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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핀 이후 K-산업 2.0 - 제조·수출에서 K-지식서비스 경제로 ㅣ 포스트 수출 강국 신성장 해법 2
박광기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7월
평점 :
『킹핀 이후 K-산업 2.0』은 저자 박광기가 전작 『한국 경제의 킹핀을 찾아서』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포스트 수출주도형 경제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산업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후속작이다. 이 책은 단순한 산업정책 제언서가 아니다. 산업을 사회 문제 해결의 수단이자, 국부 창출과 국가적 진화를 위한 핵심 기제로 보고, 대한민국이 어떻게 ‘선진국형 산업구조’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설계한다. 특히 현재의 한국 산업이 처한 현실을 ‘상품 제조·수출형 경제모델의 수명 종료’로 진단하며, 산업 1.0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한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피크 코리아(Peak Korea)’로 표현한다. 이는 단지 수출 감소나 경제성장 둔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구조 자체가 더 이상 대한민국을 견인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신호다. 제조업 기반 수출 경제는 고용, 무역흑자, 성장의 3대 축을 유지해왔지만, 이제는 수직적 구조의 착취 체제로 고착되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상실하고, AI 기반 산업구조로의 전환 속도는 늦으며, 후발국과의 가격 경쟁에 몰려 수익성까지 떨어지는 이중 삼중의 위기를 겪고 있다. 저자는 이 상황을 ‘선진국 함정’에 빠진 구조로 규정하며, 문제의 해답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경쟁구도 자체를 벗어나는 비대칭적 산업구조’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산업을 2.0으로 진화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단언한다. 여기서 말하는 ‘산업 2.0’은 단순히 기술 혁신이나 신산업 진출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존의 양산 제조·수출 중심의 산업 논리를 뛰어넘어, ‘역할 기반 산업모델’로 전환하는 것이다. 즉, 후발 개도국과 단순 경쟁을 벌이는 대신, 자산과 인프라를 운용하고, 글로벌 개발 의제를 주도하며,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방식으로 한국만의 독특한 위치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글로벌 산업 수도(Global Industrial Capital)’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한국이 국제개발협력의 플랫폼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이 책은 산업정책과 외교, 경제정책을 하나로 통합해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국내 정책만으로는 결코 양극화, 저성장,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외부로부터 기회를 확보하는 전략적 구도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감, 자본, 인재를 끌어오는 ‘글로벌 집적 효과’를 누리게 되고, 내수경제 역시 그에 따른 구조적 활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일자리 모델 역시 기존과는 다르다. 단순 고용 창출이 아니라, 국민이 국제 사업 현장의 멘토이자 본사형 일감 제공자가 되어, 고부가 지식기반 서비스 일자리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전방위적 구조개혁이며, 한국 경제를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기여’로 탈바꿈시키는 청사진이다.
『킹핀 이후 K-산업 2.0』은 2030 MZ세대가 이끌 새로운 한국 산업의 좌표를 제시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상품제조 수출경제를 통해 선진국 문턱까지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다음 세대가 새로운 산업 철학과 글로벌 전략을 기반으로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차례라는 시대적 소명을 강조한다.
단순한 위기 진단을 넘어, 어떤 방향으로 어떤 구조 전환이 필요한지, 왜 지금이 산업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기인지에 대한 분명한 논리와 전략을 담고 있다.