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덕후와 철학자들], 이 책은 정말 기대없이 봤는데 철학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해보게되고, 요새 사람들이 쓰는 인터넷 용어(또는 덕후들의 용어)와 흐름들, 예술과 철학의 관계 등에 대한 생각들에 대해 알게 됐다.
철학을 어떻게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차민주 작가님은 특이하게도 철학을 설명할때 덕후의 이야기를 한다. 덕후들의 기호놀이, 덕질과 초월, 굿즈, 케이팝의 변증법, 덕후의 노동, 덕후들의 예술, 상상계를 위한 덕질 등과 같이 덕질을 철학적으로 설명하는데 어쩜 찰떡같은지 보는 내내 내가 철학으로 덕질을 배우는 느낌이었다. 덕질도 멋진 일인걸?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알고보면 덕질 입문서인가?
[덕후와 철학자들]을 읽고 철학이 덕질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철학은 인간과 자연, 사회에 대해 설명하기위해 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세상에 호기심 많고 똑똑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위해 과학자가 있는 것처럼 철학은 자연부터 세상의 모든 일들을 설명하는 학문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명확하게 깨닫게 되다니... 차민주 작가님은 많은 철학자의 이론을 독자에게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인지 삽화로 요약까지 하셨다. 글자체부터 일러스트까지 나의 취향에 잘 맞아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몰랐던 인터넷 용어 짤과 밈에 대해서 알 수 있게됐다. 사실 아직도 명확히 구분이 되진않지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유전자처럼 모방되고 공유되어 확산되는 온라인의 유행, 그리고 덕후들의 짤의 제작에 대해서도 알게됐다. 그리고 네임드, 쿠크, 모에, 덕후존, 덕계 등등 몰랐던 덕후들의 은어에 대해서도 새로 알게됐다는 사실이 새로운 철학 이론을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어느새 나도 나이가 들고 덕후들의 삶을 전혀 모르고 살고 있었다는 자각을 가지게되고 어쩌면 온라인 용어들에 대해서도 낯설어져 버렸구나 하는 현타가 온다. 이외에도 엄청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은데 20세기 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와 스피노자의 시발비용이 인상깊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덕후와 철학자들] 상단에 청소년 인문이라고 씌여있는데 청소년들만 덕질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좋은 책이니까 다들 읽어보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