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가을 2022 소설 보다
김기태.위수정.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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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날짜보다 이 소설집을 통해서 계절의 흐름을 짐작하는 것 같다. 이제 소설보다 2022겨울이 출간할 텐데 그걸 보며 아 이제 내 30대가 끝나는 구나 생각할 듯하다.

 

이번 소설집도 세 명의 소설가의 소설이 실렸다. 개인적으로 별로 였던 지난 여름 소설집과는 다른 느낌이고 그랬기에 좋았던 소설들이다.

 

김기태의 <전조등>은 제목에서 가스라이팅을 의미하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이 소설은 굉장히 평범하고 구김살 없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마치 신문기사 속 A(가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인물이다. 가장 성공적인 코스를 밟아온 30대 남성의 인생을 그려나가면 이러할까? 싶을 정도였다. 주인공이 좋은 대학에 나와서 대기업 직장에 취직하고 결혼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과정을 그린다. 줄거리로 써보면 굉장히 평범하고 재미없을 것 같지만 작가가 설정한 어떤 장치 덕분에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재미없는 주인공의 특징들도 요즘 한국 소설들의 주요 인물들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이색적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뒤에 나온 인터뷰 집은 이를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을 주어서 좋아하는데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60대 여성이 젊은 피아니스트를 덕질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성적 긴장감(실패할 수밖에 없는)에 대해서 그린다. 요즘 드라마처럼 욕망에 충실해서 불륜이나 밀회로 이어지지 않는 어찌보면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느낌의 긴장감이라 나는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그리고 그런 성적 긴장감을 통해서 늙음을 말하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성취라고 생각한다.

 

<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는 어찌보면 요즘 트랜드에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등장인물들도 익숙하달까. 20, 30, 40대 여성이 하나씩 등장해서 서로의 환경을 비교하며 안도하거나 무시하거나 증오하면서도 결국은 화해하고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다. 인간관계 특유의 질척거림이랄까 그런 것들이 느껴져서 정말 동감하고, 몸서리치면서 읽었다. 이서수 작가는 최근에 활발히 활동하는 대표적인 작가인데 여러 소설을 써줬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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