 마음에 닿더라. “내가 남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도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간다. 그러니 이웃들에게 미리 호감 포인트를 적립해놓으면 어떨까? (p.19)”라는 문장을 통해, 내가 다정함을 대해오던 '방향'임을 느낀느 순간, 내가 작은 행복들을 놓치고 있었구나, 호감포인트를 까먹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더라. 

 

더불어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에서는 각 나라별로 가지는 다정함 포인트를 엿볼 수 있어 더욱 재미있었다. 프랑스인들은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장려하며 다양성을 수용한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그런 특징 덕분에 작가는 의견을 제시하는 법을 배우고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꺼내는 법을 배워갔다. 인상깊었던 것은 조심스럽지만 상대에게 꼭 해주어야 할 말을 전하는 방식이었다. 작가를 반사적인 예스맨에서 노맨으로 바꾸어준 이야기를 읽으며, 누군가에 진심으로 충고를 전해주는 다정함도, 아낌없이 칭찬하는 다정함도 잊지말자고 생각해봤다. 또 “속이 꽉찬 존중”이라는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나는 과연 타인에게 말로만 하는 리스펙을 날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기도 했고. 

 

길었던 추석연휴,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을 야금야금 읽으며 비로소 나는 이 축축함을 덜어내자고 생각했다. 조금 덜 힘나도 다정한 날들은 단단하게 나를 채울테니까. 작가의 말처럼, 분명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나를 채우며 나를 만들어왔을테다. 내 마음이 버겁다고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이 순간들도 결국에는 나를 단단히 만들어준다.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는 그런 책이었다. “아 맞다, 나 다정함의 힘을 아는 사람이었지.” 하고 깨닫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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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 - 하늘에 색을 입히다
안유진 지음 / 이덴슬리벨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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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긴 연휴의 끝자락이다. 이번 연휴에는 꽤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냈는데, 그간 너무 촘촘하게 바쁜 시간을 보냈던 터라 반드시 필요했던 쉼표였던 것 같다. 이 시간동안 소설을 몇 권이나 쌓아놓고 읽기도 하고, 아이와 요리도 하고, 점토도 만졌다. 그 중 가장 다회성으로 함께 했던 것은 바로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이었다.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은 '요즘 애'답지 않게 20대중반의 나이에 단청장 이수자가 되어, 단청의 아름달움을 국내외로 알리는 일을 하는 분이라고 한다. 한옥에 들어서면 제일먼저 처마를 바라보던 이상한 습관(?)을 가진 나를 겨냥이라도 하신 듯, 목조건축물이나 불상, 가구, 기물 등에 오방색으로 그려진 전통채색기법 컬러링북이라니! 사실 몇년째 민화앓이를 하던터라 아쉬운데로 단청이라도 칠해보자는 마음으로 펼쳐들었는데, 웬걸! 단아한 색들과 유려한 문양들은 단숨에 내 마음을 사로잡아 몇시간이고 집중하게 만들더라. 그러는 사이 마음 가득했던 분심은 사라지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서두에 평소 어디서 쉬이 듣기 어려운 단청에 대한 설명을 무척 쉽게 풀어줄 뿐 아니라 단청의 종류, 단청 그리는 법, 사용된 재료, 색구성까지 다각도에서 단청을 이야기해주고 있었기에 아이도 나도 마치 새로운 강좌를 듣듯 머리를 맡대고 책을 열었다. 여러 사진을 찾아보며 초빛과 이빛, 삼빛을 구별해보기도 하고, 이 책에 담긴 문양을 찾아보기도 하며 우리의 아름다움에 풍덩 빠져들었다. 감사하게도 각 단청의 문양이나 어디서 볼 수 있는지까지를 무척 상세히 기록해주신 덕분에 아이와 단청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아이가 잠든 시간에는 홀로 다시 문양들를 들여다보며 그 안에 담긴 마음들을 조용히 기도해보기도 했다. 

 

단청은 꾸밈의 역할도 있지만 '보호'의 역할도 있다는 안유진 이수자의 말이 연휴 내내 마음에 맴돌았다. 그 말은 마치 타인의 마음만 돌보느라 정작 내 마음을 돌보지 못했던 나에게 토닥거림이 되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속이 단단한 사람이 되라고 응원해주는 말같이 느껴졌다. 

 

벽을 칠하는 것하나도 허투루하는 일이 없었던 우리 선조들의 정성은, 안타깝게도 보는 사람만 볼 수있는 것이 되어간다. 보아야 할 것도 놓치고 사는 요즈음이 너무 안타깝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귀함을 미처 알지 못하고 사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나 역시도 내가 너무 작은 존재같아서 마음이 버거웠는데, 이 책을 따라 칠하는 사이 그럼에도 내 자리에서 부지런히 살아가는 자체가 기특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게 되더라. 우리 선조들이 첨차와 첨자, 살미와 살미 사이에도 색을 칠해넣은 것은 모르긴 몰라도, 하중을 지탱하는 작은 조각의 쓸모도 세상이 알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더 많은 이들이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에는 두가지 욕심이 숨어있다. 단청의 아름다움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우리 모두가 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 모두가 배흘림기둥일 수 없지만, 저마다 소로고 머리초이며, 서까래고 구들처럼 하나같이 없어선 안될 존재임을 느꼈으면 좋겠다.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을 칠하며 내가 느낀 마음을 모두가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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