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신 제이크 랑이언니의 잘자요 동화
박혜랑 지음, 조인영 그림 / 책놀이터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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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이언니 (9).jpg



육아맘들 사이에서는 뽀미언니급인 랑이언니가 책을 냈다. '잘자요 동화'만큼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창의적인 삽화를 가진 그림책을 세 권이나! 첫 번째 책인 '하품 나라 하품 왕'은 동글동글 클레이로 만들어진 귀여운 주인공들이 예의와 책임감 등을 재미있는 스토리로 알려주었고 코바늘인형으로 귀여움 장착했던 두더지, '모르의 꽃밭'은 나눔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세 번째, '커피 마신 제이크'는 자수로 한 땀 한 땀, 정성과 아름다움을 가득 담아냈다. 이 언니, 동화만 잘 읽어주는 줄 알았더니 이야기는 왜 이렇게 재미있고, 삽화 퀄리티는 왜 이렇게 좋은 거야~ 아이는 스토리 때문에 신나고, 엄마는 삽화를 보느라 행복해지는 그림책, '커피 마신 제이크'를 소개한다. 



어린 시절, 엄마가 마시는 커피를 궁금해하거나 탐내본 기억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도 엄마의 '맥모골'을 한잔 빼앗듯 먹어본 기억이 있고, 우리 아이도 내 커피가 무슨 맛인지 궁금하다며 말릴 틈도 없이 한 모금 입에 넣었다. (물론 바로 뱉었지. 얘, 니네 엄마 에스프레소 먹는 여자야) 그런 대국민적 호기심에 시작한 이 이야기는, 엄마의 커피를 먹어보고 싶어 조르다가 끝내 용돈을 들고 커피숍을 향한다. 커피숍 사장님은 아이에게 캬라멜마끼야토를 주고, 잠자리에 든 제이크는 잠을 잘 수 없어 괴롭다. 뒤척거리던 제이크에게 고양이 사라의 목소리가 들리고 사라와 함께 밖으로 나가 밤을 탐험하지만, 순식간에 찾아온 어둠 때문에 두려워하며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든다. 처음에는 커피 마시고 이렇게 즐거우면 어쩌나 걱정을 하다가, 이야기의 흐름에 안심했다.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제이크의 모습에선 웃음이 피식 났고. 언제나 재미있는 이야기 끝에는 교훈을 한 숟가락 얹어주시는 랑이언니 덕분에 우리 꼬마도 혀끝의 쓴맛을 떠올리며 어른이 될 때까지는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다시 마음먹더라.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위에서 언급했듯 삽화다. 배경부터 등장인물까지 모두 천과 자수로 이루어져있다. 자수가 이렇게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구나 하고 놀랍기도 했고,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수놓은 아름다운 색들에 신기한 마음도 들었다. 우리 아이도 실로 만들어졌음을 알고 신기하고 놀라워하며 여러 번 바라보았다.


 

세상에는 좋은 이야기를 가진 책도 많고, 일러스트가 좋은 책 역시 많다. 그래도 이렇게 다른 기법을 사용한 책들을 만나면 여전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아직은 어른보다 경험이 적고, 작은 세상에 사는 아이들이 책을 통해 다양한 세상을 만나고 배울 수 있으니 말이다. 랑이언니 덕분에 다양한 그림책들을 만나며 행복한 저녁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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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의 꽃밭 랑이언니의 잘자요 동화
박혜랑 지음, 황부연 그림 / 책놀이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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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이언니의 잘자요동화'를 꾸준히 청취해온 우리 집 꼬마 애청자님은 지난달 '하품 나라 하품 왕' 책을 아주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클레이로 조물조물 하품 왕을 따라 만들기도 했다. 재미있는 내용에 클레이로 만들어져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주인공들까지 어느 한쪽도 빠지는 게 없다고 '랑이언니의 잘자요동화 - 하품 나라 하품 왕'편을 소개했는데, 하품 왕에 대적할 친구들이 생겨버렸다. 이번에는 코바늘인형으로 귀여움 장착한 두더지, '모르'.



 

두더지 '모르'는 꽃밭을 가꾸는 '감성 두더지'다. 그의 꽃밭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꽃이 가득하고 꼬마 두더지 주테는 아저씨의 꽃밭을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모르의 꽃밭을 습격하고, 범인을 찾아 헤매던 모르와 주테는 범인을 잡는 대신에 범인과 친구가 되어 꽃밭을 가꾸며 평화로운 마을을 꾸미고 살아간다. 이야기 자칫 단순해 보인다고?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터. 이야기의 전개도 꽤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많은 주인공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색깔에 제각각의 색을 색칠해놓은 점, 의성어나 의태어가 많이 삽입된 점이 아주 좋았다. 아이들이 그저 재미있게 그림책을 읽기만 해도 색의 이름, 글씨 쓰는 법 등을 익히게 되고 의성어와 의태어를 통해 표현력이 풍부한 아이로 성장하게 돕기 때문이다. 또 감정을 표현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표현들이 많아 아이들이 도움을 얻을 내용이 참 많았던 듯하다. 

 


하품 나라 하품 왕이 클레이로 만들어져 친숙한 느낌이었다면, '모르의 꽃밭'은 코바늘로 만들어져 포근함을 준다. 두더지, 고양이, 백곰 등 다양한 동물들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뜨개질로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것을 표현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했다. 이 책의 삽화가 더욱 매력적이었던 까닭은 초점의 변화를 적절히 잘 이용한 점. 스토리 전개에 따라 배경 혹은 주인공들을 흐리게 표현함으로써 집중과 몰입감을 높였다. (특히 모르가 굴 안으로 뛰어드는 장면이 어찌나 생생하던지!) 또 군데군데 익살스러움을 얹어두어 아이가 책을 읽다 큰 소리로 깔깔 웃을 때가 많았다. 

 


스토리, 삽화의 표현법 등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는 잘자요동화 시리즈. 이 책을 읽고 잠이 든다면, 아이들의 꿈이 얼마나 예쁘고 재미있을지 상상이 되기에 나도 슬쩍 숟가락을 얹고 싶어진다. 아! 이 시리즈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재미있어서 잠을 안 자고 '한 권 더!'를 외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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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팀장입니다 - 서툴고 의욕만 앞선 초보 팀장들을 위한 와튼스쿨 팀장수업
레이첼 파체코 지음, 최윤영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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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품격 - 개인의 존엄은 어떻게 조직을 변화시키는가
도나 힉스 지음, 이종민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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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 학습을 통해 얻는 지식은 단순히 지식창고에 쌓인 정보 이상으로 폭이 넓다. 존엄을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복잡하고 때로는 모순된 우리 내면세계와 우리가 매일 직면하는 감정적 도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존엄 학습에는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배우자, 더 나은 부모,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리더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가르침도 포함돼 있다. 이런 가르침은 우리가 최선의 모습으로 발전해나가는 데 길잡이가 되어준다. (p.23) 

 

존엄성과 직장. 사실 나는 이 두 단어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직장에서 나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나, 그리고 타인이 나의 존엄성을 인정하나 하는 비관적인 마음이 먼저 들었기 때문. 그러나 이 책을 읽을수록, 이 책에는 가장 근본적인 인간관계의 원칙이 들어있음을 깨달았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고 싶어 하고, 그 존중이 지켜질 때 더 좋은,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사실 말이다. 그 기본적인 개념이 직장에서도 동등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나는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다.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는 게 업무의 일부라는 한 사례의 이야기가 왜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을까. 나의 직장생활도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직원이라서 받는 부당한 대우, 엄마라서. 막내일 때는 막내라서, 중간관리자일 때는 중간관리자라서 감내해야 할 것이 많았다. 휴직을 통해 직장에서 한 발 멀어지고서야 내가 참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들이 눈에 보였는데, 이 책을 읽으며 왜 진작 이런 눈을 가지지 못했을까 싶은 회한(?)이 들더라. 만약 내가 이 책을 미리 알았더라면 나도 나의 존엄을 위해 노력했을 것이고, 동료들의 존엄을 위해서도 노력했을 거다.

 

이 책이 특히 마음에 닿았던 것은, 존엄은 단순히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태도였다. 때때로 몇몇 자기계발서들은 나는 원래 잘났다고 말하는 느낌을 주는 예도 있는데, 이 책은 부단한 노력을 통해 문제를 직시하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이 담겨있다. 그래서 막연히 자타의 존엄을 지키자, 하는 느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왕도로 존엄성을 추구하고 이것이 직장에 도움이 되게 하는지 단계를 밟아가는 느낌을 얻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조차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 (p.65)'는 저자의 말에서, 우리의 직장생활이 다소 잘못된 길을 가고 있더라도 노력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는 응원을 얻었달까.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뭘까? 라고 되물었다면 경영진 스스로 깨닫지 못한 왜곡된 사고를 타인이 직시할 기회를 제공했을지 모른다. 그런 질문은 던지는 능력조차 인간 내면의 발달에 대한 이해, 즉 자기 자신 및 타인과 이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해를 가능케 하는 사과와 내적 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p.83)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실 대부분이 이게 어려워 존엄을 지키기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해온 방식이 익숙해서, 내가 더 오래 일해서, 내가 이 회사에 더 많은 애정을 품고 있어서 등의 이유로 오래된 방식이나 형태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상사에게 잘못을 묻는 태도조차 내적발달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따질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 부분을 회사를 벗어나 개개인의 변화에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나의 문제는 무엇인지, 내가 당면한 문제에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바라본다면 나의 품격이 달라질 것이고, 나아가 나의 가정이 품격이, 또 내가 속한 그룹들의 품격이 점차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보았기 때문이다. 

 

타인의 변화만을 기다리기에는 나의 존엄은 매우 소중하지 않은가. 개인의 성향이 중시되면서도, 타인의 성향은 존중하지 못하는 요즘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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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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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싸운다. 싸우는 건 생각보다 별일 아니라는 것도 안다. 특히 서로 대등하게 싸웠을 때는 더 문제없다는 걸 안다. (p.21) 

 

노랜드를 읽은 소감을 한 줄로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인간이 세상의 주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살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언제인가부터 소설을 즐겨보지 않아 이런 감상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작가의 글은 언제나 나에게 고민을 던지는 글임은 분명하다. 이번 책 역시 인간이 세상 전부가 아닌 그저 한 구성임을 깨닫게 하지만, 그럼에도 더 잘살아야 내야 한다는 것을, 또 그렇게 노력하는 삶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한다. 

 

흰 밤과 푸른 달, 바키타, 푸른 점, 옥수수밭과 형, 이름 없는 몸 등 10개의 소설을 모은 이 책은 어느 한 편 가벼운 글이 없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모두 묵직함이 담겨 있고, 복제인간이나 유전자복제 등 인간의 편의를 위해 발달한 과학 문명이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대두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점점 발달하는 세상이 결코 좋은 것만이 아님을, 그 이면에 숨은 치명적인 단점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달까. 

 

어떤 글을 읽으면서는 내가 지구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을 만큼 모호한 경계의 어딘가에 있는 느낌이 들었고, 어떤 글은 동떨어진 시공간임에도 오늘의 이야기처럼 마음이 아팠다. sf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머지않은 미래에 이런 세상이 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들만큼의 문장들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인간이 자연에 어떤 일을 하고 있나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가 쓰레기를 줍고,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 등으로 정말 지구를 지킬 수 있나 하는 고뇌도 들었고. 촘촘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이야기가 아주 간절히 허구이길 바라는 마음은 이 책을 만난 독자 모두가 같을 것이다. 이런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기를, 정말 이 이야기들이 허구이기를 바라며, 이 책을 덮었다. 

 

죽을 거면 내 눈앞에서 나랑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죽으라는 거야. 안 죽을 것 같아도 내가 죽기 전에 와. (p.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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