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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4월
평점 :
처음 들어보는 작가임에도 별다른 고민 없이 이 책을 샀다. 중고 서점에 있었기에 가볍게 읽고 되팔면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이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다르게 중고 매매가는 재고가 너무 많아서 팔 수 없는 상태인 ‘매입불가’상태였다. 가격이 괜찮았던 때에 한 번에 많은 물량이 들어온 것 같았다. 급전이 필요한 때라. 되팔 수 있는 책 위주로 읽으려고 했지만, 시세를 알아본 시점에 이미 책의 프롤로그를 읽고 있을 때였기에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계속 책을 읽어 나갔다. 처음 읽는 작가이기에 내심으로는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크지 않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8편의 중단편이 모아 놓은 단편집이지만, 각 단편에 ‘노리즈키 린타로’라는 소설가겸 탐정과 그의 아버지인 ‘노리즈키 총경’이 등장한다. 작가와 소설 속 주인공이 같은 일견 앨러리 퀸과 같은 설정이 흥미를 끌었다. 소설 속에서 작가가 주인공 격으로 등장하는 일명 ‘소설가 소설’은 몇 번 읽어 봤지만, 아예 작가가 탐정 역할로 등장하는 추리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 것이었다.
8편의 단편 중에서 전반부의 단편과 후반부의 단편은 분위기에 차이가 있다. 앞의 세 편은 사람이 죽고 인간의 삐뚤어진 단면을 다루기도해서 분위기가 어둡지만 나머지 다섯 편은 분위기가 정반대로 바뀌어 도서관을 배경으로 일상에서 일어난 기묘한 사건을 추적하는 ‘일상 추리물’로 반전된다. 무거운 앞의 세 편을 읽다가 뒤의 다섯 편을 읽으면 같은 작가의 단편인지 고민할 정도로 위화감이 들지만, 앞에서 다소 희미했던 린타로의 캐릭터가 뒤에서는 살아나 그만큼 재미를 주기에 소설의 만족감은 비슷하다.
다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첫 번째 단편인 ‘사형수 퍼즐’에서 주인공 린타로는 기존의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추리과정이 아닌 간단한 논리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소거법을 통해서 추리를 한다. 나는 추리소설의 추리과정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기에 이 소거법을 통한 추리가 굉장히 쉽게 다가왔고 여태까지 읽었던 추리 소설 중에서 유일하게 추리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단편을 제외하고는 이후의 단편에서는 이러한 추리과정이 등장하지 않기에 그 부분은 아쉽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알아보니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는 이미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된 모양이다. 좋은 느낌을 주는 작가를 알게 되어서 기쁜데, 그와 더불어서 그 작가의 작품을 더 읽을 수 있다니 호사스럽게도 독서가가 느낄 수 있는 많은 기쁨중의 두 가지를 동시에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