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맴 매미의 한살이 과학 그림동화 27
도쿠다 유키히사 지음, 고향옥 옮김, 다카하시 기요시 그림 / 비룡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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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귀 쫑긋해봐요. 매미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요.”

 

어제저녁, 아이와 산책을 하는데 아이가 갑자기 입술에 손가락을 얹고 진지하게 말한다. 아이의 말에 멈추어 귀를 기울여보니 정말 매미 소리가 들린다. 벌써 매미가 울 때가 되었나, 했더니 아이 할아버지가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서 부지런한 매미들이 벌써 나무 위로 올라왔나 보다.” 하신다. 아이는 그림책, 자연관찰 책, 다큐멘터리에서 매미의 일생에 관해 이미 배웠지만, 또 귀를 쫑긋하여 할아버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책장을 뒤적여 이 책을 찾아온다. 여름이면, 우리 아이의 관심을 받는 매미와 풀벌레 소리, 개구리가 우는 소리. 공원으로 둘러싸인 작은 소도시에 살기에 여름마다 만날 수 있는 소리를 아이는 매년 공부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맴맴 매미의 한살이”는 비룡소 북클럽에 포함된 도서로, 매미의 탄생부터 다시 새 매미를 탄생키 시키는 순간까지를 매우 자세히 그린다. 과학책처럼 사실적인 내용이지만 한지 등으로 만들어진 일러스트는 '징그럽지 않게' 매미의 일생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매미의 성장 과정, 실제 크기를 그려놓아 아이들이 좋은 정보를 얻는 것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풍뎅이나 장수하늘소의 성장 기간을 깨알같이 포함한 것도 매력 포인트. 

 

책을 다 읽고 난 후 읽어보는 기름 매미 이야기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최고다. 한국에는 16여 종의 매미가 살고, 그 매미들이 등장하는 시기와 성장 과정을 상세히 다루고 있어 아이들이 정보를 얻기에 참 좋다. 나무와 땅속에서 매미가 어떻게 지내는지부터, 어떤 시간을 지나 어른 매미가 되는지 이 그림책 한 권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적인 내용만이 매력적이라면 이 책을 소개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매미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 워낙 많으니 말이다. 이 책의 일러스트가 아이들에게 알려줄 '기법'이 가득하다. 한지를 이용하여 종이를 찢을 때 모습, 겹쳐진 색을 보여주고 색종이를 찢은 모습도 볼 수 있다. 짙은 색 위에 오일 파스텔 밝은색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린 기법이나, 종이를 찢어 모자이크로 만든 무당벌레도 만난다. 곤충의 날개를 종이로 찢어 만들면 반투명한 모습이나 우둘투둘한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 집 꼬마는 당장 한지를 사자고 졸라댔다. 미술 박사 찹쌀이에게 또 하나의 표현력을 키우게 해준 것이다. 

 

온통 초록과 갈색이 가득하여 자연을 그대로 옮긴 듯한 신비로운 일러스트에, 사실적이면서도 동화 같은 스토리 모두를 가진 멋진 책. 더 많은 매미가 합창을 하기 전 아이와 읽고 산책하러 나간다면 그 매미 소리가 더이상 시끄럽지 않고, 얼마나 귀한지를 아이가 직접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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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시험에 가장 많이 나오는 100문 100답
유정호 지음 / 책들의정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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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하는 과정에서 이마에 피가 흐른 인조와 40만 명의 포로 중 무엇이 더 안타까운 일이었을까? 당시 지도층에게는 인조가 삼전도에서 당한 굴욕이 더 안타까운 일이었다. 인조의 굴욕에 깊은 우려와 탄식을 하던 지도층에게는 40만의 백성은 중요하지 않았다. 

(p.311 / 삼전도비를 왜 보전해야 할까 중) 

 

 

입시나 시험과도 무관하고, 그저 흥미 위주의 역사서를 탐닉하는 상태지만, 종종 한 페이지 정도로 간추려진 한국사 책을 본다. 이런 류의 역사서들은 수험생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핵심이 잘 정리되어 있기도 하고, 머릿속에 있는 상식들을 혼자 정리해보기 좋아서다. 나같은 경우는 제목을 먼저 읽어 내용을 스스로 생각해보고 그 내용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용도로 이런 류의 책을 읽곤 한다. (아는 내용은 처음부터 제목만 읽고 스스로 풀어보고, 모르는 내용이라면 처음에는 내용 전체를 그냥 읽고, 후에는 앞과 같은 방식으로 개념을 정리해보는 방식이다.)

 

이 책이 학생들이 생각을 정리하기 특히 좋을 것 같은 이유. 시대, 주요키워드, 중요도가 따로 표시되어 있어 처음에는 전체를 읽고, 나중에는 중요도 별이 많이 달린 아이들 위주로만 읽으면 이해에 큰 도움을 얻을 것 같다. 또 페이지마다 주요키워드를 따로 설명하는 칸이 있어 문제 풀이를 하는 핵심찾기에 매우 좋을 듯하다. 

 

학생이 아니라 나처럼 그저 역사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핵심키워드나 어휘정리는 개념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에 전체를 읽고, 키워드를 찾아 읽는 발췌독으로 마무리를 하니 한국사를 전반적으로 한번 정리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1장 '고대에서 삼국시대' 편에서는 고조선, ~니즘, 홍익인간, 장수왕의 확장, 원효대사 등을 간략하고 유쾌하게 다루고 있고, 2장 '통일신라부터 고려' 편에는 발해의 역사, 동북 9성 등 현시대에 가장 자주 다뤄지는 역사 이슈와 단심가, 기황후, 무신정변 등 역사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를 상세히 다룬다. 

 

3장 '조선전.후기'는 시험에 자주 나오는 영역답게 매우 다양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세종대왕의 업적, 사림파의 통용, 여러 서원의 차이, 노비제도, 인조반정, 삼전도 사건, 흥선대원군의 정치, 동학농민운동, 을사사약 등까지 조선 시대 중점사건을 잘 다루고 있다. 앞에 거론한대로 이 책으로 요약을 해도 좋지만, 이 책을 뼈대로 하여 살을 붙여가며 학습을 하는 것도 한 학습법이 될 수 있을 만큼 주요키워드는 다 다룬 느낌이다. 4장은 '일제강점기부터 근대'를 다루고 있는데 식민사관이 오늘날에 끼치는 영향, 분단국가의 의미, 신군부, 7.4 남북공동성명 등까지 다루고 있어 한국사 전체를 한 권으로 아우르고 있다. 

 

시험을 준비한다면 이 책은 학습을 정리하는 요약서로, 나처럼 취미로 읽는다면 개념을 정리하는 독서로 부족함이 전혀 없는 책. 오랜 시간 교단에 선 작가의 비법이 그대로 녹아있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먼저 파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역사의 맥락을 이해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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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세계사 - 나폴레옹 전쟁은 어떻게 세계지도를 다시 그렸는가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지음, 최파일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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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정복은 물론 착취와 더불어 지독한 탄압을 가져왔다. 하지만 프랑스 군대는 혁명의 이상들을 토대로 수립된 각종 개혁 조치들도 함께 가져왔다. 그들은 법적 평등과 개인적자유, 재산권의 불가침성을 약속했다. 종교적 관용을 선포하고 행정과 사법 체계를 개혁하고, 도량형을 표준화했다. 그의 결점들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그리고 얼마나 많았든지 간에 나폴레옹은 유럽 대다수의 독재적인 통치자들보다 더 계몽된 인물이었고, 그의 패배는 근대 사회를 떠받치는 많은 이상들의 후퇴를 의미했다. (p.1073)

 

벽돌같은 책을 산 후, 야금야금 시간이 날때마다 읽은 날도 있고 집중하여 몇 시간을 읽은 날도 있다. 언제 다 읽을까 했던 벽돌도 읽고 나니 어느새 다 읽었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나폴레옹에 대해 이렇게 무지했구나 하는 깨달음을 동시에 준다. 어린시절 악보로 먼저 만났던 '영웅'(베토벤은 분명 '황제 나폴레옹'이 아닌 '영웅 나폴레옹'을 기렸다.)의 대서사시를 이제서야 마무리 지은 느낌이랄까.

 

“무려 23년이나 이어진 프랑스 혁명전쟁은 '나폴레옹 전쟁'으로 묶여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가장 대규모 전쟁이었다. 나폴레옹은 식민지 및 무역로를 확보하기 위해 유럽열강 들과 전쟁을 이어가다, 워털루에서 패배하며 전쟁의 막을 내린다.” 여기까지가 그동안의 나폴레옹 전쟁사라면, 나폴레옹이 직간접적으로 남아메리카의 독립 원인을 제공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에 영향을 끼치고, 중동 지역을 재편하며, 영국의 야심을 강화시키고, 미국 세력이 부상하도록 기여한 것이 '나폴레옹 세계사'의 시각이다. 지금까지 알아온 나폴레옹 이야기보다 훨씬 깊고 넓은 이야기다보니 결코 쉬운 읽기는 아니었으나, 인용한 마지막 문단을 읽고 나니 “이제서야 내가 나폴레옹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폴레옹을 향한 저자의 깊은 애정과 긴 연구가 다소 나폴레옹의 편을 들어준 면이 없지는 않겠으나, 모든 역사는 기록한 사람에 의해 저장되는 것이 아닌가. 그것까지를 욕한다면 우리는 역사서를 읽을 이유조차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폴레옹. 어쩌면 인간 자체의 모습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드라마적 요소를 많이 갖춘 사람이다. 전쟁을 기회삼아 귀족으로 신분상승을 한 아버지, 격변의 시기의 육군사관학교 입학, 이후 반란의 토벌로 무훈을 세운 것을 인정받아 국경군의 지휘를 맡았으나 쿠데타로 몰려 실각된다. 이후 파리반란기에 바라스의 요청으로 폭도를 물리치며 우리가 아는 나폴레옹의 자리에 선다. 도더성이 결여된 전쟁중독자의 이미지로 알려진데다가 잠도 3시간밖에 자지않았다는 이야기들이 덧붙여지며 그는 더욱 드라마틱해진다. 여기에 베토벤이 '영웅'을 위한 곡을 썼다가 '황제'가 된 사실을 알고 펜대를 꺽기까지 하니 얼마나 영화같은 소재인가.

 

그러나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진짜 나폴레옹을 보지 못했다. 나역시도 그의 드라마틱함에 가려 주변의 정세나 환경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야 비로소 '모자하나 삐뚤어지지않고 말 위에 앉아 말 다리를 들어올리는' 모습이 아니라 말을 타고 전장을 누볐을 그의 모습이 머리에 떠오른다. 

 

'책과함께'의 '나폴레옹 세계사'는 그동안 세상이 만들어온 이미지를 깨고 나만의 나폴레옹을 만들어주었다. 오랜시간 진지하고 한결같이 역사서를 편찬해온 출판사답게 탄탄한 스토리와 깔끔한 번역 덕분에 어렵지만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책이었다. 

 

이제 당신이 진짜 나폴레옹을 만날 차례다. 지금까지 당신이 알던 나폴레옹은, 나폴레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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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세계사 세트 - 전3권 - 나폴레옹 전쟁은 어떻게 세계지도를 다시 그렸는가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지음, 최파일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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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정복은 물론 착취와 더불어 지독한 탄압을 가져왔다. 하지만 프랑스 군대는 혁명의 이상들을 토대로 수립된 각종 개혁 조치들도 함께 가져왔다. 그들은 법적 평등과 개인적자유, 재산권의 불가침성을 약속했다. 종교적 관용을 선포하고 행정과 사법 체계를 개혁하고, 도량형을 표준화했다. 그의 결점들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그리고 얼마나 많았든지 간에 나폴레옹은 유럽 대다수의 독재적인 통치자들보다 더 계몽된 인물이었고, 그의 패배는 근대 사회를 떠받치는 많은 이상들의 후퇴를 의미했다. (p.1073)

 

벽돌같은 책을 산 후, 야금야금 시간이 날때마다 읽은 날도 있고 집중하여 몇 시간을 읽은 날도 있다. 언제 다 읽을까 했던 벽돌도 읽고 나니 어느새 다 읽었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나폴레옹에 대해 이렇게 무지했구나 하는 깨달음을 동시에 준다. 어린시절 악보로 먼저 만났던 '영웅'(베토벤은 분명 '황제 나폴레옹'이 아닌 '영웅 나폴레옹'을 기렸다.)의 대서사시를 이제서야 마무리 지은 느낌이랄까.

 

“무려 23년이나 이어진 프랑스 혁명전쟁은 '나폴레옹 전쟁'으로 묶여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가장 대규모 전쟁이었다. 나폴레옹은 식민지 및 무역로를 확보하기 위해 유럽열강 들과 전쟁을 이어가다, 워털루에서 패배하며 전쟁의 막을 내린다.” 여기까지가 그동안의 나폴레옹 전쟁사라면, 나폴레옹이 직간접적으로 남아메리카의 독립 원인을 제공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에 영향을 끼치고, 중동 지역을 재편하며, 영국의 야심을 강화시키고, 미국 세력이 부상하도록 기여한 것이 '나폴레옹 세계사'의 시각이다. 지금까지 알아온 나폴레옹 이야기보다 훨씬 깊고 넓은 이야기다보니 결코 쉬운 읽기는 아니었으나, 인용한 마지막 문단을 읽고 나니 “이제서야 내가 나폴레옹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폴레옹을 향한 저자의 깊은 애정과 긴 연구가 다소 나폴레옹의 편을 들어준 면이 없지는 않겠으나, 모든 역사는 기록한 사람에 의해 저장되는 것이 아닌가. 그것까지를 욕한다면 우리는 역사서를 읽을 이유조차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폴레옹. 어쩌면 인간 자체의 모습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드라마적 요소를 많이 갖춘 사람이다. 전쟁을 기회삼아 귀족으로 신분상승을 한 아버지, 격변의 시기의 육군사관학교 입학, 이후 반란의 토벌로 무훈을 세운 것을 인정받아 국경군의 지휘를 맡았으나 쿠데타로 몰려 실각된다. 이후 파리반란기에 바라스의 요청으로 폭도를 물리치며 우리가 아는 나폴레옹의 자리에 선다. 도더성이 결여된 전쟁중독자의 이미지로 알려진데다가 잠도 3시간밖에 자지않았다는 이야기들이 덧붙여지며 그는 더욱 드라마틱해진다. 여기에 베토벤이 '영웅'을 위한 곡을 썼다가 '황제'가 된 사실을 알고 펜대를 꺽기까지 하니 얼마나 영화같은 소재인가.

 

그러나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진짜 나폴레옹을 보지 못했다. 나역시도 그의 드라마틱함에 가려 주변의 정세나 환경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야 비로소 '모자하나 삐뚤어지지않고 말 위에 앉아 말 다리를 들어올리는' 모습이 아니라 말을 타고 전장을 누볐을 그의 모습이 머리에 떠오른다. 

 

'책과함께'의 '나폴레옹 세계사'는 그동안 세상이 만들어온 이미지를 깨고 나만의 나폴레옹을 만들어주었다. 오랜시간 진지하고 한결같이 역사서를 편찬해온 출판사답게 탄탄한 스토리와 깔끔한 번역 덕분에 어렵지만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책이었다. 

 

이제 당신이 진짜 나폴레옹을 만날 차례다. 지금까지 당신이 알던 나폴레옹은, 나폴레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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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세계사 세트 - 전3권 - 나폴레옹 전쟁은 어떻게 세계지도를 다시 그렸는가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지음, 최파일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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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분권 1권 / 양장본 전기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





1812년 헌법은 에스파냐 자유주의의 커다란 승리였고, 여러 방식으로 에스파냐 구체제와의 단절을 대변했다. 하지만 나폴레옹 전쟁의 지구적 충격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이기도 했다. (p.499) 

 

나폴레옹.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키 작은 영웅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의 키가 정확히 얼마였는지, 그 키로 어떤 업적을 세웠는지, 그의 행동이 세계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잘 모른다. 나 역시 그가 막연히 프랑스의 군인이자 황제였고, 프랑스 혁명 후 개혁정치를 시행한 사람이었다는 것은 알았으나 그의 러시아원정이 어떤 의미가 있고, 그가 왜 헬레나 섬에 유배하러 가게 되었는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책과 함께'에서 출간된 '나폴레옹 세계사'라는 책을 봤을 때, 막연한 궁금증과 도전의식(?) 같은 게 느껴졌다. 우리 아이가 늘 '키는 작지만, 마음은 크다'라고 표현하는 나폴레옹의 실체를 알고 싶기도 했고, 역사서를 부지런히 읽어왔으니 이제 이 정도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섞여 감히, 나폴레옹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알렉산더 미카베리즈는 20년 가까이 나폴레옹을 연구한 사람으로 워낙 유명하고, 책과 함께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을 꽤 읽었으므로, 책에 대한 신뢰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시작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으나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나폴레옹의 전쟁이 더 넓은 범위에 영향을 끼쳤다면 지금의 세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왜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그동안 다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폴레옹의 전쟁을 전쟁 자체로 보지 않고 그 전쟁이 세계에 미친 영향 등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나폴레옹이 정말 “키는 작지만 영웅”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사실 나폴레옹이 소문처럼 땅꼬마는 아니라고 한다.) 

 

저자의 나폴레옹 사랑이 군데군데 묻어나기는 했으나, 오스만 제국이나 이란, 스칸디나비아 등에 이르기까지 나폴레옹 전쟁이 미친 영향을 분석한 책은 그간 없었던 것 같고, 프랑스 혁명부터 전쟁 이후의 국제적 정서를 워낙 체계적으로 다루어 읽는 내내 대서사시를 읽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나폴레옹에 대해 이렇게 몰랐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나폴레옹을 검색하면 쉬이 만날 수 있는 그림의 배경이 된 전쟁들에 대해 처음으로 제대로, 생생히 만났다. 그동안 나폴레옹의 전쟁을 '혁명'이라 생각해왔던 나는 처음으로 격변하는 세계 속의 한 전쟁이고, 그 전쟁 또한 다른 전쟁들처럼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으며 커졌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보나파르트 장군에서 나폴레옹 황제가 되기까지, 그저 개인의 혁명과 프랑스의 반짝이던 한순간이라 생각했던 '나폴레옹'의 이야기가 이제는 유럽과 북아메리카 등 세계적으로 더 큰 영향을 일으킬 수도 있었던 18세기의 '역사'로 보이기 시작했다. 두께도 상당하고 내용도 방대했지만, 차곡차곡 잘 정리된 덕분에 큰 난항 없이 책을 읽어낼 수 있었던 '나폴레옹 세계사'. 문득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책과 함께 출판사 덕에 나는 얼마나 다양한 세계를 만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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