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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폭력 - 학교폭력 피해와 그 흔적의 나날들
이은혜 외 5명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5월
평점 :
내가 나이를 먹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제일 큰 걱정은 학교에서 잘 적응을 할 것인가이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게 잘 크고 있지만 항상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부모들은 내 아이가 왜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게 커야 하고 사회성, 자존감에 관심을 가지는가? 그것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와 같이 다르다는 것에 사회가 인정하지 못하고 가해를 정당화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인생의 반 정도는 학교에서 공부를 했고, 1/4은 회사에 다녔고, 1/4이 안되게 아이를 키워오면서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은 과거를 많이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잊어야 할 정도로 상처받은 일들은 대다수 학교에서였다. 내가 당한 부당한 일들, 물론 뉴스에 나올 정도로 심각한 일들은 아니었지만 주변인들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이야기할 정도는 되었다. 나의 인생에서는 잊히지 않는 일들... 10년이 지나고 더 이상 친구나 학교가 필요 없어진 시점에서 이야기를 꺼내면서 너무 슬펐고, 다시 10년이 지나니 담담해진다.
여섯 개의 폭력, 이 책에 깊은 공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유는 학교 폭력에 대한 피해자들의 분석과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학교 폭력을 외면하지 말자는 외침, 지금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이자 선생님으로서 자식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임지영 선생님의 글에서는 눈물이 펑펑 나왔다. 어째서 사회는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이 부족한가! 세월호 사건에서조차 너무 오래 세상을 분열시킨다거나, 돈을 위해 시끄럽게 한다고 떠들어 댔으니... 일 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말이다. 왜 피해자에게만 잊어버리라고 강요하는가 말이다.
폭력 상황에 부딪혔을 때는 그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또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비단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임에도 피해자가 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성폭력에 대한 미투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고, 지금도 뉴스를 보면 군대 조직의 집단적인 피해 은폐에 좌절하고 자살한 군인도 그렇다. 세상에서 죽어야만 하는 죄는 없건만 끊임없이 정신적, 신체적 피해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마는 피해자들... 우리는 그들을 위한 세상이 되어 줘야 한다. 가해자가 아닌. 특히 학폭에서는 더욱더. 이 책에서는 학폭 미투에 대해 언젠가는 일어나야 했을 일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그리고 학생끼리의 학폭보다 더 심각한 일은 어른들의 무관심이라고... 학생 수가 많다는, 나도 피해자라는 선생님들의 변명은 그저 책임 회피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몇 년 전 회사 동료의 딸이 학폭 위원회, 경찰서까지 가서 상황 설명, 피해 사실까지 제시했으나 결국에는 다수의 가해자들에게서 괴롭힘 당할 짓을 했으니 당해도 싸다는 식의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피해자로서 학교, 학폭 위원회, 경찰서를 찾아다니는 일이 쉬운 것도 아니지만 결론은 더 황당하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게 한다.
내 아이들에게는 언제든 비상문이 옆에 있음을, 학교생활이 전부가 아님을, 너의 선택을 언제나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꼭 이야기해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