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아이, 봇 허블어린이 1
윤해연 지음, 이로우 그림 / 허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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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 메인 페이지에 들어가면 가끔, 클릭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인 <빨간 아이, >이 그랬다. 무려 SF동화였다. 출판사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수 없다면>으로 유명한 허블. SF전문 출판사 중에서는 그래도 감각 있다고 본 곳이어서 과연 특이한 시도를 하는구나 싶었다. 그렇기에 기회가 되었을 때 망설이지 않고 책을 구매했다.

 

소설의 줄거리는 인간이 멸망한 세상에서 인간이 만든 로봇만이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인간이 만든 지 오래된 로봇들은 스스로 살아가지만, 부품을 만들 공장이 없어졌기에 하나 둘 망가지면서 간신히 삶을 이어나간다. 식물은 멸종한 지 오래고, 세상은 척박하기에 황무지가 된 지구를 돌아다니는 건 오직 고장나거나 고장 날 로봇들이다. 황무지에서 살아가는 로봇들은 근근이 살아가며 자신들이 정지될 날만을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로봇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인간 아이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아이를 찾기 위한 로봇들의 모험을 다루는 일종의 로드무비 같은 이야기였다.

 

동화는 SF독자로서 익숙한 소재를 다루고 이야기의 전개나 인물도 기존 작품을 반복한 느낌이었지만, 어린이가 읽는 동화를 SF소설과 동일선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동화로서 이 책은 SF적인 소재와 주제를 어린이가 이해하기 좋게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가족이란 것이 반드시 혈육으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는 내용 같은 것. 이 책을 읽을 나이였을 때의 나는 이런 이야기나 주제로 얘기할 생각은 못 했던 것 같다. 가족은 당연히 혈육으로 이루어져 있고, 엄마나 혹은 아빠가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는 보통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불의의 사고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가족이란 당연히 정상 가족만 존재한다는 생각이 당연하게 존재해왔다. SF는 배경 때문인지 당연하게 우리 세계가 비정상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세계가 존재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규칙이 뒤집어지는 세계에 대한 상상력은 참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이런 책이 없었는데, 그게 좀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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